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시민단체들이 가칭 '종북세력청산범국민협의회'(종북청산협의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3월 18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 출범했다. 공동위원장은 애국단체총협의회 이상훈 상임의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전 국무총리 후보 문창극 장로다.

종북청산협의회가 배포한 보도 자료를 보면, 보수 단체 500여 개와 개신교·가톨릭·불교 단체도 참여한 것으로 나온다. 낯익은 이름이 많다. 공동위원장 이영훈 목사와 문창극 장로를 비롯해, 공동의장으로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 전광훈 목사, 선진화시민행동 대표 서경석 목사, 한기총 전 대표회장 최성규 목사, 한기총 명예회장 이강평 목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집행위원으로 한기총 임원들과 행동하는양심실천운동본부 정함철 대표가, 지도위원으로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가 참여한다고 나와 있다.

종북청산협의회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보도 자료에서, "김기종류의 종북 극단주의자들과 후원 세력이 더 이상 사회에 발 들여놓지 못하도록 국가 안전 체제를 총체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오마이TV'에 따르면, 이상훈 공동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대통령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종북 척결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도 단상에 나서 "이 빨갱이 종북주의자들의 전략을 보니 (김기종의) 단독 범행으로 자꾸 말을 바꾸고 있다. 단독 범행? (중략) 어디라고 국민을 속여 먹어, 이 정신 나간 놈들. 대한민국 국민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동위원장인 이영훈 목사와 문창극 씨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종북 인명사전 발간, 테러방지법·범죄단체해산법·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국가보안법·국정원법 강화를 핵심 사업으로 내걸었다.

▲ 보수 시민단체들이 종북 세력을 청산하겠다며 협의회를 구성했다. 개신교계 인사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사진 왼쪽부터 서경석 목사, 전광훈 목사, 정함철 대표.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러나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한기총의 참여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최성규 목사는, 한기총은 종북청산협의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광복 70주년 행사를 기획한다고 해서 참석한다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안 간다고 했더니, 주최 측에서 이미 순서에 이름까지 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이다. 주최 측의 요구로 내가 단상에서 발언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한기총이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강평 목사도 "그런 단체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 없다"며 참여 사실을 부인했다.

이외 한기총 관계자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 관계자는 "최성규 목사의 말이 맞다. 그동안 종북청산협의회를 만들자는 얘기는 몇 번 있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날 행사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인 줄 알았다. 이영훈 대표회장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그냥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 내에서는 (종북청산협의회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북청산협의회의 보도 자료에는 한기총에 가입되어 있는 교단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백남선 총회장)도 적혀 있었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총회에서 한기총을 완전히 탈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기총 관계자는 "종북청산협의회 측에서 예전 자료를 그냥 올려다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총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북청산협의회 이희범 사무총장에게 했더니, 그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이 사무총장은 "단상에서 발언까지 하신 분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최성규 목사가 개인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기총은 참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경석 목사는 종북청산협의회의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다고 밝혔다. 정함철 대표도 협의회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극우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순수 진보 세력이 아닌 위선적인 종북 세력을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문창극 장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도위원에 이름이 있었던 이용희 대표는 협의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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