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인이 고액을 교회에 헌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벌어들인 돈이다. 교회 지도자가 그 사실을 확인한 다음 어떻게 처신해야 마땅할까.
최근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무기 거래상 장로가 떠오른다. 한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그는,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을 헌금한 다음 다시 빼내는 방법으로, 교회를 불법 자금 세탁소로 전락시켰다. 이 교회 지도자들은 장로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자신들은 억울하게 매도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교인이 불법을 저질러서 번 돈을 헌금한 것이 드러난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미시간 주에 있는 부활생명교회(Resurrection Life Church)는 2014년 11월, 지역 검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과거 교회가 받은 헌금 중에 데이비드 매퀸(David McQueen)이라는 사람이 낸 돈이 있는데, 그가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라는 것이다. 다단계 사기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받은 헌금만큼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교회는 그렇게 하겠다고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오래 전의 일이고, 교회가 그 헌금만 따로 모아서 쓰지도 않았고, 여태 간직하고 있을 리도 없었다. 교회로서는 갑자기 3억 원이 넘는 큰돈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우선 연방 검사에게 답장을 보내 이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우리 교회는 매퀸이 어떻게 번 돈으로 헌금을 한 것인지 전혀 몰랐다. 이 기부자가 안 좋은 일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알 수도 없었다. 부활생명교회 당회는 검사가 보낸 제안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우리는 매퀸이 낸 십일조 등 모든 헌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제안을 신중하게 고려했다. 그리고 아주 정중하게 거절하기로 했다."
교회의 주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매퀸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해 헌금을 했다. 어떨 때는 십일조로, 어떨 때는 감사 헌금으로 꾸준하게 냈다. 교회는 그 헌금으로 교회가 진행하던 사역에 골고루 나눠 썼다. 고아원에 보내기도 하고, 해외 선교에 쓰기도 했다. 먹을 것이 필요한 교인들에게 음식을 사 주는 일에도 썼다.
두웨인 클록(Duane Klok) 담임목사는 교회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돈을 돌려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현재 교회는 3억 원이라는 돈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고, 또 우리가 최근에 받은 헌금들은 그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산과 맞지 않게 헌금을 쓰는 일은 또 다른 법적인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몇 년 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또 다른 비윤리적인 죄를 범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교회의 반응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이내 후속 조치를 취했다. 비록 모르고 받은 돈이기는 하나, 누구에게는 전 재산일 수도 있는 돈을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클록과 당회가 생각해 낸 방법이 '특별 헌금'이다. 그는 이어지는 글에서 돈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회가 특별 헌금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 헌금은 전액 투자자들의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일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한 명이 전체 과정을 감사할 것이고, 연방 검사와도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부활생명교회 홈페이지에 가면 '매퀸 피해자 펀드'라는 제목으로 특별 헌금을 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교회가 피해자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그들의 돈을 책임지고 갚으려고 하는 모습은 SNS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특별 헌금에 동참했다고 밝힌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