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철 교수는 강의 중간에 시 낭송과 노래 등을 섞었다. 카페 안은 강연에 집중하는 사람들과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 4. 26.~1616. 4. 23.)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다. 그는 37편의 희비곡과 여러 권의 시집·소네트집을 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햄릿>·<오셀로>·<리어 왕>·<베니스의 상인>·<로미오와 줄리엣>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셰익스피어 사후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유명 극장과 무대 위에 오른다.

그런 그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것도 감명 깊은 성경 구절 옆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가며 읽는 독실한 신자였다는 것을.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작품들에 감동은 받지만, 그가 그런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영감의 원천이 성경이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기독교적인 면모에 대해 조명하고자, <복음과상황> '와와클럽'이 3월 2일 서울시 용산구 카페효리에서 김성철 교수(전 연세대 영문과 객원교수)를 초빙하여 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계에서 '연극하는 목사'로 불린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일리노이대학교 연극과에서 석·박사 논문을 썼을 정도로 연극을 사랑한다.

▲ 김성철 교수는 연극학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소네트를 강연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성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걸 보여 주는 예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26번을 들었다. 소네트 26번은 "Lord of my love, to whom in vassalage / thy merit hath my duty strongly knit"로 시작한다. 일반적인 번역가나 연구자들은 'Lord'란 단어를 절대자 혹은 신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김성철 교수는 '주님'으로 번역했다. 소네트 26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귀한 존재를 향한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충성한 대상이 '사랑의 주님'(Lord of my love)이라고 보았다. 또한 소네트 26번 9행에는 "Till whatsoever star that guides my moving"(나의 여정을 안내하는 별이 무엇일지라도)란 내용이 등장한다. 김 교수는 이것이 성경 속 예수 탄생의 별을 따라가는 동방박사 이야기를 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서 소네트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영감의 원천이 '제네바 성경'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가 소유했던 제네바 성경의 사진도 청중에게 보여 주었다. 사진 속 성경에는 각 구절들 옆에 'WS'란 단어가 수차례 새겨져 있었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이니셜이었다.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자신이 감명받은 성경 구절 옆에 이니셜을 새기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고 말했다. 

김성철 교수에게 셰익스피어의 기독교적인 면모를 연구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극작가로서, 셰익스피어의 영감의 원천을 알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제네바 성경을 탐독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사람들이 극작가 셰익스피어만 아니라 기독인 셰익스피어의 면모도 공부해서, 그를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쳤을 때, 40여 명의 청중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연에 참석했던 김수정(직장인) 씨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삶이 다채로워졌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란 형식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지만 이렇게 알게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복음과상황> 와와클럽 김응교 교수의 인문학 강의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열린다. 4월 6일에는 <디트리히 본회퍼>(복있는사람)를 가지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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