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날 오후부터는, 별도로 강의가 편성되지 않았다. 멘토들과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기 위해서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 둘째 날 오후부터는 5명의 멘토와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멘토와의 만남' 시간이 되자, 소그룹 장소로 이동했다. 각 소그룹에는 멘토로 참석한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박득훈 목사(새맘교회),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정한조 목사(백주년기념교회)가 각각 진행을 맡았다. 같은 시간, 눈에 띄는 소그룹이 하나 있었다.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아내들로 구성된 일명 '목사 사모 소그룹'이다. 인도는 유기성 목사의 아내 박리부가 씨가 맡았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책이나 라디오 설교를 통해 또는 강단에서 접한 멘토들과 가까이서 대화할 수 있었다. 옆에 나란히 앉아 평소 묻고 싶은 질문을 꺼내기도 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일주일에 책을 몇 권 읽는지 등을 묻는가 하면, 아내와 자녀와의 관계는 어떤지, 재정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 개인적인 질문들을 나눴다. 경기 하남에서 온 최헌영 목사는 평소 존경하던 목사들을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멘토들의 목회 이야기는 이날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멘토들은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 지금까지의 목회 과정, 부목사와 장로와의 관계, 교회 내 갈등으로 어려웠던 점 등을 가감 없이 풀었다. 서윤창 목사는 멘토 목사의 목회 스토리를 듣고 도움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목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선배 목사가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들으면서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경남 거제에서 온 이상래 목사도, 시골교회 목사들은 맨땅에 헤딩하듯이 목회를 하는데, 이날 좋은 조언들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남편 따라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얼떨결에 '사모 소그룹'에 참석한 아내들도, 그동안 남편에게도 교회에서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서로 나누고 격려하는 시간을 보냈다. 소그룹에는 13명이 참석했는데, 그중에는 개척교회 또는 사역을 시작한 지 2~3년 된 목사의 아내가 많았다. 이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이 사모로서 준비가 덜 됐다며 걱정을 털어놨다고 한다. 자신이 평신도인지 목회자인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이도 있었고, 남편과의 관계, 교인과의 관계를 놓고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었다.

소그룹에 참석한 최영미 씨는 목사 아내들과의 만남이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최 씨는 "사모들은 교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이다. 그렇기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묵은 체증이 풀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이들은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사모'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우군이 되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도 개설했다. 

▲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는 참가자들이 책이나 라디오 설교에서 접했던 멘토 목사들을 가까이서 자유롭게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이날 목사 아내들도 별도로 모여 남에게 말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멘토와의 대화는 저녁에도 이어졌다. 멘토와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묻고 답하는 '멘토 전체 대담'이 진행됐다. 목회자 이중직, 교회 분립 등에 대한 견해와 슬럼프 극복 방안 등의 질문이 오갔다. 대담 내용을 정리한다.

한 개척교회 목사는, 목회자 이중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미자립 교회의 목회자들에게는 이중직이 필수인데, 아직까지는 한국교회 정서상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느 교단에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중직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중직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중직에 대해서는 가져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안 가질 생각이다. 목회에만 전념해도 벅차고 힘들기 때문이다. 이중직을 가질 여유가 없다."

"성경에서는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다. 사도바울도 이중직이다. 초창기 선교사의 사역들을 봐도 직장을 갖고 선교했다. 이중직을 가져도 된다 안 된다 문제는 결국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지 교단이 법으로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중직을 통해 목회자가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서재에서 말씀을 준비하는 것보다, 직장에서 사람을 상대하고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깊이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일터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깨닫고 전하는 사람이 나오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이날 교회 분립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멘토들은 비공개로 분립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분립하다 겪은 어려움을 전했다.

"작년부터 분립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로에 소극장을 빌려서 부목사 중 한 명에게 교회를 개척하게 했다. 30가정이 따라갔다. 일정 기간 생활비를 보장해 주기로 하고, 교회 운영은 자유롭게 맡겼다. 지교회가 아닌 하나의 독립 교회가 되도록, 이름도 본 교회의 이름을 가져가지 못 하게 했다. 다음 달, 지난 1년에 대해 평가한다. 좋은 평가가 나오면 다른 부목사에게도 개척을 권할 계획이다."

"분립 개척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나름 좋은 의미를 갖고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지적을 받았다. 분립할 때, 바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인과 건물 등을 지원했다. 그런데 지역 교회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 교회에서 분립한 교회가 지역 내에 들어서면 인근 중소형 교회들은 모두 죽는다고 했다. 이후 교역자들과 이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 결국 교회가 지원하는 분립 개척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참석자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힘든 건 주일예배 이후 찾아오는 무기력이라고 했다. 탈진, 슬럼프, 스트레스 등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물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게 들 때가 있다. 목회자들에게는 영성 관리도 중요하지만, 정서 관리도 중요하다. 쌓인 감정의 문제를 처리하지 못 하면 모든 문제가 엉키고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문화생활, 취미 등의 배출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거의 매일 운동을 즐긴다."

"즐길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일예배가 끝나고 난 뒤, 죽고 싶을 정도로 탈진할 때가 몇 번 있었다. 시내를 산책한 뒤 집에 돌아와 책을 읽었는데, 그러자 마음이 고요해졌다. 내게는 산책이 배출구인 것 같다. 몸의 동작이 바뀌면 생각의 패턴이 달라진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관찰하고 다른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경험한다."

"탈진, 영적 회의,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 이것을 당황스럽게 여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한인 교회 목회자들과의 모임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들었다. 목사들은 주일예배 끝난 뒤가 항상 고비인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왜 예배를 마치고 왜 그렇게 힘든 걸까. 목회가 왜 즐거울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사역을 하나님께 맡기지 않고 내 뜻대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담 시간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기도회 시간을 가졌다. 기도회는 유기성 목사가 인도했다. 돈과 성장의 욕망에 사로잡힌 한국교회가 회복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했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십자가를 진 예수님의 길을 따르겠다고 기도했다. 

▲ 둘째 날 밤에는 기도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국교회의 회복과 목회자의 길을 위해 기도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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