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규장출판사에서 펴낸 김병삼 목사의 책 <사랑이 먼저다>를 읽어 보았다. 이 책은 만나교회에서 이루어졌던 두 번의 특별 새벽 기도회 설교를 엮어서 출간했다고 소개되고 있다.

▲ <사랑이 먼저다> / 김병삼 지음 / 규장 펴냄 / 224쪽 / 1만 1,000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책이라고 할 수가 있다. 예수님께서 결론을 내려 주신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 중 가장 오래 생존했던 사도 요한이 항상 강조했던 이야기는 바로 사랑이었다. 이 책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바로 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설교를 모은 책이다 보니 논리적이고 학문적인 깊이를 갖는 신학 서적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 혹은 에세이 정도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원 벤치에서 혹은 전철 안에서 아니면 침대 속에서 부담 없이 읽으면서 마음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사랑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배울 때 학기 초반에 반드시 다루는 개념이 exegesis(주해)와 eisegesis(자기 해석)이다. exegesis는 석의 혹은 주석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성경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eisegesis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성경을 부분적으로 발췌하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하면, 내 말을 설득력 있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님 말씀을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설교학에서는 이러한 주관적 해석은 설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사랑에 관해서 논리적인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성경 본문 없이도 책이 저술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성경 말씀은 이 책을 거들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하면, exegesis가 아닌 eisegesis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eisegesis라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면, 혹은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exegesis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eisegesis로 가기 쉽다.

또한 eisegesis의 방식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데 좀 더 실전적일 수도 있는 것 같다. 간증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실천을 제시 못 한 채 텍스트에만 충실한 설교보다는, 조금은 텍스트에서 벗어나더라도 우리 생활에 와 닿는 얘기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는 좋은 내용이 참 많지만, 조금 이상하게 여겨지는 부분들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책의 앞부분, 1부 1장의 제목은 '사랑은 용서가 먼저다'이다. 그런데, 이 자체로는 어법에 안 맞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먼저 용서하는 것이 사랑이다' 혹은 '사랑의 여러 덕목들 중에서 용서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내용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제목이 설교로만 끝났다면 일종의 문학적 표현 기교로 볼 수 있겠지만, 책으로 나오게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1장의 내용을 잘 살펴보았는데, 용서에 관한 얘기보다는 오히려 인내에 관한 내용과 사랑에 관한 내용이 더 많아 논지가 모호해 보였다. 사실 넓게 보면 용서와 사랑과 인내는 모두 통하는 개념이기는 하다.

2부의 제목들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권리 포기의 사랑이 이긴다', '주도권을 내어 드리는 사랑이 이긴다' 등등. 그렇다면 주도권을 내어 드리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라도 진다는 것일까? 주도권을 내어 드리지 않더라도 사랑이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부모의 양육권이나 친권은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항목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그건 사랑이 아닌 걸까. 혹은 그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사랑이라도 진다는 걸까. 훌륭한 목사님의 좋은 책인데 너무 따지고 들어서 좀 미안하다. 더 좋은 설교와 더 좋은 저술을 바라는 것이라고 이해해 주면 감사하겠다.

169쪽을 보면 전도사들을 기합 주며, 푸시업의 자세도 시범을 보이며 운동도 가르쳤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이건 좀 위험한 수준이 아닐까 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와의 관계는 장난으로라도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33쪽을 보면 아내와 26년을 살아오면서 싸우지 않고 살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 일일까. 혹은 정상일까. 윤리적으로 완벽한 목회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부 9장 '주도권을 내어 드리는 사랑이 이긴다'라는 파트에서는 가정에서 주도권을 양보함으로써 부부싸움도 줄이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참 좋은 내용인 것 같다. 부부싸움을 주도권 장악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 신선하게 와 닿았다.

192쪽에는 자신은 세습이란 말을 싫어하며, 큰 교회와 함께 많은 액수의 빚도 물려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내용을 보며 인간적인 고뇌를 느낄 수 있었고, 더욱 신뢰가 갔다. 그동안 규장에서 나온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맞춤법이 틀린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책도 그렇다.

책 뒤편에 나와 있는 규장 수칙을 보니 기도로 기획하고 기도로 제작한다는 말, 한 활자 한 문장에 온 정성을 쏟는다는 말, 충고와 조언을 경청한다는 말과 함께 지상 목표는 문서 선교에 있다는 수칙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규장에서 펴낸 또 하나의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최창균 / 군인교회 말씀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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