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지낼 때 일입니다. 아이들을 홈스테이하는 집에 보내고 저도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열었습니다. 저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수시로 페이스북을 열어 봅니다. <뉴스앤조이>와 '목회멘토링사역원'의 업무 진행 상황을 주로 페이스북에서 살피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에서 아이들을 맞이해 주셨고, 미국 목회멘토링사역원 원장이시고, 저의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김영봉 목사님이 방금 전에 올린 짧은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전재합니다.

"방금 10명의 비전 트립 학생들을 두 분의 교우 댁에 맡기고 집에 왔다. 반년 만에 김종희 대표를 반갑게 만났다. 김 대표와 벌써 10년 지기가 되었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신뢰는 엄청난 권력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를 신뢰하기에 10년 동안 엮인 것 아닌가? 신뢰라는 무형의 권력으로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털어 왔다. 당당하게!

10명의 목회자 자녀들이 본인 부담 하나 없이 20일 동안의 미주 비전 투어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전부 신뢰라는 권력 덕분이다. 신뢰를 얻는 것, 그것은 큰 권력을 얻는 것이며, 또한 큰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신뢰가 깨어지면 그 권력은 한순간에 증발되어 사라진다.

일관된 삶을 통하여 신뢰를 쌓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또한 가장 할 만한 일이다. 알고 보면 목사도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며 또한 과제다."

이런 글을 읽고 가만히 있을 제가 아닙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답글을 올렸습니다.

"샤워를 하고 페이스북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김영봉 목사님의 과분한 글을 읽었다. 진심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 근데 '권력'이라는 표현은 좀 불편하다. 권력 대신 '힘'이라는 표현이 좀 편할 것 같다.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을 금고 속에 보관하고 있는 부자가 아니라, 여기 쌓여 있는 돈을 저기 필요한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부자가 되고 싶다. 내 돈 말고 남의 돈 말이다. 이런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돈 한 푼 없이 부자로 사는 법>.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부자가 되고 싶다.

힘을 갖고 싶다. 부정적 느낌의 권력이 아니라, 긍정적 느낌의 힘이다. 목사님 글대로 신뢰의 힘에다가 실력의 힘, 용기의 힘을 갖고 싶다. 나누고 섬기는 데 그 힘을 쓰고 싶다. 돈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인생을 나누고 싶다.

목사님 글대로 신뢰라는 것은 살얼음판 같은 것이다. 아이들을 미국에 데리고 올 때 내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애틀랜타에서 어느 부부의 엄청난 제안을 들었을 때 내 아이가 먼저 떠오르지 않았겠는가.

여러 사람들이 왜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을때, '그런 특권을 누리는 순간 저는 끝나는 겁니다' 하고 대답했다. 애틀랜타에서 사모님이 '그럼 일을 겸해서 오지 말고 휴가로 가족 데리고 오세요' 하신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일단 잔뜩 쌓인 빚부터 어느 정도 갚은 다음 가족 여행을 해야겠다. 어쩌면 큰딸이 효도 관광을 시켜줄 때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내 아이들이 소외되는 모순, 어쩌면 이것이 공적인 사역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 아니겠는가. 그 숙명을 거역하는 순간 신뢰는 깨지고 힘은 사라진다. 섬김과 나눔의 가치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두고두고 저를 다스리기 위해서 여기에 이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