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를 알선하는 조건으로 헌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돈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목사들은 왜 돈을 내면서까지 임지를 소개해 달라고 했을까요.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임지를 연결해 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뉴스앤조이>는 △돈 받고 임지를 알선하는 곳 △임지 연결 사역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목회자들 △각 교단이 갖고 있는 대안 등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마지막 연재 기사입니다. - 편집자 주

올해 4월 초에 만들어진 한 임지 연결 단체 직원들은 매일 전화기를 붙잡고 산다. 발대식을 한 뒤부터 하루에도 몇 십 통씩 임지를 소개해 달라는 목사들의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단체에 정식으로 의뢰한 목사 수는 약 200여 명이다. 6년 전에 만들어진 어떤 단체는 현재 2,4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목사들이 임지 연결 단체를 찾는 이유는 목회할 곳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교계 신문에 실리는 담임목사 청빙 공고에 지원서를 내기도 하고, 같은 노회 어느 교회 담임목사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노회에 추천서를 작성해 달라는 부탁도 한다. 그래도 임지를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다. 임지 알선 업체 의뢰자들은 자리에 비해 경쟁자가 너무 많다고 했다. (관련 기사: [기획2] 목회지 알선 업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처럼 목회할 곳을 구하지 못한 목사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예장통합의 경우, 2004년 784명(전체 목사 수의 6.7%)이었던 무임목사가 2013년 1,263명(7.2%)으로 늘었다. 기장도 2004년 220명(9.1%)에서 2013년 332명(11.5%)으로 증가했다. 일부 교단은 총회가 교단 안에 있는 무임목사 현황 파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목회자 수가 실제 필요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몇 교단의 교세 현황을 살펴봐도, 목회자 수는 전체 기독교인 수가 감소하는 것과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 예장합동·예장통합·감리회·예장고신·기장·예장합신 등 6개 교단의 교세 현황을 종합하면, 2004년 3만 8,446명이었던 6개 교단의 목사 수(파란 막대)는 2013년에는 5만 8,578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전체 기독교인 수(노란 선)는 감소했다. 2011년에는 836만 7,983명이었던 교인 수는 2012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3년에는 806만 7,079명이 됐다. (자료 출처 각 교단 교세 현황, 뉴스앤조이 시각화 자료)

예장합동·예장통합·감리회·예장고신·기장·예장합신 등 6개 교단의 교세 현황을 종합하면, 2004년 3만 8,446명이었던 6개 교단의 목사 수는 2013년에는 5만 8,578명으로 늘어났다. 1년에 목사가 평균 2,000명씩 늘어난 셈이다.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숫자가 상당하다. 예장합동은 직영으로 총신대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총회가 인준한 신학교가 11개다. 예장통합은 7개, 감리교는 3개다. 3개 교단만 합쳐도 22개가 된다. 다른 군소 교단 신학교, 거기에 야간 신학대학교까지 더하면 1년 동안 배출되는 목사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반면, 전체 기독교인 수는 감소했다. 위 6개 교단을 예로 들면, 2011년에는 836만 7,983명이었던 교인 수가 2012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3년에는 806만 7,079명이 됐다.

▲ 주요 교단은 목회자 임지 문제 해결을 위해 신학대학원 정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목회자 수급 조정에만 집중하는 교단들

주요 교단들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신학생 수 줄이기에 나섰다. 예장통합 교육자원부 총무 김치성 목사는 "총회가 신학대학원에 정원을 줄이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가 과잉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말은 몇 년 전부터 교단 안에서 꾸준히 나왔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정원이 300명인 것도 총회와 학교가 의논해 결정한 수치다. 총회도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세미나를 열고 목회자를 뽑는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감리회 교육자수급및고시위원회 총무 조상완 목사는 "본부 차원에서 각 학교에 정원을 줄이라고 요청한다. 신학대학원 총장들이 우리 위원회에 모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장은 해마다 이들과 간담회를 여는데, 매번 정원 수 조정을 요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단이 신학대 정원을 줄이려는 정책은 실제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신학대학원이 학교 운영 문제를 이유로 교단의 요청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1년 동안 학교에 내는 등록금이 1,000만 원 가까이 된다. 학교 입장에서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은 수입원을 없애는 것과 같다. 조상완 목사는, "신학대학원이 비록 총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지만, 학교가 거절하면 그만이다. 학교 운영과 재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원을 총회가 강제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간섭하기 어려운 현실이다"고 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신학대학원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어 정원 수를 굳이 조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작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지원자 경쟁률은 2:1로, 지난 2011년 경쟁률보다(3.2:1) 감소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도 2011년 4.1:1이었던 반면, 작년에는 3.1:1이었다. 감리회·성결교·예장백석 소속 신학대학원도 해마다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다. 한세대학교 신학대학원은 오히려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었다. 김치성 목사는, "목사가 되려는 지원자가 줄고 있어, 목회자 공급 문제는 알아서 해결될 거라고 보는 이도 있다"고 했다.

갈 곳 없는 무임목사들 위한 대책도 필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예장합동에서는 신학대학원 정원 수 조정 외에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장합동은 작년 99회 총회 때, 총회정책연구소를 만들었다.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종의 '싱크 탱크'와 같은 곳이다. 총회정책연구소는 올해 3월 12일부터 전국을 돌며 지금까지 세 차례 공청회를 열었다. 앞으로, 그리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의견을 들었다.

공청회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것 중 하나가 목회자 임지 부족 문제다. 총회정책연구소 운영위원장 장봉생 목사는 "공청회에서 만난 목회자들은 하나같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단 차원에서 임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시행한 조치는 없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만들 계획이다"고 했다.

장 목사는 "단순히 신학대학원 정원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신대원이 실제로 정원을 줄일지도 미지수다. 무임목사들이 목회가 아닌 다른 형태로 사역할 수 있도록 총회가 다양한 길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대다수 교단은 임지가 부족한 문제를 신학대학원 정원 수 조정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교단 실무자들은 정원 감축 외에 교단이 취한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무임목사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예장합동 총회정책연구소가 여러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총회정책연구소가 내놓은 과제가 올해 정기총회에서 받아들여져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무임목사들은 교단 차원에서 하루빨리 자신들의 임지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임지 연결 단체에서 만난 한 의뢰인은 "임지 부족은 모든 목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데, 총회에서는 아직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임지 연결 단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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