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에서 계급화·권력화해 버린 장로들의 모습을 많이 보는 요즘입니다. 장로란 원래가 사회적 지위와 학벌이 높고 돈도 어느 정도 있어야 되는 것일까요? <뉴스앤조이>가 한국교회 장로들의 실태와 선출 방식, 바람직한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장로 △교회 안에서 유세 부리는 장로 △성경적인 장로상과 한국교회 장로 선출의 현실 △대안적인 장로 제도와 바람직한 장로의 모습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교회를 쥐락펴락 / 방선천리 주름잡아 장로님 가신다 / 목사님 타시던 에쿠스 오늘은 장로님 타신다 / 백두의 명차 신묘한 명차 장로님 타신다"
 
'장로님 에쿠스 타신다'라는 노래의 가사다.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라는 북한의 김정일 찬양가를 요한 일렉트릭 바흐라는 온라인 작곡가가 패러디한 것이다. 가사 내용이 자극적이지만, 장로를 '돈 많고 교회를 들었다 놨다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을 그냥 웃어넘기자니 뒷맛이 쓰다.
 
▲ 장로는 진급하는 것도 아니고, 안수집사(권사)의 선임도 아니다. 교회 내에서는 모든 직분이 동등하다. 그러나 최근 교회 곳곳에서 '병장 행세'하는 장로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교인들은 그런 장로들이 빨리 '전역'했으면 한다. (MBC 진짜 사나이 방송 화면 갈무리)
 
성경과 교단 헌법으로 보는 장로…교회 운영 권한·책임 가진 '봉사직'

장로란 원래 무엇일까. 성경에 따르면, 장로(長老)는 문자 그대로 노인을 일컫는 말이다. 민수기에 보면, 모세가 혼자서 수많은 백성을 다스리기 힘들어지자 백성의 지도자로 삼을 만한 늙은이들을 장로로 뽑는다(민수기 11:16). 신약에서 지금의 의미와 비슷한 교회 관리자의 역할로 등장하는데, 이를 현재 장로의 원형으로 본다.

디모데전서 3:1-7절은 감독(장로)의 자격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일부 교단법도 장로의 자격을 여기서 인용한다. "책망할 것이 없으며, 한 아내의 남편이 되며, 절제하며, 신중하며, 단정하며, 나그네를 대접하며, 가르치기를 잘하며, 술을 즐기지 아니하며, 구타하지 아니하며, 오직 관용하며, 다투지 아니하며, 돈을 사랑하지 아니하며…."

이처럼 장로는 뭇사람들을 다스릴 만한 나이가 되고 식견이 있어야 하며 자기 생활이 경건하고 절제된 사람이라야 한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돈은 얼마나 많은지 하는 항목은 없다.

장로교 주요 교단들은 설교(강도)와 치리를 겸한 장로를 목사라 하고, 치리만 하는 자를 (치리)장로라고 한다(예장합동·통합·고신). 미국장로교(PCUSA) 헌법도 목사를 교역장로(Teaching Elders), (치리)장로를 사역장로(Ruling Elders)로 부르고 있다. 한마디로 '설교권이 있는 장로'가 목사고 '설교권이 없는 장로'가 치리장로라는 것이다. 장로교단 대부분의 정치제도는, 치리장로가 교인들을 대표하는 대의정치다.

장로는 목사와 대등한 영적 지도력을 가진다. 장로의 직무는 영적 권위로 교회 행정과 권징 관리, 교리 오해, 도덕적 부패 방지, 교우 심방과 관리 등 교회의 영적 사항(신령적 관계)을 살피는 일이다. 담임목사의 목회를 돕되, 담임목사가 독단적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장로는 교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장로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교단마다 상이하지만 대체로 당회의 결의(공천) → 공동의회에서 2/3 이상 득표 → 노회 고시에 합격, 노회의 승인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장로로 임직할 수 있다. 장로 선출 과정이 가장 까다로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는 기획위원회(장로교의 당회에 해당)의 천거 → 당회(장로교의 공동의회에 해당)의 2/3의 찬성 → 지방회에서 2년간 장로 진급 과정(5개 항목에 대한 시험) 수료 → 지방회 회원들의 2/3 이상 찬성이라는 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장로 안수를 받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장로 될 수 있다?
 
성경적으로는 장로가 되는 데에 돈이나 사회적 지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 없고,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 이런 말을 하기가 민망해진다.
 
2008년 소망교회 장로 선출이 일간지에 보도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 내각 논란이 한창이었기 때문이었겠지만, 당시 장로 후보였던 수십 명이 그룹의 대표이사, 금융기관의 수장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올해 1월 장로를 선출하려 했던 사랑의교회도 비슷하다. 장로 후보로 나선 7명이 저마다 '대표이사, 부사장, 상무, 전무, 은행 지점장, 재무이사'였다.
 
