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창조과학' 논쟁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만큼이나 끝나지 않는 논쟁 중 하나입니다. 창조를 말씀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아니면 과학적 증거들에 근거해 이해해야 할까요. <뉴스앤조이>가 창조과학 논쟁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취재했습니다. 이번 기획은 ▲ 창조과학과 이를 반대하는 입장 ▲ 젊은지구론에 대한 창조과학회의 주장 ▲ 젊은지구론에 대한 우종학 교수의 반론 ▲ 논쟁을 통해 보는 바람직한 창조론 이해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올해 1월부터 <국민일보>에 연재 중인 칼럼이 있다. 우종학 교수(서울대 천체물리학부)가 쓰는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라는 칼럼이다. 우 교수는 한 칼럼에서 "'지구 나이 1만 년'은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으로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것이 잠자고 있던(?) 창조과학 논쟁을 깨우는 발단이 되었다.

사실 우 교수는 이전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올려 왔다. 칼럼 게재를 전후해 우 교수의 글에는 창조과학 지지자들의 반박 댓글들이 늘어났고, 우 교수의 페이스북은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며칠 전에는 "우 교수는 창세기를 고대 근동 설화로 보고, 하나님의 창조를 믿지 않는다"라며 창조과학선교회(ACT)의 이재만 부회장이 '우종학과 아담의 원죄'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우 교수도 곧바로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재만과 아담의 원죄'라는 글을 올리는 등 논쟁은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일부. 하나님이 세상을 말씀으로 7일간 만드셨다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시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과 진화생물학의 등장은 창조 이야기를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한국창조과학회, '젊은 지구론' 등 가르치며 창조과학 '붐' 이끌어

한국의 창조과학 논의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81년, 한국창조과학회(창조과학회)가 '모든 무신론과 인본주의적 진화론으로부터 창조신앙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면서부터다. 이은일 한국창조과학회장(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창조과학에 대해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창조를 믿는 것이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진화론이 훨씬 비과학적 내용이라고 했다.

창조과학은 1990년대에 들면서 '과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창조를 설명해 준다'는 호응과 함께 '붐'이 일었다. 전국 각지에서 창조과학 세미나가 열렸고, 이때 창조과학회는 전국 지부 16개, 해외 지부를 5개나 세울 정도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성장했다. 현재는 후원 회원 수가 1,000명이 넘고, 온누리교회와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등 대형 교회들의 후원과 지지도 받고 있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창조과학 관련 단체가 됐다.

창조과학회는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미나를 활발히 열고 있다. 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3월 말까지 50여 개가 넘는 세미나가 예약되어 있고, 한 교회에서 여러 번 하는 경우를 제외해도 30여 개 교회, 1주에 2~3회의 세미나가 열리기로 되어 있다. 2,000~3,000명 이상의 대형 교회에서부터 10여 명 정도의 작은 교회들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창조과학 캠프' 등 청소년들이 쉽게 창조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한동대학교·명지대학교 등에서 창조과학 강의를 개설하기도 하고, 창조과학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창조과학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창조과학 세미나의 강연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진화론은 허점투성이인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다'는 것이다.

▲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한 광경은 보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이 거대한 협곡이 노아의 홍수 때 한 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성서의 창조 이야기를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여기에서 '젊은지구론'과 '단일격변론'이 나온다. 진화론자들이 지구의 나이는 '36억 년에서 140억 년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게 말도 안 되며, 성서에 나온 연대들을 다 더해서 계산해 보면 실제 지구의 나이는 6,000년~1만 년이라는 것이다. 또, '단일격변론'은 지구가 단 한 번의 격변으로 현재와 같은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인데, 노아의 홍수가 이 한 번의 격변이라고 보는 것이다. 현대 지질학계는 '격변설(운석 충돌, 화산 폭발 등으로 지형이 형성됐다는 주장)'과 더불어 19세기 이후 등장한 '동일과정설(점진적 과정을 거쳐 지형이 형성됐다는 주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창조과학은 과학적인 이야기 외에 흥미를 끌 만한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한자(漢字) 속에 하나님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내용이나, 아담과 이브의 혈액형은 무엇이었을까 같은 주제들이다. 가령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는 배 선(船) 자는 "배주(舟)에 여덟팔(八) 자와 사람을 나타내는 입구(口) 자로 되어 있어 노아의 방주에 8명이 탄 것을 암시한다"는 식이다.

