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과학 기획의 마지막 기사입니다. 한국교회에서 '창조과학' 논쟁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만큼이나 끝나지 않는 논쟁 중 하나입니다. 이번 기획으로 창조과학의 논쟁을 종식시킬 수 없겠지만, 창조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앤조이>가 창조과학 논쟁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취재했습니다. 이번 기획은 ▲ 창조과학과 이를 반대하는 입장 ▲ 젊은지구론에 대한 창조과학회의 주장 ▲ 젊은지구론에 대한 우종학 교수의 반론 ▲ 논쟁을 통해 보는 바람직한 창조론 이해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일반 교인들이 창세기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기 위해, 10여 명의 지인들과 창세기에 대해 얘기했다. 이들은 모두 보수 신앙관을 지닌 교회에 30년 가까이 출석하고 있다. 하나님이 단 6일 만에 세상을 창조한 것을 문자 그대로 믿는지,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로 900년 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뻔한 질문이었는지 1분도 안 되어 모두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대다수 과학자들은 지구의 연대를 약 46억 년으로 보고, 우주의 경우는 약 138억 년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것은 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성경에 나온 숫자를 모두 더하면 창조된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 전이 된다. 지인들에게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대답은 아까와 비슷했다. "신앙의 힘으로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인들이 창조과학회의 글을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각은 창조과학자들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인 '젊은지구론'과 같다. 창조과학자들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증명하는 지구의 연대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지구의 나이를 계산한다. 창세기 1장의 내용대로 하나님이 세상을 단 6일 만에 만들었고, 창세기 5장과 11장에 기록된 대로 아담·셋·에녹·므두셀라·노아 등의 인물들이 900년 넘게 살았다고 말한다. 창조과학자들은 이를 모두 합산해, 지구의 나이가 약 6,000~7,000년이라는 '젊은지구론'을 주장한다. 

창세기 1장의 장르는 '시', 5장은 '족보'?

창세기에 대한 창조과학자들의 해석을 놓고 구약학자들의 견해를 구했다. 창세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물었다. 국내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구약학자는 현재 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홍석 박사밖에 찾지 못했다. (관련 기사: [기획2] 창조과학회는 왜 지구가 '젊다' 하는가) 대다수 학자들은 문자를 기록한 시대상과 장르적 특성에 중점을 갖고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가 그린 성경 속 아담의 모습. 김근주 교수는 창세기 1장이 주는 주요 메시지는 인간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구약학)는 성경이 단순 사실만 나열한 책이 아니라 시나 소설, 전기, 편지 등의 다양한 양식을 가진다며, 성경의 장르와 문학 장치를 살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고대근동학과 구약학을 전공한 김구원 교수(개신대학원대학교 구약학)는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의 천지창조 과정을 비디오로 녹화해, 우리들에게 보여 주는 책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저자가 시의 형식을 통해 천지창조를 표현한 것이다"고 했다.

창세기 5장에 나온 나이도, 장르적 특성에서 읽으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김 교수는 고대 근동 문화가 지닌 족보의 특징과 비교해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고대 근동에서 나이가 기록되어 있는 족보는 왕들의 족보였다. 이들도 창세기처럼 나이가 비현실적으로 높았다. 그 예로, 당시 수메르 왕조의 족보를 보면, 통치 기간이 수만 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김 교수는 왕들의 족보가 해당 왕조의 통치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는데, 창세기 5장도 같은 기능을 한다고 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과학에 적용해 증명하려는 것은 옳은 접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총신대의 한 구약학자는 "성경은 과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언어 방식이 과학적 이론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다. 창조의 과정을 오늘날 과학의 언어로 기술하는 것은 성경의 의도가 아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창조-타락-구속에 관한 하나님나라의 구속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책으로서 성경을 읽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세기에 대한 해석 및 접근 방식은 다양하다. 그런데 창조과학회와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다른 입장에 대해 성경의 기록된 내용을 믿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김근주 교수는 한 창조과학자에게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복음의 확장을 가로막는다"는 말을 들었다.

창조과학의 해석을 반대한다고 해서 반신앙적·반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을 당시 시대상과 비교해서 읽으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창세기 1장이 주는 주된 메시지는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했다는 것이다.

교회 게토화하는 배타성 지양, 평화적인 자세 견지

하지만 한국교회의 창조과학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우종학 교수가 쓴 "'지구 나이 1만 년'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이 창조과학 논쟁에 불을 지폈다. 칼럼 게재 이후,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우 교수의 페이스북에 수십 개의 반박 댓글을 달았다. 2월 말에는 창조과학선교회(ACT)의 이재만 부회장이 "우 교수는 창세기를 고대 근동 설화로 보고, 하나님의 창조를 믿지 않는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관련 기사: [기획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다...'어떻게?')

창조과학자와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이들의 배타적인 태도는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 왔다. 2008년, 양승훈 대표(창조론오픈포럼)는 '젊은지구론'을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가 창조과학회에서 제명당했다. 그는 창조과학회가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창조과학회 창립 멤버로 활동을 시작해 부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양 교수는 창조과학이 안식교 교주인 엘렌 화이트의 환상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처음부터 신앙고백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성경에 대한 해석이 자신과 다르다며 이를 존중하지 않고 편향된 해석만을 강조하는 경향은, 교회를 사회에서 고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양승훈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대중 캠페인에만 의존하는 창조과학 운동이 한국교회를 휩쓴다면, 한국교회는 지식이 게토화될 것이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지적 자살'이라는 기독교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창조과학 이론에 반대하는 비기독교인 과학자들이 반창조과학연합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기도 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ㅈ 씨는 "전공자도 아닌 사람들이 기존 과학이 모두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고 했다. ㅈ 씨는 교회 밖의 시각과는 다르게 교회 안에서는 창조과학이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근본주의 창조과학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비슷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창조과학의 배타적인 태도에는 문자주의의 영향도 크다. 김구원 교수는 "문자주의는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의미로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시점을 기준으로 해 '내가 부여하는 의미',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미'로 읽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자기의 주관대로 성경을 해석하니, 다른 이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지만, 그것을 담은 그릇은 인간의 언어다. 인간의 언어는 단어의 의미, 문학적인 상징, 글의 구성 등에 대한 연구가 수반된다. 따라서 성경은 접근 방식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해서 상대를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김근주 교수도 "무조건 문자 그대로 믿고 성경 전체를 사실이냐 허구냐는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 마르틴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 신학자들은 성경에 대한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부딪칠 때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현재 창조과학의 영향력은 한국교회 안에서 크다. 창조과학회는 대형 교회와 유명 목사들의 지지·후원을 받고 있고 전국적인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매달 평균 50회의 창조과학 세미나도 연다. 하지만, 창조과학회의 해석과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쪽은 그만 한 조직이나,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1년 창조과학회가 설립되면서 30년째 한국교회의 창조과학 논쟁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창세기에 대한 해석의 차이와 과학의 수용 여부 등을 놓고 학자들이 대립해 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론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신학자들은 성경의 다양한 해석을 놓고 충분한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올해 3월 3일부터 '과학과 신앙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송인규 소장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자세를 견지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구원 교수도 "구원에 관한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면, 믿음 안에 있는 형제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대화하는 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의 실천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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