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기독인 동문들이 국제캠퍼스 경비·청소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59인 동문들은 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훼손시키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의 대자보는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 붙였다. (사진 제공 장미빛)

연세대학교(연세대) 기독인 동문들이 국제캠퍼스 경비·청소 해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기독인 동문 59인은 3월 26일 성명을 발표해,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학교가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이를 규탄했다.

연세대는 용역 업체를 통해 국제캠퍼스 기숙사에 72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용해 왔다. 그러던 지난해 말 용역 업체 재입찰 과정에서 1년 단위 근로 계약서를 쓴 22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학교 측에서 용역 비용을 낮춘 업체에 입찰 협상 우선권을 주면서, 업체가 일부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다.

용역 업체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하루 노동 5.5시간(이전 8시간), 기본급 월 95만 원(이전 120만 원) 수준의 다운 근로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통고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지난 1월 14일부터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계약 만료 시기에 따라 해고된 노동자들의 수가 늘어 현재는 24명이 됐다.

연세대는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 대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유인물을 살포하거나, 현수막, 천막 설치, 구호 복창 등의 행위를 위반으로 간주하고 이 같은 행위 1건당 50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농성 천막도 철거하지 않을 시, 날 수마다 100만 원을 내야 한다.

59인 동문 서명을 주도한 천정연 씨(00 신문방송)는 기독인으로서 기독교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리기 위해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성명에는 학교가 예산 삭감을 위해 간접 고용이라는 교묘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내쫓았다고 나와 있다. 경비·청소 노동자들도 연세대의 구성원이라며 학교가 법의 사각지대에 숨지 말고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 승계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59인 동문들은 서명과 함께 벌금에 해당하는 돈을 모았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비용은 4월 '연세대학교비정규직노동문제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서 주최하는 문화제에서 쓰일 예정이다.

한편, 공대위에 따르면 경비·청소 노동자 해고를 규탄하는 재학생 서명자는 3,000명에 이른다. 공대위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학생들의 입장과 일정 등을 공유하고 있다. (공대위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 가기)

▲ 졸업생들이 신촌캠퍼스에 있는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바쁜 노동자들이 80일 가까이 복직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사진 중앙에 앉은 이가 해고된 노동자. (사진 제공 김인정)

다음은 성명 전문.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 주십시오 
말이 아닌 행동으로!
ㅡ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연세 기독인 동문 59인의 지지 성명서ㅡ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며 우리는 노동의 여러 현장을 몸과 눈으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특히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노동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불안을 안겨 주는 현실을 보아 왔다. '을'도 아닌 '병'의 처지에 놓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갑'의 횡포의 극단을 보여 주고 있는 연세대학교의 모습에 우리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갑영 총장은 수차례의 연설문을 통해 연세대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운 학교임을 상기시키며, 학생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2015년 학위수여식사, 입학식사). 도대체 섬김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가난한 자와 고통받는 자들의 친구였던 예수를 본받아, 사회의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연세대학교의 작금의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900억짜리 공사를 진행할 만큼 부유한 학교가 간접 고용이라는 교묘한 방식을 이용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여 예산을 절감하려 했다.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천막으로 내몰고 학교 행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벌금을 매겨 쫓아내려 했다. 법의 사각지대 뒤에서 "우리는 책임이 없다"를 일관하는 학교의 태도는 예수를 사형장에 넘겨주면서 "나는 책임이 없다"며 손을 씻었던 빌라도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어떤 분들인가. 학생들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허리 펼 새도 없이 밤을 지새우며 일하는 분들이다. 소중한 연세의 구성원이요, 일할 권리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들이다. 그분들은 다만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돌려 달라 했다.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게, 그저 빗자루를 돌려 달라 했다. 연세대학교는 이 소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없는가.

우리는 백양로를 걸었던 기독인들로서 연세대의 만행에 무관심하고 침묵해 왔던 것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또한 연세대학교가 그토록 강조해 오던 "기독교 정신"을 훼손하고 오직 맘몬(자본)의 논리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규탄한다. 연세대학교는 해직 노동자들에 대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즉각 취소하고 근로조건 저하 없는 고용 승계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연세대학교의 수장이자 대표로서, 또한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총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섬김의 리더십'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요구한다.

2015년 3월 26일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연세 기독인 동문 59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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