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3월 '책 읽기 모임' 공지와 참가 신청 방법은 글 아래에 있습니다. -편집자 주

K를 기다리며

▲ <당신들의 기독교> /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144쪽 / 9,000원

어디서 본 듯하다. 김영민이 <당신들의 기독교>(글항아리)에서 소개하는 열 명의 기독교인, 아니 개신교인은 참 낯이 익다. 지내 온 어느 교회에서 한 번쯤 만난 듯 흔한 얼굴들이다. 그래서 열 개의 초상화 속에 지금 교회들의 모든 꼴이 조각조각 담긴 듯하다.

A는 40대 후반의 약사다. 성실한 부자로 교회에서 헌금을 가장 많이 한다. 십일조를 넘어 십이조를 7년째 하고 있다. 목사는 설교 중 "하나님이 A를 특별히 사랑하신다"고 축복까지 해 줬다. A는 낙타다. 부자는 못 들어간다는, 바늘구멍 같은 천국 문에 들어가고 싶은 독실한 낙타다.

B는 70대 노파다. 교회 권사로 충성스럽게 신앙생활을 한다. 남편을 두 명이나 여읜 과부로 도시 빈민의 삶을 살아 낸 그녀의 인생은 참으로 기구하다. 평생 사랑받지 못한 그녀는 부흥회에서 비로소 사랑을 만났다. 종교라는 환상의 형식을 차용한 사랑이다.

C는 목사요, 성서학자요, 오입쟁이다. 금요일 저녁이면 꼬리곰탕으로 위장에 기름칠을 하고는 강남 유흥가로 달려간다. 성직자이자 고등 학문에 종사하는 유한계급, 즉 귀족계급인 C는 룸살롱에서 모르는 여자의 속살을 약탈한다.

D는 서른 남짓 미혼녀다. 여덟 명의 아가씨로 구성된, 교회 내 비인가 성령 운동 동아리 팔선녀의 리더다. D와 선녀들은 영성주의 운동을 도발적으로 이끌며 교회 당국과 불화한다. 사람들은 그녀들이 음탕해 보인다고 쑥덕거린다.

E는 산골 교회 부목사다. 쉰을 바라보는 노총각인 그는, 과거 열심 있는 청강생이었다. 검정 고무신을 즐겨 신고 노동자의 모습을 한 청빈한 E에게는 어떤 '장소감', 삶의 공간의 기미가 느껴진다. 국수를 즐기던 그의 뒤통수에 예수의 모습이 비친다.

F는 담임목사다. 음성이 낭랑하고, 언변이 유창하고, 종교적 카리스마까지 갖춘 그는 참 말(씀)이 많은 목사다. 그에게 말하기의 쾌락은 나르시시즘에 가깝다. 반말 투에 사투리까지 갖춘 그의 언어 과잉은 자기애적 언어 탐닉이다.

G는 장로다. 종합병원 의사로 월급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접대 자리에서도 노래 주점에만 갔을 뿐 현금만은 한 푼도 받지 않을 만큼 근실한(?) 기독교인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부유층이다. 부의 세습을 통한 신(新)신분제의 합리화에 복무하는 교회의 수혜자인 것이다.

H는 마흔 가까운 과부다. 수년 전 대기업 부장이었던 남편이 과로사로 죽으며 많은 재산을 남겼다. 그녀에게 교회는 일종의 동호인 모임이다. 교회에서 만난 비슷한 유한층의 여성들과 함께 모여 교양과 여가를 즐긴다. F의 종교적 희망은 세속적 욕망에 떠밀려 종적을 찾을 수 없다.

I는 노방전도자다. 건장한 체구, 구릿빛 피부를 갖춘 40대 중후반의 I에게는 조폭의 분위기가 난다. 그의 무례한 복음 전도는 매우 진지하다. 그러나 그의 근본주의적 진지함은 무지와 맹신일 뿐, 탈가족주의적 동무 공동체를 지향한 예수의 진지함이 아니다.

J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정한 교회를 두고 정기적으로 출석하지는 않는다. 그에게 있어 개신교는 '삶의 종교'이다. 신앙은 어떤 이데올로기에 물들거나, 특정 의식을 준행해서가 아니라 생활양식에 의해 완성되는 법이라고 J는 믿는다.

저자는 이렇게 열 명 군상에 대한 뒷담화를 마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당신이 남았다. 나는 당신을 K라 부르겠다.

K,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교회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가? 위 열 명의 모습과 비교해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가? 당신의 신앙적 전통과 관습은 어떤 철학적, 종교적, 사회적 경관 위에 자리 잡고 있는가? '당신들의 기독교'가 궁금하다. 만나서 이야기하자.

일시는 3월 16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장소는 숙대 입구 앞 <뉴스앤조이> 회의실. 준비물은 이 책, 그리고 열린 마음, 그리고 웃는 얼굴.

<뉴스앤조이> 3월 '책 읽기' 모임 공지

<뉴스앤조이>가 지난달에 이어 함께 책 읽는 모임을 합니다. 3월 모임은 3월 16일(월) 저녁 7시 30분,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열립니다. 위의 책 <당신들의 기독교>를 갖고 이야기하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회비는 5,000원입니다. 참석을 희망하는 분들은 박스 하단에 '참가 신청 바로 가기' 링크를 쫓아가 온라인 신청서를 제출해 주세요.

이번 순서는 남오성 목사(일산은혜교회)가 진행합니다. 남 목사는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쳤고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성서한국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에도 몸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매월 이원석(<공부란 무엇인가>·<거대한 사기극> 등 저자), 김성민(SFC출판부 편집장) 등 <뉴스앤조이> 편집위원들과 외부의 탁월한 필진들이 돌아가며 서평을 쓰고 모임을 진행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새롭고 바른 교회를 구상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반드시 신앙 서적이 아니더라도, 인문과 고전을 중심으로 교회와 신앙에 유익할 책을 나눌 것입니다. 특별한 사정 없으면, 매달 넷째 주 화요일 저녁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시: 3월 16일(월) 저녁 7:30
장소: <뉴스앤조이> 사무실
 *숙대입구역(4호선) 10번 출구에서 5분 거리, 남영역(1호선) 1번 출구에서 10분 거리. 오시는 길(클릭)
진행: 남오성 목사(일산은혜교회 청년부)
도서: <당신들의 기독교>(글항아리) - 가져오셔야 하고, 읽어 오시면 더욱 좋습니다. ^^
회비: 5,000원
문의: 070-7872-2342(정한철 기자)
■ 참가 신청 바로 하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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