[책 소개]

▲ <십자가의 인류학> / 정일권 지음 / 대장간 펴냄 / 232쪽 / 1만 2,000원

이 책은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르네 지라르를 가장 쉽게 소개하는 입문서라 할 수 있다. 기독교를 가장 잘 변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이론인 미메시스 이론과 신학의 소통에 대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인류학적 차원에서 신학과 대화하며 기독교를 변증한 르네 지라르에게 큰 관심을 가졌던 많은 신학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소개한다. 지라르의 이론에 깊이 관심을 가졌던 독일어권 신학자들로서 스위스 출신의 신학자 라이문트 슈바거(Raymund Schwager), 한스 우어스 폰 발타자(Hans Urs von Balthasar), 노베르트 로핑크(Nobert Lohfink), 칼 바르트(Karl Barth),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 독일 개신교 전체를 대표하는 교회협의회(EKD)의 회장을 역임한 볼프강 후버(Wolfgang Huber),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조직신학 교수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 등을 소개한다.

또한 영국 급진정통주의 신학자 밀뱅크(John Milbank)와 와드(Graham Ward), 그리고 필립 얀시(Philip Yancey),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케빈 밴후저(Kevin Vanhoozer), 테드 피터스(Ted Peters), 요더(John Howard Yoder), 윙크(Walter Wink) 등도 지라르의 이론들을 신학적 사유 속에 수용하고 있는 신학자들로서 이 책에서 소개될 것이다. 신학자는 아니지만, 지라르와 교류를 가졌던 프랑스의 기독교 사상가들인 폴 리쾨르(Paul Ricoeur)와 자끄 엘륄(Jacques Ellul)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신학자들에게 현대 인문학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도 유대-기독교적 전통과 가치를 다시금 변호할 수 있는 이론을 제공한다.

[추천사]

인류학적 지평에서 정통 기독교 변증을 시도한 지라르를 소개한 역작
-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한국개혁신학회 설립회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포스트모던 시대에 거대 담론이 더 이상 영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지라르(Rene Girard, 1923~)는 새로운 종교인류학적 거대 담론(metanarrative)으로 평가받는 미메시스 이론(Mimetic Theory)을 제시하고 있다. 지라르가 전개하는 인간의 모방적 욕망에 대한 이론은 성경 텍스트의 신학적 차원보다는 인류학적 차원을 밝히면서, 기독교 신학과 대화하고 있으며 기독교 신앙을 변증하고 있다.

저자 정일권 박사는 본 저서에서 지라르의 새로운 거대 담론에 대한 신학적 수용사(Rezeptionsgeschichte)와 영향사(Wirkungsgeschichte)를 설명하면서 지라르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지라르의 이론이 디오니소스적 니체 철학의 백년 유산과 니체와 하이데거의 계보에 서 있는 프랑스 포스트모던 철학 이후의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지라르를 포스트모던적 시대정신 속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때로는 추방되었던 유대-기독교적 텍스트, 전통 그리고 가치를 복권시키고 변증하는 인문학자로서 해석하고 있다. 지라르가 유대-기독교적 전통을 십자가의 인류학으로 변호하지만, 종교인류학자로서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반희생 제의적이고 반신화적 유대-기독교적 전통과 텍스트를 다시 변호하는 지라르의 사유는 오히려 칼빈주의에 근접하는 면이 있다고 해석하는 점에서 개신교 신학자로서의 저자의 정체성이 엿보인다. 본서의 공헌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거대 담론이 무너졌다고 여겨지는 현대철학과 문화인류학 분야에 있어서 지라르의 새로운 종교인류학적 거대 담론을 소개하면서 니체와 하이데거 이후에 비판 일변도로 나아간 현대 사상계에 전통 기독교를 새롭게 변증하는 그의 종교인류학적 착상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자유주의 신학에 의하여 기독교 자체가 내부적으로 종교다원주의에 의해 그 정체성이 허물어지고 있는 포스트모던 기독교 이후 시대에 종교인류학적 차원에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통을 복권시키고 "예수의 죽음은 희생 제사(sacrifice)가 아니라, 모든 희생 제의적 희생양 메커니즘 뒤에 존재하는 기만과 폭력을 폭로하는 수단"이요, 복음은 "신화의 종말"이라고 선언하는 지라르는 하나님의 특공대 사상가라고 말할 수 있다.

