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없애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바람피워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거잖아."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불쑥 묻는다. "음,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꼭 그런 차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 내가 답했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그래서 내가 바람을 피우겠다는 건 아니야."

헌법재판소가 2월 26일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62년 만에 폐지된 간통죄에 대해 시민사회가 찬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간통죄 자체가 가부장적인 구시대의 산물이고 이를 폐지한 헌재의 결정은 인권을 존중한 판결이라고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간통죄를 없애면 혼인과 배우자에 대한 책임이 약해져 많은 가정이 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특히 간통죄 폐지는 교계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독교는 성과 가정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전 9:9) 교인은 물론 목사들의 성범죄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원론적으로 교회는 일반 사회보다 성 윤리에 좀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간통죄 위헌 판결 소식이 알려진 후 여러 목사와 신학자들이 온라인 공간에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역시나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적절한 결정이라는 사람도, 한국 사회의 성 윤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교회는 이번 간통죄 위헌 판결과, 나아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뉴스앤조이>는 여러 목회자들과 신학교 교수들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 헌법재판소가 2월 26일 형법상 간통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한국교회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뉴스앤조이>는 여러 목회자들과 신학교 교수들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사진 출처 Pixabay)

한국 사회 도덕 수준으로 볼 때 이른 판결…법으로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태

간통죄 폐지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이번 헌재의 판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손 교수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 간통은 결혼할 때의 약속을 깨고 배우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국가는 약자, 배신당한 사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번 판결은 간통을 조장할 수 있고, 이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안정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판결이 나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간통죄 폐지는 반대다"라고 말했다.

김희석 교수(총신대 구약학)도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교수는 "기독교 신앙의 윤리로서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했다. 그는 결혼한 사람이 결혼 관계 밖에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자기 결정권이라는 권리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번 판결은 장차 자라날 세대에 미칠 가치관적인 파급 효과가 너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판결이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시대의 흐름을 봤을 때 간통죄가 폐지되리라는 건 예상했다. 그러나 간통죄가 지금 없어진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기혼 남성의 40%가 외도 경험이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남성들의 외도가 봇물 터지듯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성빈 교수(장신대 기독교문화)도 "어제 바로 콘돔 회사 주가가 올랐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간통죄든 무엇이든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반대하지만, 이것은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배우자가 있는 한 사람이 다른 이와 관계를 맺었다고 치자. 형사로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은, 부부가 쿨하게 자존감을 지키면서 합의하거나 민사로 배상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강자는 약자를 억압하고 진실을 왜곡할 힘이 있다. 간통의 입증 책임은 약자, 억울한 자에게 있다. 약자는 보통 여성이다. 우리 사회가 과연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인가. 여성이나 아동이 권리를 누리고 있나. 오히려 가부장적이고 성 문화는 많이 일탈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편, 간통을 법으로 제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개인적으로 적절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법으로 개인 생활을 제재하는 게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라며 헌재의 판결을 긍정했다. 정 교수는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우리 사회의 성 윤리가 문란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민사법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성 윤리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는 건 확대 해석이다. 징벌은 예방 효과가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충구 교수(감신대 기독교윤리학)도 간통을 법으로 다스리는 게 효과가 없다고 봤다. 그는 "법도 간통죄의 사회적 기능이 다 됐다고 본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성적인 피해를 많이 받아 왔는데 이제는 사회구조가 바뀌어서 누구나 성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많아졌다. 결혼한 사람들이 자기 결혼과 가정, 양육, 성적 주체로서의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건 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혼은 법의 보호를 받아서 되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끊임없이 가꿔 나가야 할 과제이다. 결국은 자기 결정, 자기 책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사회윤리학)는 간통죄 위헌 판결에 대해, 찬반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부부가 형사법으로 가는 것 자체가 이미 남편과 아내로서의 신뢰가 없어진 것, 관계가 어그러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게 더 큰 문제다. 크리스천이라면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법적 처벌의 대상이냐 아니냐, 국가가 사적인 관계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 아니냐보다는, 부부가 언약이 아닌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는 것처럼 된 세태와, 간통죄가 이혼을 위한 법적인 도구처럼 된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 신학교 교수들과 목회자들의 다양한 입장과 분석이 있지만 공통적인 한 가지가 있었다. 교회가 결혼과 가정, 성에 대한 성경적인 의미에 대해 근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

교회가 각성해야 할 때…성범죄자 엄격하게 치리해야

사실, 간통죄 위헌 결정에 대해 목회자들이나 신학교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것은 '교회의 역할'이었다. 이미 헌재가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찬반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간통죄가 있든 없든 기본적인 성 윤리가 무너져 버린 사회와 교회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폐지된 법에 대해 기독교계에서 들고일어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보다는 성 문제와 가정의 가치에 대해 사회의 보루가 되어 왔던 기독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간통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교회가 좀 더 결혼의 신성함을 강조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가 한국 사회뿐 아니라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식구들끼리는 철석같이 믿어야 할 수 있지 않겠나. 아이들도 그런 가정에서 자라야 안정된다. 또 교회는 결혼의 신성함보다 개인의 성적인 쾌락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도 교회가 간통죄 폐지 자체에 왈가왈부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륜, 혼외정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신앙인으로서 그런 죄를 엄격하게 다루면 되는 거지, 반드시 사회 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 법에 매이는 것보다 이미 문란해질 대로 문란해진 사회, 제지가 안 되는 사회, 이런 것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교회도 사회와 마찬가지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희석 교수도 오히려 교회가 성범죄에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현상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간통죄가 성경적으로 죄악이라고 논해 보았자, 그것은 탁상공론으로 보일 뿐이다. 사람들은 교회가 그런 죄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훨씬 더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성추행 등의 범죄행위가 뚜렷한 증거로 드러났음에도, 치리하지 않고 목사 노릇을 계속하게 하는 여러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있다. 우리가 정말 간통이 죄라고 생각한다면, 올바른 권징을 통해 하나님의 의를 올바로 세우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간통죄 폐지는 "교회가 성경적 윤리 기준을 삶의 실천으로 세상에 제시하는 곳임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뼈아픈 자화상"이라고 짚었다.

박충구 교수는 교회가 '이혼'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성과 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윤리를 성찰할 때라고 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기독교계는 무조건 이혼을 반대하고, 이혼만 안 하면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형식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형식적 논리의 시대는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교회가 생각을 바꾸어서 어떻게 하면 성의 순결을 지키고 가정의 가치를 잘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사회 속에서 가정을 지키는 건, 법이 아니라 가정 당사자들의 성실과 진실이다. 교회는 이런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가정의 성 윤리로부터, 성 주체로서의 책임성에 대한 재검토 등 윤리적으로 강화해야 할 과제가 교회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빈 교수는 교회가 내부적인 노력과 외부적인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건전한 성 문화와 책임 있는 가정 문화를 건설하되, 간통죄 폐지로 약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도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과 같은 약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느껴야 하는 위기의식은 단지 간통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차원이 아니다. 교회가 이미 문란해져 있는, 더욱 문란해지는 성 문화에 아무런 대안도 주지 못한다는 점이 더욱 위험하다. 상습적 성추행범이 버젓이 강단에서 설교하고 있는 게 지금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번 간통죄 폐지를 통해서 교회는 무엇을 성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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