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노탑리 197-5번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이런 조그만 동네에 있다 니 내가 미국을 다녀온 것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23일간의 여정을 지금부터 써 내려 가겠다.

미국 날짜로 1월 16일. 우린 미국에 도착했다. 디즈니랜드, 그랜드캐니언, 타임스퀘어 등…. 미국에서 일정은 나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 주었다. 미국이라는 넓은 땅을 통해 나는 장호원 촌구석이라는 우물에 갇힌 개구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태껏 내가 제일 잘나고 똑똑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큰 나라와 다른 사람들을 보니 그런 자만심이 움츠러들었다.

전교 일등을 한다던 선우 오빠, 생김새와는 달리 배려심이 뛰어난 맏언니 윤경 언니,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능력이 있는 세훈 오빠, '페이스북'에서부터 '단톡'까지, 우리들을 한 10년은 보고 살아온 친 형제자매처럼 만든 행동력 하나는 끝내 줬던 은영 언니, 언니지만 귀여운 매력이 있던 수아 언니, 정말로 우릴 즐겁게 해준 장미 언니, 17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깊은 사고를 보여준 수연 오빠, 뛰어난 음악적 능력을 가진 한이, 함께 있으면 편안한 혜민이까지. 이 아홉 명을 보면서 나는 그저 장호원에서 온 조그만 한 아이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나도 이들처럼 뭔가 나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미국에서의 신나는 일정들도 재밌었지만,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언니들,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떠드는 것은 그날 하루 동안의 그 어떤 스케줄들보다도 더 재밌고 기다려지는 일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내가 왜 미국에 왔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애틀랜타에서는 홈스테이를 하면서 만난 집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들어왔다. 꿈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자, 한마디 말로 마음을 굳힐 수 있게 해주셨다. '일단은 하나님이 내 마음속에 주신 것을 믿어라.' 그 말씀을 듣고 마음속에 품어왔던 생각이 정답이 아닐까 봐 걱정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보내버리는 것. 그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내가 미련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찍 깨닫게 해 주신 그 집사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그밖에 여러 사람들을 통해 기억에 남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수가 꼭 진리는 아니라는 말.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좇았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모두가 원한다고 해서 정답은 아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 그것을 정답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에게 있어 정답은 내가 정하는 것이니깐, 이 문제의 출제자는 하나님이시고 문제의 답은 하나님이 나의 마음속에 넣어 두셨으니까,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믿기로 했다.

나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다. 아니, 되고 싶다. 엄마가 바라는 것, 현실성 있는 것, 돈을 벌 수 있는 것. 그런 것을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해가며 살아가는 내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고 노력해 가는 내가 되고 싶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은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미국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에 미국만큼 넓은 아니, 그보다 더 넓은 무대. 그곳이 내가 앞으로 서 있을 곳이다.

김은명 / 경기도 이천 장호원중학교 3학년 때 비전 투어를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