니체의 전통을 이어받은 데리다가 기독교와 서구 전통을 해체시키는 작업을 했고 현대사회에 부정적인 유산을 남긴 것이 더 많은 것에 반하여 지라르는 이러한 해체 작업에 거슬리면서 서구 문명이 기원하고 있는 유대 기독교 전통을 복권시키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십자가의 승리는 폭력의 희생양 순환에 대항한 사랑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선언하는 지라르의 희생양 메커니즘(scapegoat mechanism) 사상은 현대신학이 도외시한 기독교 속죄론의 중요성을 종교인류학적으로 다시 환기시킨 점에 있어서 기독교 복음의 유일한 독특성을 드러내었다고 말할 수 있다.

"20세기 신학자들이 복음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을 때, 프랑스 인문학자 지라르가 복음서를 다시 서구 정신사의 중심에 세웠다고 했다"고 칭찬한 독일의 구약학 교수 노베르트 로핑크(Nobert Lohfink)의 평가는 지라르의 복음적 정체성을 드러내 준다. 저자가 피력하는 바같이 인문학적이고 인류학적인 지평에서 유대-기독교적 전통, 가치, 유산 그리고 텍스트를 자기반성적이고 비판적으로 재변증하는 지라르의 입장은 정통적이라 할 수 있다.

개혁신학자로서 추천자는 지라르가 "절대적으로 정통적"이며, 역사적 교회들의 신앙고백(Credo)과 7차의 고대 교회 공의회의 신앙고백을 따른다는 그의 신앙적 입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본서는 여태까지 과격한 역사비판학이 주장한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 바벨론의 에누마 엘리시(Enuma Elish) 등의 이방 종교의 창조 신화들이 지닌 폭력 성격의 진상을 지라르의 인류학적인 설명으로 드러냄으로써 창세기 창조 이야기의 계시성과 독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본서는 현대 철학과 신학에 관하여 엄청난 최근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어서 지식 충족을 갈구하는 젊은이들의 좋은 읽을거리다. 본 저서는 이처럼 종교문화인류학과 기독교 신학과의 관계를 다양한 현대 신학자와의 대화 속에서 조명하고 있으니만큼 매주일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회자들과 문화인류학, 현대 종교학과 현대 신학에 관심을 가지는 종교학도들, 인류학도, 문화학도들, 신학도들, 철학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본다.

[저자]

정일권 / 2005년 '불멸의 40인'으로 불리는 프랑스 지식인의 최고 명예인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 종신회원에 선출된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중심으로 동서양 사상을 문명 담론의 차원에서 비교 연구하고 있다. 지라르를 직접 2번이나 만나서 연구와 관련해서 학문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 국내 가장 대표적인 지라르 연구가요 전문가다.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군목으로 섬겼고,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대학을 거쳐 유럽에서 르네 지라르 이론에 대한 학제적 연구 중심지로 성장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교 조직신학부 기독교 사회론(Christliche Gesellschaftslehre) 분야에서 신학박사(Dr. theol.)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스부르크 대학교 인문학부의 박사 후기 연구자(post-doctoral research fellow) 과정에서 학제적 연구 프로젝트 <세계 질서-폭력-종교>, <정치-종교-예술: 갈등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귀국했다. 국제 지라르 학회인 '폭력과 종교에 관한 학술대회'(Colloquium On Violence & Religion) 정회원으로서 국내 지라르 학회의 설립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라르의 이론으로 불교 문명의 역설을 분석해 불교 연구의 신기원을 이루는 연구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어 단행본 <세계를 건설하는 불교의 세계 포기의 역설 - 르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의 빛으로>(원제: Paradoxie der weltgestaltenden Weltentsagung im Buddhismus. Ein Zugang aus der Sicht der mimetischen Theorie Rene Girards)(Wien/Munster: LIT Verlag, 2010)가 있다. 붓다가 은폐된 희생양이라는 최초의 주장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좀 더 진전시켜 <붓다와 희생양: 르네 지라르와 불교 문화의 기원>(SFC출판부)을 출간했고, 이 책은 제30회 한국 기독교 출판 문화상 목회 자료(국내)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니체 이후의 100년 동안의 포스트모던적-디오니소스적 전환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우상의 황혼과 그리스도. 르네 지라르와 현대 사상>(새물결플러스)도 출판했다.

