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방영 중인 CBS의 특집 다큐멘터리 '관찰 보고서 ―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과 CBS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천지 측은 '강제 개종 교육을 자행한다', '후원금만 받으면 이단도 방송에 출연시킨다'고 CBS를 비방하고 있고, CBS는 '허위 사실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대응하고 있다.

▲ 신천지 측에서 제작한 'CBS,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라는 영상에는 전 CBS 영상편집위원 김 아무개 씨가 등장한다. 그러나 <노컷뉴스>에 따르면, 영상편집위원회라는 기구 자체가 없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먼저 신천지의 대응을 보자. 당초 방송 초기에 목동 CBS 사옥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던 신천지는, 돌연 시위를 취소하고 대신 언론을 통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신천지의 유관 기관인 <천지일보>를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글을 게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CBS의 다큐멘터리가 악의적으로 편집·조작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천지가 제기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어 다큐멘터리가 예정대로 방영하게 되자, <천지일보>를 통해 방송 5시간을 앞두고 반응했다. 예장합동에서 이단성이 있다고 한 전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방송에 내보내기로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단 논란이 있는 목사를 방송에 내보내려면 노사 간에 먼저 합의를 해야 한다'고 CBS 노조가 주장한 것을 활용, 신천지는 "CBS는 돈만 받으면 이단으로 분류되는 목사 설교도 틀어 준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CBS 다큐에 '발끈'한 신천지)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들을 불렀다. 그 자리에서 신천지 교인들로 구성된 강제개종피해자모임(강피연)은 '개신교 목사들이 자신들을 강제로 개종시키기 위해 납치·감금·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신천지, "CBS 다큐는 조작" 주장)

SNS와 미디어를 통한 대응도 이루어지고 있다. 강피연 기자회견을 전후해서는 '강제 개종 교육'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고, 관련 기사마다 신천지를 옹호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신약예언의성취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라는 유튜브 채널에는 "CBS,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라는 동영상이 게재됐다. 15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CBS가 그동안 왜곡 보도를 해 왔다는 내용과 함께 전 CBS 영상편집위원을 지냈다는 김 아무개 씨가 등장한다. 김 씨는 "CBS는 공정성과 진실에 어긋나는 발언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CBS가 반격했다. 신천지가 여론을 호도하고, CBS를 음해하고 있다고 했다. CBS의 인터넷 신문인 <노컷뉴스>는 신천지의 동영상에 대해 "'영상편집위원회'라는 기구는 CBS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천지 측에서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꾸며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은 얼굴까지 전부 나오는 데 비해 김 씨는 뒷모습만 등장한다.

CBS는 이어 신천지가 여론 몰이를 통해 조직적으로, 수시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노컷뉴스>는 2012년 보도를 인용해 신천지가 주요 관공서에 조직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일을 거론하며, 신천지가 교인들을 이용해 '강제 개종 교육'을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는가 하면, CBS가 강제 개종 교육을 옹호·방조한다는 식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의 주장이 허위이며 자작극이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안산 상록교회 진용식 목사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여 명의 교인들과 함께 3월 25일 '신천지 집단의 거짓 주장에 대한 탈퇴자들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납치, 폭행, 감금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강제 개종당했다고 진술하라'는 신천지 상부의 조직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한 탈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또 탈퇴자의 말을 인용해 "신천지 상부에서 특정 사이트에 특정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검색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만들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 3월 25일, 안산 상록교회에서 '신천지 집단의 거짓 주장에 대한 탈퇴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천지 탈퇴자들은 신천지 상부로부터 '강제 개종을 당했다고 주장하라', '특정 검색어를 1위로 만들고, 신천지 옹호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 진용식)

CBS 다큐멘터리는 절반 분량인 4회 분이 더 남아 있다. 신천지 교회는 3월 23일, "국민들 앞에서 선악을 가리자"고 성경 공개 토론회도 CBS에 제안했다. CBS는 신천지가 일종의 '물타기' 전략을 통해 다큐멘터리 내용을 폄하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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