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3류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남침례교에서 큰 영향력을 끼쳤던 제리 팔웰(Jerry Falwell) 목사는 '도덕적다수(Moral Majority)'라는 단체까지 만들어 그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에도 자신을 거듭난(born-again) 그리스도인이라고 소개한 후보들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지 6년, 미국 기독교 우익 세력은 동성애·낙태·의료보험 등의 문제에서 정부와 각을 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동시에 2016년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공화당 내의 물밑 작업도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공화당 내에서도 보수 기독교 세력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며 일을 주도하고 있다.

▲ 미국부활프로젝트(American Renewal Project)라는 단체를 운영 중인 데이비드 레인은 여러 주를 돌며 공화당 유명 정치인과 목사들이 만나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목사들은 대부분 현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로, 미국을 다시 기독교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CBN 뉴스 갈무리)

자신을 전직 성경 판매원이자 회심한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하는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한 남자가 있다. 데이비드 레인(David Lane)은 현재 미국부활프로젝트(American Renewal Project)라는 단체를 운영한다. 그는 전국 각지 목사들의 연락처 10만 개를 모아 관리하고 있다. 각 주를 돌며 자신의 리스트에 있는 목사들을 불러 1박 2일의 행사를 열기도 한다. 초대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무료 행사에는 매번 약 200명에서 300명의 목사들이 참석한다. 목사들 앞에서 레인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유대-기독교 유산을 물려받은 나라입니다. 선조들은 하나님의 이름과 기독교 신앙으로 이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닙니다. 우리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 문화를 다시 세우는 것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이비드 레인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공화당이 다시 미국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국의 기독교적 전통 가치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레인이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정치인들을 번갈아 가며 목사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다.

공화당을 위한 확실한 표를 미리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레인이 추산하기로 미국에는 약 6,500만 명의 복음주의자들이 있다고 했다. 이들 중 유권자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이 약 절반 정도. 레인은 목사들에게 교회로 돌아가서 아직 유권자로 등록하지 않은 교인들을 독려하라고 주문했다.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가치를 아는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선거에 뛰어들라고 부추긴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은 목사들이 나서서 군대처럼 행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레인의 설교 후에는 또 다른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들도 이 행사에 참석해 목사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고 간다. 이 행사는 주로 정치적인 상징성을 띄는 아이오와(Iowa)·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네바다(Nevada) 주 등에서 진행된다.

보수적인 목사들은 2016년에 치러질 차기 대선에서, 전통적인 기독교 가치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길 원했다. 이들은 행사에 참여한 테드 크루즈(Ted Cruz) 텍사스 주 상원 의원(사진 왼쪽 뒷모습)을 위해 기도했다. (CBN 뉴스 갈무리)

목사들을 모아 놓고 1박 2일 행사를 하는 것만으로 물밑 작업이 끝나지는 않는다. 미국부활프로젝트는 벌써 수차례, 공화당의 유명 정치인들과 목사들을 모아 종교사를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주선했다. 2013년에는 랜드 폴(Rand Paul) 켄터키 주 상원의원이 목사들과 함께 이스라엘을 다녀왔고, 올해 7월에는 진덜 주지사가 또 다른 목사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다녀올 예정이다. 물론 공짜다.

미국부활프로젝트가 전면에서 일을 진행하는 동안 뒤에서 돈을 지원하는 곳은 따로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인 미국가족협회(American Family Association·AFA)다. 레인은 자신을 후원하는 익명의 독지가가 있다고 했지만 아이오와 주의 지역 신문은 AFA가 2006년부터 레인과 미국부활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라디오 방송국과 인터넷 네트워크, 막강한 자본을 소유한 AFA가 레인을 지원하는 대신에, 그가 가지고 있는 10만 목사들의 정보를 얻으면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레인이 거둔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아이오와 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가 되자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을 모아 주 대법관 중 3명을 불신임하자는 낙선 운동을 전개했다. 2010년, 전체 유권자의 54%가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고 판결한 판사 세 명에 대해 '신임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현 사법 시스템이 도입된 1962년 이후 처음 있었던 일로 미국 사법부에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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