지라르의 이론의 빛으로 폭력과 종교(Violence and Religion)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최근에는 과학과 종교(Science and Religion) 분야도 연구하여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통섭과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우주의 기원과 문화의 기원을 화두로 빅뱅 우주론과 양자물리학, 미메시스 이론을 통합 학문적으로 논의한 단행본으로 곧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르네 지라르와 데리다와 라깡 등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비교 연구한 책도 곧 출판할 예정이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을 통해서 기독교 인문학의 외연과 지평을 확장하는 일뿐 아니라, 독일어권의 개혁주의 신학도 번역해서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번역 작업은 고신대학교 개혁주의학술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동대학교, 고신대학교, 브니엘신학대학원에서 강의했으며, 국내 많은 인문학, 철학, 신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포함해 그동안 20여 편에 가까운 논문을 출판했다. 그 외 청어람아카데미, 현대기독연구원, 목회자 포럼, 인문학 서원과 연구 공간 등에서 르네 지라르의 이론과 사회인류학적 불교 연구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다.

[차례]

추천의 글
프롤로그

1장. 포스트모더니즘과 유대-기독교적 텍스트
아카데미 프랑세즈 ‘불멸’의 40인
문화의 기원에 대한 큰 질문

2장. 창세 이후로 감추어져 온 것들
모방적 욕망, 폭력 그리고 인류문화3
상처받기 쉬운 톨레랑스
형벌적 대속이론과 십자가 이해
인류의 폭력과 죽임당한 어린양
그리스도의 대속과 미메시스적 폭력
요한복음의 로고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십자가 사건에 대한 지라르와 슈바거의 대화
십자가 : 환대인가? 폭력인가?
배제, 포용, 정체성 그리고 희생양
군중은 비진리다
디오니소스-오르페우스-바쿠스 신화

3장.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변증
희생양 메커니즘의 치유와 극복
복음서는 신화의 죽음이다
급진적인 폭력 비판으로서의 십자가와 평화 윤리
지라르가 기독교를 구했다
신화와 그 희생양 메커니즘에 대한 계몽
지라르의 회심
기독교 복음의 르네상스
미메시스 이론과 종교적 상대주의
신화의 수수께끼와 십자가의 승리
십자가의 해석학이 성스러운 폭력을 폭로한다
신화에 대한 복음적인 전복
바르트와 지라르: 진리와 은총의 승리
승리자 그리스도(Christus Victor)
판넨베르크와 지라르: 종교학과 신학

4장. 창조, 타락,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새로운 통찰
미메시스 이론과 자연과학
창세기와 바벨론 창조 신화 에누마 엘리시
<악의 상징>과 에누마 엘리시
경쟁적 미메시스와 원죄론의 과학적 설명
가인의 정치학과 아벨의 피
무덤의 종교, 그리스도의 빈 무덤 그리고 부활논쟁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재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
예수 세미나(Jesus Seminar)에서 미메시스 이론으로
십자가의 인류학과 십자가의 해석학

5장. 가인의 정치학, 예수의 정치학 그리고 평화 윤리
어린 양의 전쟁
비폭력적 대속
대조 사회와 모범 사회로서의 교회
해방신학자들과의 대화와 희생 논리 비판
예수 드라마에 대한 비희생 제의적 독법
희생 이데올로기 비판과 통속 종교성

6장. 옛 성스러움과 종교다원주의의 황혼
종교 간 대화를 위한 드라마틱한 모델
종교 간 대화와 경쟁의 복잡성 이해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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