창조과학회뿐만 아니라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다른 단체들도 있다. 세계창조선교회(WCM)의 박창성 회장과 창조과학선교회(ACT) 이재만 부회장은 단일격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그랜드캐니언을 꼽는다. 그랜드캐니언의 지형은 노아의 홍수 때 한 번에 형성되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 증거라는 것이다. 박창성 목사는 창조과학자들의 '성지'와도 같은 그랜드캐니언에 창조과학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500만 달러를 모금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국교회 내에서 창조과학은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주로 서울 지역 중·고등학생에게 창조과학을 가르친다는 현직 교사 ㅂ 씨는 여름과 겨울 수련회 시즌에는 하루에 두 번 이상 강의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창조과학 세미나를 13년째 하고 있다는 지방의 ㅈ 교수도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강의를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들도 대체로 강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강사들은 장년들이나 청소년들이 모두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잘 수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ㅈ 교수는 강의를 마치면 후기를 묻는 설문 조사를 하는데, 대부분이 좋은 쪽으로 응답했다고 말했다. ㅂ 씨도 부모들이 창조과학을 접하고 나서 자녀들에게도 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도 창조과학의 내용을 흥미롭게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몇 달 전, 직장 신우회에서 창조과학 세미나를 들었다는 ㅇ 집사는 예전부터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사실은 믿어 왔지만, 과학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는 계속 궁금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런데 창조과학 세미나를 듣게 되니, 과학적으로 창조 과정을 설명해 주고 이해시켜 줘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창조과학, 비전문가들의 독선적인 주장에 불과"

그러나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전문가들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들이 독선적 태도를 지녔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물리학이나 지질학 전공도 아닌 의학자·생물학자들이, 더구나 신학 공부도 하지 않고 창조를 논한다는 게 어불성설인데, 대화마저 안 통한다는 것이다.

창조론오픈포럼(오픈포럼)이라는 단체는 창조과학회 내부에서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반발해 만들어졌다. 2008년, 창조과학회 부회장까지 역임한 오픈포럼 양승훈 대표는 창조과학회의 '젊은지구론'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명당했다. 사실상 창조과학회와의 논쟁의 출발점이 된 그는, 현재도 '다중격변론(지구상에 여러 번의 격변이 일어나 지형이 형성됐다는 주장)'과 '늙은지구론'을 말하며 창조과학회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관련 기사: 양승훈 교수, "창조과학 운동은 세월호와 유사")

오픈포럼의 공동대표인 조덕영 대표도 창조과학회에서 대표간사로 오랫동안 활동해 오다가 '배교자'로 몰려 쫓겨난 케이스다. 창조과학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조 대표는 "창조과학회에는 '젊은지구론'등 자신들의 주장을 검증·보완하려거나 더 연구하려는 자세를 '비신앙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창조과학회 내부에서 다양한 견해나, 논문 저술 등의 학술 연구는 못하게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런 것들이 창조론을 스스로 '게토화'한다고 보고 양승훈 대표와 함께 창조론오픈포럼을 만들었다고 했다.

2008년 결성 이후 현재까지 15차례의 모임을 가져 온 오픈포럼은 신학자들과 창조과학자·진화론자·지적설계론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창조론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다. 조덕영 대표는 "오픈포럼은 창조과학이 아닌 창조신앙의 관점에서 다양한 창조론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했다.

'진화적 창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지구가 하나님의 창조 이후 점진적 진화를 거쳤다는 것인데, 우종학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창조과학 지지자들에게 "하나님이 세상을 마술사적으로 창조하면 더 전능하고, 긴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내는 방법을 통해 창조하시면 덜 전능해지는가"라고 되물었다.

한쪽에 쏠려 있는 창조과학 논의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창조과학의 영향력이 한국교회 안에서 더 큰 것은 사실이다. 대형 교회와 유명 목사들이 지지·후원하고 있고, 전국적 규모를 갖춘 창조과학회와 달리 반대쪽에는 그만한 조직이나,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실정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창조과학회 강사 ㅂ 씨 또한 "한국교회의 보수성 때문에 진화론 같은 주장들은 교회 내에서 수용되기 어렵다"고 했다.

다음 두 기사에서는 창조과학회가 주장하는 내용과 '진화적 창조론'을 주장하는 우종학 교수의 얘기를 각각 들어 보기로 한다. 다만 창조과학의 광범위한 주제를 다 논의할 수는 없고, 논란의 핵심인 젊은지구론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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