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 소식지 2호를 발간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에서 하는 다양한 사역 소식도 전하고, 김영봉·유기성·김기석·박득훈·박대영 목사 등 여러 분들의 글도 실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소식지에 실린 글을 하나씩 게재해 <뉴스앤조이> 독자들과 나눕니다. - 편집자 주
▲ 순례자는 중심을 찾기 위해 떠났기에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이끄는 모든 것, 그것이 고난과 시련일지라도 감사해한다. 이 컨퍼런스가 나에게는 바로 그 순례의 길이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몇 해 전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 등록과 입금을 마쳤다. 평소에 만나 뵙기도 어려웠던 선배 목회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 교제하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자리였기에, 더욱이 그동안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뉴스앤조이>에서 계획한 것이라 선뜻 결정을 했다. 하지만 당시 일정이 겹치면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좋은 일을 하는 목회멘토링사역원에 기꺼이 후원하는 마음으로 등록비 환불을 요청하지 않았고, 그 일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5년 동안의 미국 사역을 내려놓고 한국에서의 개척을 준비하고 있는 분주한 이때, 예전에 이루지 못한 약속을 지키고 싶어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오래전 잊었던 중요한 약속을 지킨 것만큼이나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우선,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목회 일정에서 빼놓는 것조차도 자유롭지 않을 바쁜 선배 목사님들이 거의 대부분의 순서를 후배들과 함께해 준 것에 감사했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쉬는 시간 목을 축이러 나온 로비와 카페에서, 멘토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그 아무라도 스치는 곳에서 자연스러운 멘토링이 일어난 셈이다. 그 현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한조 목사님과 두 번의 만남, 그리고 김기석 목사님과 두 번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정 목사님과는 둘째 날 오전 식당에서, 목회 전반에 걸쳐 진솔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몇몇의 교회 학교 담당 사역자들에게 '어떻게 유년부 아이들에게 들리는 설교를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하신 짧은 가르침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멘토링을 받게 되었다. 

김기석 목사님은 평소 책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만 안면이 있었는데, 멘토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여러 진솔한 목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유독 '길'이라는 단어를 책과 설교에서 많이 사용하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길은 걷기 위해서 있는 것이며, 예수가 곧 길이요 진리라는 것은 그 예수의 길을 우리가 걸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소위 세상적인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여느 천박한 목회자들과는 그래도 다른 길, 곧 예수의 길을 가려고 몸부림치는 이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선배들과의 어울림의 자리가 곧 컨퍼런스의 또 하나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멘토들과의 만남이 컨퍼런스의 한 축이었다면, 이번 멘토링에 참여하신 100여 분의 사역자들과의 만남은 또 다른 영감과 감동의 근원이었다. 비록 같은 조라도 시간과 관계적인 여유가 없어 참석하신 분들과 깊고 친밀한 나눔을 갖지 못해 못내 아쉬운 부분은 있다. 그럼에도 간간이 질의응답이나 대담 시간에 튀어나오는 사역의 현장과 그 냉정하고 비정한 현실을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격려의 시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멘토로 오신 강사분들과, 밀린 월세 걱정, 수년간이나 변함없는 성도들의 숫자,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이중직이 아니면 생계가 불투명한 후배 목회자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은 분명 존재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외적 조건들을 떠나서 목회의 본질에 있어서는 서로가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하는 치열한 사역의 현장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각기 사역과 삶의 자리야 사뭇 다를지라도 하나님나라 복음 위에 세워질 건강한 목회 생태계의 필요성에는 그 누구도 뜻을 달리하지 못했으리라. 그래서 마치 낭떠러지로 떠밀릴 것 같은 상황에 처한 여러 목회자들의 고민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12명의 사모님들의 존재였다. 김종희 대표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이 있었음에도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하신 대부분의 사모님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말씀을 삼가셨다. 그러나 박리부가 사모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당신들은 지금껏 견뎌 왔던 마음의 무거운 짐을 작게나마 열어 보이며 내려놓으셨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사모님들만의 단체 카톡방이 결성되었다고 하니 그것이야말로 멘토링 컨퍼런스의 열매라고도 할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의 한 모습이리라.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매해 겨울마다 재정 여유가 없는 목회자들의 자녀들을 선발하여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소위 'PK'라는 특수 집단으로 취급받는 청소년들에게 여행은 평생 추억이 될 소중한 기회이자 꿈 그 자체다. 

그러나 사모들 역시 소위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작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희생하지만, 본인의 몫은 챙기지 못할 뿐 아니라 큰소리도 한 번 내지 않고 그 울화를 참아 내는 어머니요, 아내의 이름이 바로 사모다.

마지막 대담 시간 한 사모님의 고백을 통해 어쩌면 하나님은 앞으로 목회멘토링사역원만이 아닌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말씀하신 것 같다. 이번에 컨퍼런스가 열린 장소는 모든 것에서 훌륭했다. 그러나 사모들을 위한 그 어떤 행사가 기획된다면, 더 좋은 곳, 더 편한 곳, 더 잘 먹고 잘 쉴 수 있는 곳에서 '우리보다 더 잘해 드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이번 컨퍼런스를 되돌아보면, 나 자신과 사역에 적용한 것은 자명하다. 나를 비롯하여 참석자들 대부분이, 삶의 자리와 목회의 현장에서 부대끼며 얻게 된 '풀기 어려운 난제들' 몇 가지를 안고 컨퍼런스에 들어왔다. 건강하지 않은 목회 생태계 속에서 본질 아닌 것을 붙들고, 말씀이 아닌 잔머리를 굴려야 했던 나 스스로부터 컨퍼런스 기간 동안 이어진 예기치 않았던 질의응답과 나눔을 통해 다시 목회의 본질에 마음을 묶어 매었다. 적용은 컨퍼런스가 열린 그 시각으로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내 삶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멘토 한 분이 중세 격언을 인용하면서 '여행자는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고 했다. 돈을 내고 여행하는 자는 돈을 낸 만큼 대접을 받고자 하기 때문에 요구와 불평이 많다. 그러나 순례자는 중심을 찾기 위해 떠났기에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이끄는 모든 것, 그것이 고난과 시련일지라도 감사해한다. 

몇 년에 걸쳐 두 번의 비용을 지불하고 한 번 참석한 이 컨퍼런스가 나에게는 바로 그 순례의 길이었다. 진정 요구할 것과 불평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응당 <뉴스앤조이>와 목회멘토링사역원, 시작부터 끝까지 정성껏 준비를 해 주신 스태프들, 건강한 목회를 꿈꾸고 소망하는 참석자들과 멘토들에게 감사한다. 오래전에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던 짧은 순례를 잘 다녀왔다.

최호남 / 목사, 제4회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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