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통해 뿌려진 작은 씨앗들이 내가 더 자라서 분명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는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야자를 마치고 피곤에 찌들어 집에 돌아왔다. 엄마, 아빠가 거실에서 반겨 주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아빠의 한마디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아야, 미국 갈래?"

'웬 미국?' 처음에는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그저 지구본에서만, 교과서에서만 보던 나라였다. 아빠 얘기를 다 듣고 나니 미국보다 더 떨리는 것이 있었다. 나와 같은 처지인 목회자 자녀들과 같이 간다는 것.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자랐을 친구들, 엄마, 아빠도, 정말 친한 친구들도 이해 못 할 이야기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들, 그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대되고 설레고 떨렸다.

그때 난 마음이 무척 무겁고 힘든 상태였다. 교회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나를 무척 힘들게 했다. 미국처럼 큰 세상에 나갔다 오면 생각과 마음이 좀 더 성숙해진다던데, 답 없는 일상에, 또 내 뜻대로 안 되는 마음가짐에 전환점을 찾고 싶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해 면접을 보았다. 질문을 받을 때 난 내 일상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난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좋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났고, 모태신앙인 것도 축복이고, 매주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는 것도 정말 큰 선물이라고 느꼈었다.

면접 때 종희 쌤이 폭탄 질문을 많이 던지셨다. 목사의 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답은 해야 하고 생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중학생 때 많은 생각을 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긍정적인 생각을 말했다. 교회 때문에 힘든 것도 말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고 온 그 주 토요일 자습 때 난 연필을 쥐고 공부를 할 수 없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초등학교의 기억부터 중학생 때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묻어 두고 있었던 슬펐던 일들, 억울했던 일들이 마구 생각나기 시작했다.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 당시의 감정들도 떠올랐다. 너무 괴로웠다. 종희 쌤의 날카로운 질문 몇 마디로 모든 것이 기억났다. 종희 쌤처럼 물어보는 사람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오랜만에 끄집어 낸 기억들을 하나씩 다시 정리하고 싶어졌다.

최종 선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 기뻤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을까.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여행 전 1박 2일로 열리는 캠프가 우선 기다려졌다.

캠프에서 만난 아이들과 빠르게 친해졌고 밤새 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목회자 자녀'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개성이 다 다른 10명이지만 3주 동안 서로 배려하며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0명의 아이들 모두 이 여행에 대한 각자의 기대가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게 이루어지길 바랐다.

미국에서의 3주는 꿈만 같았다,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꿈.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꾸었고, 3주 후 다시 그 꿈에 깨어나 또다시 현실을 겪어야 했으니까. 3주 동안 여행하면서도 우리는 모두 입을 모아 '꿈'이라고 말했다.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심지어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을 밟아 새로 산 신발이 다 젖었을 때도 즐거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을 몸으로 깨닫는 건 정말 천지 차이인 것 같다. 그래서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또 즐거웠다.

미국에서의 스케줄은 무척 많았다. 정말 많은 곳을 다녔고, 세상이 정말 넓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하나 간 곳이 다 의미 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후회되는 게 있었는데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할 걸' 그랬다. 미국 오면 영어 공부가 조금은 될 줄 알았는데 진짜 엄청난 착각이었다. 언어의 장벽이 이렇게 높은 거였구나. 유학 가서 언어가 제일 힘들다던데 이런 게 그런 소리구나 알았다. 한국 가면 영어 공부 엄청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정말 미국에 있었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행복했다. LA에서의 그 따뜻한 날씨와 너무나 푸르고 넓었던 그 하늘을 난 잊을 수 없다. 또 다섯 글자만으로도 설레는 디즈니랜드! 또 나를 매우 작은 존재로 느끼게 했던 그랜드캐니언. 자연의 웅장함을 보면서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고, 진짜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까지도 이 장관을 본다면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너무나 멋있게 살아가고 있는 이지선 언니와의 만남도 참 좋았다.

애틀랜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홈스테이하면서 만난 엄 강도사님 부부였다. 저녁에 함께 큐티도 하고 나눔도 하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아틀란타새교회 한 분 한 분 모두 우리를 너무나 편하게 대해 주셨다. 정말 따뜻한 시간이었다.

워싱턴에서는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세계 최대의 박물관이라니! 정말 한국의 박물관이랑 비교도 안 되게 좋았다. 하지만!!하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 가서도 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모조리 다~ 영어니까. 정말 씁쓸했다.

또 빈민 마을에 간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곳은 정말 폐허였다. 방금 전쟁이 일어났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저 도로 하나 건넜을 뿐인데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그림자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역하시는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이곳을 사랑하시는구나', '정말 대단한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고 정말 이곳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이 여기로 가라고 하신다면 나는 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간 뉴욕! 곧 한국에 갈 날이 다가왔는데, 이제야 ‘아! 내가 미국에 진짜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미국 시내가 뉴욕이었다. 진짜 미국 같았다. 우리는 뉴요커라고 말하고 엄청 들떠 있었다. 타임스퀘어에서는 사람에 치여 진짜 넘어지면 죽는 건데도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쇼핑하는 시간도 잠시 주어졌고, 가지고 온 용돈도 신나게 다 쓰고 즐거웠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아쉬웠다.

3주 동안 너무나도 행복했다. 즐거웠고 자유로웠다.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도 보았다. 이 느낌은 직접 느껴 보지 않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흙탕물에 새 신발이 다 젖어도, 비가 와도, 엄청나게 쌓인 눈에도,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추위에도, 그 어떤 일에도 그 상황이 짜증이 나거나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순간마저도 지금은 너무 그립다. 정말 그립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그 3주간의 기억들이 풋풋하고 꿈을 꾸는 듯 설렌다. 정말 10명 모두 여행하면서 항상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진짜 행운아라고! 어떻게 우리가 만났을까! 진짜 너무 신기하다고!

3주간의 미국 여행을 통해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처럼 내가 더 성숙해지거나 마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또 엄마 아빠가 바라는 대로 미국 갔다 와서 내가 달라지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큰 경험을 통해 뿌려진 작은 씨앗들이 내가 더 자라서 분명 열매를 맺을 것이라 믿는다.

김수아 / 경북 포항 포항여고 3학년

<목사 자녀 비전 투어> / 김종희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84쪽 / 8000원
*목회자 자녀 비전 투어 2기 일정
●지원서 접수 기간 : 2014년 6월 2일(월)~6월 30일(월) 
●1차 합격자 면접 : 2014년 7월 말(월)~8월 8일(금) 순차적으로 진행. 부모님 면접 함께.
●2차 합격자 심층 면접 : 2014년 9월 ~10월 중
●최종 참가자 발표 2014년 10월 24일(금)
●사전 준비 캠프 : 2015년 1월 12~13일(1박 2일)
●여행 기간 : 2015년 2월 5~27일(3주간)
* 비전 투어 후원 
1) 국민은행 406237-01-005927 (목회멘토링사역원)
*죄송합니다만, 이 계좌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드릴 수 없습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원하시면 다음 계좌를 이용해 주십시오. 
2) 국민은행 093401-04-055159 (예금주: 한빛누리)
*입금 메모에 '비전 투어'라고 꼭 적어 주시고, 입금 전후에 꼭 저희에게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그 사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pastormentoring@gmail.com, 010-2397-1191,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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