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 맞는 두 번째 부활절, 순찰하는 경찰 몇 외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안산 합동 분향소에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자리를 지켰다. 감리회 안산지방 35개 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부활의 기쁨 대신, 추모와 위로의 시간을 가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15년 부활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하고 있는 안산 지역 교회들은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며 차분한 가운데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안산 합동 분향소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안산지방(박인환 감리사)이 주관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새벽 연합 예배'가 열렸다. 4월 5일 오전 5시에 안산지방 35개 교회와 300여 명의 교인들이 모였다.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바람까지 불어 추운 날씨였지만, 교인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추위를 이겨 내며 예배했다. 예배는 기쁨과 환희 대신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조용히 진행됐다. 순서를 맡은 자마다 위로와 부활 소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그리고 온전한 선체 인양을 위해 기도했다.

유가족들 중에서는 박은희 전도사(고 유예은 양 어머니)가 대표로 참석했다. 다른 유가족들은 4월 4일부터 5일 오후까지 자녀들의 영정을 들고 안산에서부터 광화문까지 도보 순례를 한 관계로, 이날 예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박은희 전도사는 많이 지친 표정이었다. 작은 목소리로 "지난주 정부와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보상 문제가 거론되면서 유족들은 더 힘들어졌다. 주위에서 '7억 받았으면 그만해야 되지 않냐'고 해서 힘들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자식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 않나. 여기 모인 그리스도인들께서도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처럼 돈보다 소중한 아이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 박은희 전도사는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다시 돈 얘기를 들고 나오는 정부 때문에, 유가족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양우석 목사(안산서지방 감리사)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지난해 부활절처럼 올해도 우리들은 맘대로 웃지도, 기쁨을 누리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더 큰 아픔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양 목사는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절망에서 희망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두려움에서 평안함으로 바뀌기를 기원했다.

예배를 주관한 박인환 목사는 "이 부활절 아침에 누군가는 안산 합동 분향소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자신과 화정교회 교인들만이라도 모이려고 했지만, 이를 안 안산지방 목회자·장로님들이 동참의 뜻을 모아 주셨다. 덕분에 같이 예배하게 돼 감사하다"면서, 참석한 교인들에게 "크고 따뜻한 교회 건물 안에서 예배하기를 포기하고, 춥고 어두운 길거리에 나와 함께 자리를 지켜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며 인사했다.

예배 후에는 합동 분향소에서 헌화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자녀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도보 순례 중인 관계로 조문이 일시 중지돼 분향소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300여 명의 교인들과 안산지방 목회자들은 한 명씩 박은희 전도사와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박 전도사의 손을 잡으며 "힘내세요"라고 위로했다.

이날 같은 시각 안산 지역 960여 개 초교파 교회로 구성된 안산시기독교연합회(안기연·이수부 회장)도 부활절 연합 예배를 했다. 안산 빛나교회에서 열린 예배에는 1,500여 명의 교인들과 각 교회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내빈으로 제종길 안산시장과 성준모 안산시의회 의장, 김영환 새누리당 국회의원,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기수철 목사(샘골교회 원로목사)가 설교했다. 안기연 총무인 김희석 목사(음파교회)는 "이번 예배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예배는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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