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금 큰 도시에는 화려한 중심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어두운 거리가 있다. 마약중독자·노숙인·갱들이 판치는 가장 위험한 지역. 모두가 꺼릴 법도 한데 이런 곳에 직접 뛰어들어 사역하는 교회들이 있다.

갱들에 의해 망가진 고등학교, 교회가 탈바꿈

오레곤(Oregon) 주 포틀랜드(Portland) 시에 위치한 사우스레이크교회(South Lake Church). 이 교회는 한 고등학교를 통해 지역사회 전체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교회가 하고 있는 사역을 자세히 보도했다.

루즈벨트고등학교(Roosevelt High School)가 있는 곳은 1980년대에만 해도 중산층이 살던 동네였다. 하지만 90년대, LA에 살던 갱들이 학교 근처에 자리 잡으면서 지역은 위험해졌다. 강도, 살인, 마약 거래, 10대 임신 등이 증가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외부 환경요인이 워낙 강한 탓에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끄려는 교사들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사우스레이크교회 교인들은 정기적으로 루즈벨트고등학교를 방문해 청소하고 학생들이 필요한 일들을 했다. 자녀를 둔 학생들을 위해 탁아 시설을 설치하고, 끼니를 굶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 식사도 준비했다. 사우스레이크교회의 노력 덕분에 위험한 곳이자 실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루즈벨트고교는 범죄가 사라진 학교가 되었다. 사진은 사우스레이크교회 교인들이 학교에서 예배하고 간단한 식사를 나누는 모습. (사우스레이크교회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런 상황을 인지한 사우스레이크교회는 학교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버려진 학교나 다름없다 보니 칠도 다 벗겨지고 쓰레기가 뒹구는 일이 다반사였다. 교회는 '루즈벨트 청소의 날(clean-up day)'이라는 행사를 만들어 더러운 학교를 치우겠다고 나섰다. 교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총 2,000여 명의 교인 중 1,500명의 교인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페인트와 각종 도구들을 직접 사 들고 와서 학교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힘썼다.

청소가 성공리에 끝나자 학교는 교회에 또 다른 부탁을 했다. 그동안 학교가 할 수 없었던 일들 중 교회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을 요청했다. 주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일이었다. 교회는 옷장을 만들어 기부받은 옷을 모아 놓고 아이들이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침을 굶고 다니기 일쑤였던 아이들에게는 아침 식사를 대접했다. 이런 작은 사역들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학교는 급기야 학교 건물 한편에 교회 사무실을 마련해 주었다.

교회가 학교 안에 자리를 잡자 사역은 더 탄력을 받았다. 학교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학생들의 세세한 문제까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학생들은 10대이지만 어린 아이를 둔 부모였다. 교회는 학교 내에 탁아 시설을 설치해 자녀를 둔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인들은 기꺼이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취직할 때 면접하는 법, 서류 작성하는 법 등도 가르쳐 주었다.

교회가 학교를 돕겠다고 나섰을 때, 환영하는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루즈벨트고등학교 윌리엄스(WIlliams) 교장은 "학교 내 일부 사람들은 교회가 학교를 변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사역을 시작하지만, 결국은 전도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교회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의 행동을 통해 보여 줄 기회를 달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사우스레이크교회의 킵 제이콥(Kip Jacob) 목사는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이콥은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역을 통해 학교 학생과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해 왔다"고 했다. 현재 미국 20개 도시에서 100여 개의 교회가 비슷한 사역을 하고 있는데,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교회가 이 사역에 동참하길 바랐다.

스트립쇼 클럽을 카페로 바꿔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

베다니커뮤니티교회는 '슈가'라는 스트립쇼 클럽을 임대해 주일에는 예배 장소로 활용하고 평일에는 커피를 파는 카페로 활용할 예정이다. 클럽이 있는 지역이 마약중독자와 노숙인들이 많은 지역이라서 좀 더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카페가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교회는 벌써 거리의 중독자와 노숙인들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 관련 기사 갈무리)

포틀랜드 시에서 북쪽으로 300km 정도 올라가면 시애틀(Seattle) 시가 있다. 이곳에는 매춘이 횡행하던 스트립쇼 클럽이 있었다. 시는 불법 매춘을 일삼는 클럽을 폐쇄하고 이곳을 한 사업가에게 매각했다. 가게가 있는 지역은 노숙인들이 모여 있고, 마약 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었다. 거래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중독자들도 많아졌다.

이런 지역에 있는 스트립쇼 클럽을 최근 한 교회가 임대했다. 베다니커뮤니티교회(Bethany Community Church)는 1900년에 세워진 교회다. 이 교회는 현재 시애틀 지역 다섯 곳에 캠퍼스(위성 방송으로만 예배하는 장소)가 있는데, 교회가 새로 임대한 스트립쇼 클럽은 북쪽 지역의 캠퍼스로 사용될 예정이다. 예배 장소로 더 안전하고 깨끗한 곳을 원할 법도 한데 굳이 스트립쇼 클럽을 임대한 이유는 뭘까.

교회는 이곳에서 지역사회와의 소통 창구로 '한 컵(One Cup)'이라는 카페를 열 예정이다. 커피를 판다고 해서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교회는 벌써 지역의 필요를 채워 주는 일을 시작했다. 아직 공사도 다 끝나지 않았지만 카페 근처 노숙인과 약물 중독자들에게 아침을 나눠 주고 있다. 카페가 완공되면 인근 약물 클리닉과 연계해 카페에서 관련 모임을 열고 그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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