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양제일노회(김은각 노회장)에 이어, 평양노회가 3월 23일 왕성교회에서 분립 예배를 진행했다. 이로써 예장합동 정치 1번지로 불리던 평양노회는 완전히 둘로 나뉘게 됐다.

▲ 평양노회 분립 예배가 3월 23일 왕성교회에서 열렸다. 예장합동 박무용 부총회장이 설교했고, GMS 이사장 김재호 목사, 총회 서기 권재호 목사 등이 축사했다. 1부 예배 후에는 평양노회분립위원 소개 및 새로운 임원단 발표가 이어졌다. 평양노회 봄노회는 평양제일노회와 같은 날인 4월 13일 예수사랑교회(김진하 목사)에서 열린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분립 예배는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로 치러졌다. 수많은 화환과 축하객 들로 북적였던 평양제일노회 분립 예배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평양제일노회 분립 예배에 참석해 설교와 축사를 전한 예장합동 백남선 총회장과 김창수 총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분립 전 평양노회에 속했던 110개 교회 중 50개 교회가 평양노회(분립 후)를 택했다. 왕성교회(길요나 목사), 광현교회(강재식 목사), 상암월드교회(고영기 목사), 예수사랑교회(김진하 목사), 예광교회(조은칠 목사) 등이 합류했다.

무임목사 신분인 전병욱 목사도 평양노회를 택했다. 하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소속을 보류한다는 총회분립위원회 결의에 따라 회원 명부에는 오르지 못했다. (관련 기사 : 평양노회 재판국, 전병욱 징계 결론 못 내려) 홍대새교회 황은우 부목사는 무임목사 자격으로 회원 명부에 올랐다.

예배당에는 전병욱 목사 재판을 진행했던 국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재판국은 2월 28일 모임에서 "노회에서 판결하지 않는다. 단, 삼일교회가 10일 안에 총회에 상소할 수 있다"고 결정한 후 재판을 종료했다. 하지만 재판국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고(삼일교회)와 피고(전병욱 목사) 측에 판결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국원들에게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국원들은 "노회장과 서기가 서로 다른 노회로 갈라졌다. 결정문을 양측에 보내려면 임원단이 모여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재판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재판국이 해체돼 결과를 통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출된 결론이 없으니 결정문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선교 선봉장 되자"…새임원단에 반발, 봄노회까지 '임시'로

축사와 격려사를 전한 인사들은 평양노회가 남북통일 후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총회장 김준규 목사는 분립으로 세가 다소 약해진 듯하지만,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맡은 사명에 충성한다면 대(大)노회로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평양노회가 앞장서서 북한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노회 분립을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라고 말했다. 그는 분립 과정을 통해 평양노회가 앞으로 통일 과정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체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평양노회가 북한 선교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길자연 목사는 격려사를 통해 "우리 노회 분립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라 믿는다"고 했다. 갑자기 새아침이 오는 것처럼 통일이 올 때, 평양노회가 앞장서서 북한 선교와 북한 교회 조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총회분립위원장 김종희 목사는 새로운 임원단을 발표했다. 노회장에는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가, 부노회장에는 박광원 목사(가산교회)와 허장 장로(애일교회)가 각각 임명됐다. 서기는 노동혁 목사(서로사랑교회)였다.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1부 예배와 달리 2부 회무 처리 시간에는 고성이 오갔다. 임원 선출 문제를 놓고 일부 회원이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몇몇 회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봄 노회 때 투표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평양제일노회와 같이 작년 임원진에서 결원된 인원만 보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창배 목사(충신교회)가 단상으로 나왔다. 그는 "노회 정서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임원진에 있다. 예전부터 인맥으로 사람을 집어넣고 땡기는 일로 시끄러웠다. 새로운 노회에는 그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회원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노회분립위원으로 활동했던 고영기 목사가 나서서 상황 수습에 나섰다. 고 목사는 임원단 구성은 길자연 목사를 비롯한 전 총회장단과 직전 노회장의 만장일치 합의로 결의된 것이니만큼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봄 노회 때 새로운 임원단을 선출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박창배 목사는 "오늘 발표된 임원단이 임시로 임원을 맡는 것으로 하고, 봄노회 때 다시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회원들은 동의했다.

그때서야 임원단은 단상 앞으로 나와 회원들에게 인사할 수 있었다.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노회를 분립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이젠 하나가 되어 전통을 세워 가는 노회가 되도록 힘쓸 것이다. (노회장으로서) 가장 모범적인 노회를 만드는 데 기초를 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양노회 정기회는 평양제일노회와 같은 날인 4월 13일 예수사랑교회(김진하 목사)에서 열린다.

▲ 총회분립위원장 김종희 목사는 새로운 임원단을 발표했다. 노회장에는 김진하 목사가, 부노회장에는 박광원 목사와 허장 장로가 각각 임명됐다. 일부 회원은 임원 선출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김진하 목사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