이런 현상은 교회 크기를 가리지 않는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ㅅ교회는 100여 명이 다니는 작은 교회다. 그런데 이 교회 장로들은 모두 판사 출신 변호사, 검사장, 기업 사장, 이사, 대학 교수 등 사회적 지위가 높다. ㅅ교회를 다녔던 ㅇ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이 많아야 장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목사와 교인들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교회에 일이 있을 때 장로라면 돈을 턱턱 내놓는 게 당연했다. 교인이 별로 없으니 교회 운영을 위한 헌금이 부족한 건 알겠지만, 세속적인 가치관이 교회에 그대로 들어와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교회가 노골적으로 물질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목포 사랑의교회는 장로 후보 추천서에 "교회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보증을 서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넣었다가 빈축을 샀다. (관련 기사: 목포 사랑의교회, "장로 되고 싶으면 보증 서세요") 교회는 결국 이 내용을 뺐지만, 이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장로가 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교회만 유별난 것일까.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장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꼭 틀린 것도 아니다. 장로로 임직할 때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 헌금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관행이다. 한 교단의 전국장로연합회 회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장로 정도 되면 교회가 나한테 뭘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교회가 힘들면 빚을 내서라도 헌금을 해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다 채워진다"고 말했다.
 
집사보다 '급' 높은 장로, 실무는 안 해
 
장로교회에서는 사실상 당회가 교회의 통치 기구나 다름없다. 전교인이 모이는 공동의회도 있고 직분자들이 모이는 제직회도 있지만, 통상 공동의회는 1년에 한 번, 제직회는 1개월에 한 번 열린다. 반면,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는 수시로 열린다. 형식은 공동의회에서 모든 걸 승인받게 해 놓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당회가 교회 행정 전반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당회의 권한은 크다. 이것이 장로의 권력이 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 ㅅ교회 ㅂ 장로는 당회의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교인들은 당회가 결정하면 무의식적으로 수용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당회가 내린 결정에 불복하는 사람은 잘못된 신앙을 가진 사람, 하나님을 거역하는 사람이라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당회의 결정에 이견을 제시하면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교회를 좌우지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크다 보니, 장로를 일반 교인보다 몇 단계 높은 계급으로 여기기도 한다. 안수집사에서 진급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안수집사 때는 열심히 주차 봉사, 안내 봉사를 하다가 장로가 된 다음에는 목이 뻣뻣해지는 것은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다.
 
전북 군산의 ㄱ교회 이 아무개 목사는, "가족·친척·친구는 장로인데 자신은 집사면 본인만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말했다. 교인인 ㅇ 집사는 "장로 되기 전에는 사람 괜찮다 싶었는데, 되고 나니 권위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에서는 장로가 교회 부서의 장을 맡고, 안수집사(권사), 서리집사, 일반 교인들이 실무를 맡는다. 부장-부원 관계가 마치 회사의 사장-직원 같은 수직적 상하 관계로 변질된다. ㅇ 집사는 "부장 맡은 장로들은 서명만 하고, 실무는 안수집사들이 다 한다"고 말했다. 부천에 있는 ㅇ교회 ㅈ 목사는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 당회가 실제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성 교회에서는 '지시·감독·간섭'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로의 '급'이 높다는 인식은 침례교의 '장로 호칭제' 도입에서도 엿볼 수 있다. 회중 정치를 표방해 당회·장로가 없는 기독교한국침례회는 갑론을박 끝에 2008년 장로 호칭제를 결의했다. 타 교단과 연합 사업을 하면 전부 장로들이 오는데 침례교단만 안수집사가 간다는 게 중요한 이유였다. '급'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기형적 현실, 대안은 없나
 
한 독자는 교회 안팎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장로에 대한 <뉴스앤조이>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돈 있고 힘 있는 자를 장로로 세우는 교회의 자업자득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은 장로의 성경적인 의미를 되새겨 볼 때 아주 기형적인 현상이다.
 
물의를 일으켜도 어찌할 수 없는 게 한국교회 장로다. 이른 바 '항존직'이기 때문이다. 항존직은 원래 예수의 재림까지 교회에 영원히 있을 직분을 의미하는 뜻이지만, 언제부턴가 사람이 은퇴할 때까지 직분을 맡는다는 뜻으로 바뀌어 버렸다. 정년 70세까지 '한 번 장로는 영원한 장로'로 그들의 지위·명예·권한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ㅎ교회의 ㅈ 집사는 "사고 치는 장로들은 많은데, 제어 장치가 없다. 심지어 실형을 받고 감옥에 다녀와도 장로직은 그대로다"라며 답답해했다.
 
장로에 대한 연재 기사를 읽기가 고통스럽다는 독자들이 있었다. 뭔가 대안은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장로 문제는 예전부터 논의돼 왔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교회가 많이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대안적인 장로 제도를 선택한 곳을 알아볼 것이다. 또 이렇다 할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어도, 목사와 교인들에게 존경받고 교인들을 위해 희생하는 장로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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