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혜로교회(신옥주 목사) 신자 80여 명이 화성시 ㅇ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ㅇ교회에 다니는 한 교인이 소속 신자의 자녀를 못 만나게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ㅇ교회 담임목사가 자신들을 이단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은혜로교회 신옥주 목사 신자들이 화성시 남양동에 있는 ㅇ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고 합니다." 이틀 전 <뉴스앤조이> 앞으로 제보 전화가 왔다. 해당 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제보 내용은 사실이었다. 3월 26일부터 한 달간 집회가 예정돼 있으며 참여 인원은 100명이었다. 지난 2월, 대전중앙교회 담임목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 은혜로교회 측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ㅇ교회로 방향을 튼 이유는 무엇일까. 

3월 26일 오전 10시 30분, <뉴스앤조이>는 ㅇ교회를 찾았다. 빨강·연두·노랑 조끼를 입은 은혜로교회 측 신자 80여 명이, ㅇ교회 건너편 인도 위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몇몇 신자는 교회 앞을 지나는 행인에게 은혜로교회 홍보 유인물을 나눠 줬다. 한 신자는 기자를 행인으로 알고 "신옥주 목사님 말씀 한번 들어 보세요. 인생이 바뀝니다"라면서 유인물을 건넸다. 무슨 일로 나왔냐고 묻자, "전도하러 왔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도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한 마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수십 명의 시위자를 본 행인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기도만 하면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준다고 말하는 꿈꾸는 자들의 말을 믿지 말자", "지구는 종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징계를 받을 뿐. 사단, 마귀, 귀신들 즉 악한 자들의 종말이다"고 적혀 있었다. 

▲ 침묵시위로 시작된 집회는 구호와 함께 마무리됐다. 은혜로교회 측은 자신들은 이단이 아니라면서 ㅇ교회 이 아무개 담임목사는 신옥주 목사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이단이라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면서 시위의 저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은혜로교회 신자 및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부착된 문을 열고 ㅇ교회에 들어갔다. 교회 관계자는 "며칠 전 은혜로교회 측 신자들이 교회와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설명했다. A교회는 7년 전부터 어린이집을 포함한 대안 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초·중·고등학생 140명이 재학 중이다. 한창 설명을 듣고 있는데, 교회 로비가 시끄러웠다. 

은혜로교회 측 신자 6명이 안으로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 30대 여성 신자 나 아무개 씨는 ㅇ교회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있는 걸 안다면서 돌려 달라고 외쳤다. '딸을 돌려 달라니?' 기자는 나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요청했다. 나 씨의 주장에 따르면 4개월 전, 남편 김 아무개 씨가 5살 된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김 씨는 ㅇ교회 집사이고, 대안 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나 씨는, 남편이 은혜로교회가 이단이라면서 다니지 못하게 막았고, 이로 인해 사이가 멀어졌다고 했다. 

옆에 있는 신자들이 나 씨를 거들고 나섰다. 일반 가정 문제라면 끼어들지 않았을 테지만, ㅇ교회가 자신들을 이단으로 매도했기 때문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신자는 "여기 목사가 우리를 이단이라고 했다. 우린 이단이 아니다. 이단이라는 성경의 근거를 대라"고 말했다. 

ㅇ교회 관계자가 "교회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제지하자, 은혜로교회 신자들은 학교로 이동해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됐다. "나가세요", "아이만 (돌려) 주세요",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무책임한 소리 마세요." 승강이는 경찰이 출동하면서 끝이 났다. 경찰은 은혜로교회 측 신자들에게 집회 장소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자리로 돌아온 은혜로교회 측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마무리했다. "ㅇ교회 교인들은 정신 차려라", "김 아무개 집사는 영혼 살인을 중단하라", "이 아무개 담임목사는 신옥주 목사에게 공개 사과하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없으면 망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제 자유롭게 전도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한 관계자의 말과 함께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은혜로교회 신자들의 시위를 지켜본 ㅇ교회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교회 대 교회 싸움으로 몰아 간다는 것이다. ㅇ교회 이 아무개 담임목사는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가정 문제를, 시위로 해결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단으로 매도했다는 은혜로교회 측의 주장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자칫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은혜로교회 측과) 대화를 삼가고 관계를 갖지 말라고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은혜로교회 측은 내일도 시위를 이어 갈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ㅇ교회 측은 은혜로교회 측의 시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 ㅇ교회 출입을 시도하는 은혜로교회 측 신자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제지하기 전까지 교회 출입 시도는 계속됐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 ㅇ교회는 교회 출입문에다가 은혜로교회 신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을 부착해 놨다. ⓒ뉴스앤조이 이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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