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이 국내에 도입한 '부채 탕감' 운동이 교회로 확산되고 있다.

성남시기독교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100여 개 교회는 올해 '빚 탕감 프로젝트'를 벌이기로 했다. 성남시에 있는 교회 목사들은 2월 17일 성남제일교회(이정원 목사)에 모여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 일정 등을 논의했다. 성남시기독교연합회장 이정원 목사는 지구촌교회, 할렐루야교회, 은혜샘물교회, 만나교회 등 대형 교회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 빚 탕감 운동을 벌이는 것은 교계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성남시 교회들은 먼저 4월 5일 부활절 예배 때 특별 헌금을 모아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데 쓸 예정이다. 이후 10월에도 부채 탕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정원 목사는 성남시 내 모든 기독교인이 한날 한자리에 모여, 프로젝트의 의미와 희년 정신을 되새기고 특별 성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은 은혜샘물교회는 홍보 브로슈어를 제작해, 3월부터 성남시 내 1,300개 교회를 대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때 대부업체의 빚 독촉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의 어려움과, 부실 채권이 원가의 5%대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금융 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고, 부실 채권 매입을 위해 모금도 진행한다.
 

▲ 지난해 국내 처음 도입된 부채 탕감 운동은 언론에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교계에는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올해 성남시 교회들처럼 지역 교회가 연합해 부채 탕감 운동에 나서는 것은 교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은 작년 7월 21일 희망살림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남시에 있는 교회들이 부채 탕감 운동에 나선 것은 성남시(이재명 시장)의 공이 컸다. 지난 2월 12일, 성남시기독교연합회 조찬 간담회에 이재명 시장과 희망살림 제윤경 상임이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동석한 목사들에게 성남시에서 진행하는 빚 탕감 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시장은 교회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은혜샘물교회 윤만선 목사는, "사실상 죽은 채권을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악성 채무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이재명 시장의 말에 대다수 목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 윤 목사는 "프로젝트가 희년 정신과 맞닿아 있고, 부채를 양산하는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알릴 수 있다는 것에 목사들이 크게 공감했다"고 했다.

대다수 목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성남시는 당일 바로 25개 대형 교회가 시가 진행하는 빚 탕감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각 교회들이 부활절 예배 때 헌금을 모아 시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내용은 금세 언론을 타고 화제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교회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확정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날은 단순히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였으며, 교회의 참가 여부를 묻는 시간은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교회들은 성남시와 같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교회들이 정치권과 연결되어 있다는 시선을 줘, 빚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겠다는 취지가 곡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몇몇 교회에서는 이미 내부에서 특정 정치 세력이 교회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표 제작 희망살림)

한편, 언론들이 빚 탕감 프로젝트에 참가한다고 전했던 분당우리교회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분당우리교회는 작년부터 부채 탕감 운동에 관심을 보였고, 희망살림과 수차례 미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실 채권을 소각하는 방식이 당사자들에게 실제로 혜택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계획을 취소했다. (관련 기사: '빚 탕감 운동', 새해에는 쪼그라드나 만개하나)

이후 분당우리교회는 작년 11월부터 '긴급구호뱅크'를 신설해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이들을 돕고 있다. 교회는 이들에게 100만 원 한도 내 무이자·무담보로 대출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현물을 지급하거나 진료비, 교육비, 공공요금 등을 대납한다. 분당우리교회 이웃사랑분과 최정권 목사는, "교회는 당분간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을 돕는 긴급구호뱅크에 전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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