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레교회 1부 예배가 끝나고 나면 빈 본당을 두레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 회원들이 채운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자신들끼리 예배를 하기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2월 14일 오전 9시 50분. 200여 명의 사람들이 두레교회 예배당 앞에서 1부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이문장 목사와 대립하고 있는 두레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두바협) 회원들로, 올해 2월부터 본당에서 자신들끼리 예배를 열고 있다. 작년 12월 19일 예장통합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가 이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저마다 '이단 목사 설교 들을 수 없습니다, 이단과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배지를 가슴에 달고 예배에 참석했다.

사실 이문장 목사를 사람들이 처음부터 이단으로 본 건 아니다. 이문장 목사가 두레교회 담임을 맡은 2011년 11월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5월부터, 교인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목사가 교회 재정의 일부를 착복한다는 것이었다. 이문장 목사의 아내가 교회에서 발간하는 말씀 묵상집 <깊은 데로>의 수익금 4,000만 원을 가로챘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에는 교회 내 카페 '두레홀'의 수익금을 빼돌렸다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이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두레교회는 2012년 5월 '<깊은 데로>사건수습위원회'를 발족했다. 조사 결과, <깊은 데로> 판매 수익금은 다음 호를 제작하는 데 전액 투자되고 있었다. 또 '두레홀'의 수익금 횡령 의혹도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두레교회는 수익금이 일정 금액(500만 원)까지 모이면 내역을 공개해, 전액 건축 헌금 명목으로 재정위원회에 지급하고 있었다.

▲ 이문장 목사는 부임 초기부터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 이 목사는 "일부 장로들이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문장 목사와 관련한 의혹은 계속됐다. 이후에는 대여금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문장 목사는 2010년 두레교회에 오기 전, 2009년 12월 두레교회로부터 미화 12만 5,000불을 빌렸다. 교수로 재직하던 고든콘웰신학교에서 빌린 주택 구입비를 갚기 위해서였다. 2013년 3월 정기당회에서 두바협 측 임용순 장로의 질의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임 장로가 재정장로에게 대여금이 재정 보고서에 기록되었느냐고 묻자, 3년 전의 일을 몰랐던 재정장로는 나중에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대여금에 대한 소문이 교회에 돌기 시작했다. "이문장 목사가 대여금을 갚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애당초 이 목사가 고든콘웰신학교에 돈을 빌리지도 않았다"는 내용으로 번졌다.

이문장 목사는 집이 팔리면 갚을 계획이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소문이 계속 확산되자, 이 목사는 지인에게 자금을 빌려 대여금을 갚았다. 두바협은 3년 동안이나 대여금과 관련하여 일언반구도 없었던 것은 원래부터 안 갚으려고 했던 심산이 아니었냐며 이 목사를 비판했다.

시무장로 9명, 두바협 발족…평양노회에 잇따라 고소

담임목사에 대한 소문과 의혹이 계속되자, 두레교회 전체 18명 시무장로 중 9명은 2013년 8월 두레교회바로세우기협의회라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이문장 목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 목사가 자기 뜻과 맞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고, 당회를 독단적으로 이끈다는 내용의 편지를 2013년 12월 26일 전체 교인에게 발송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두레교회는 이문장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으로 양분됐다(관련 기사: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 리더십 두고 '공방').

두바협은 2014년 2월 8일 교회 인근 웨딩홀에서 공식적인 첫 모임을 열었다. 9명의 시무장로를 포함한 200여 명의 교인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였다. 두바협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목사에게, △100주년기념교회처럼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당회 결의를 통해 집행하라 △교회 재산 처분 및 교회 공사는 당회를 통해 결정하고 전교인에게 공개하라 △부교역자 청빙 및 사임은 총회 헌법에 따르라 △교회 인사를 공평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2월 22일까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관련 기사: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 반대 측, 기도회 시작).
 

▲ 두레교회는 지금까지 교회 홈페이지에 총 27개의 글을 올려, 이문장 목사와 관련한 소문과 의혹에 대해 해명해 왔다. (두레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틀 뒤, 두레교회는 교회 홈페이지에 "이제는 거짓으로부터 교회를 지킵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두바협이 제기한 재정 의혹과 부교역자 해임 문제, 교회 운영에 대해 해명했다. 교회는 2014년 1월 재정 내역부터 100주년기념교회와 같은 수준으로 세부 항목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 재산 처분과 교회 공사가 당회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증거로 당회록 내용과 최근 교회를 떠난 부교역자들의 사임 이유도 공개했다. 교회는, 두바협의 주장에 대해 "담임목사를 쫓아낼 목표를 갖고 성도들을 호도하려는 악한 행동"이라고 했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자, 이 문제는 결국 노회로 넘어갔다. 두바협 측 장로들이 4월 14일 이문장 목사를 평양노회 기소위원회에 고소한 것이다. 두바협이 내세운 이 목사의 죄목은 △당회 결의 없는 부교역자 청빙 및 해임 △시무장로 7년 임기제 불법 시행 △타 교단 교역자 불법 청빙 △행정관의 불법 건축 △2014년 불법 일꾼 임명 등이다. 기소위원회는 6월 23일 이문장 목사를 기소했다(관련 기사: 예장통합 평양노회,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 기소).

평양노회 재판국은 9월 29일 이문장 목사에게 '견책'을 선고했다. 두바협이 고소한 죄목들은 대부분 죄과가 없거나 고소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국은 "교회 다툼의 책임은 담임목사로서 회피할 수 없다. 충심으로 회개하고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새롭게 서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재판국의 판결로 두레교회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두바협과 이문장 목사는 재판국의 판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 두바협은 '견책'이라는 선고 자체가 이 목사에게 죄가 있음을 재판국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 목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두레교회는 10월 3일 교회 홈페이지에 '평양노회 재판국 최종 판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재판국의 판결로 이 목사에게 아무런 죄가 없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판결은 두레교회의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관련 기사: "이문장 목사, 죄는 없지만 벌은 있어").

재정·교회 운영 문제에서 이단 시비로 급선회
 

▲ 두바협은 1월 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장통합 이대위가 이문장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판단한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 목사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두바협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4년 7월, 이문장 목사를 평양노회 기소위원회에 추가로 고소했다. 이번에 문제 삼은 것은 이 목사의 이단성이었다. 작년 종려주일과 고난주간에 했던 설교를 포함해 일련의 설교 내용에 이단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었다.

평양노회 기소위원회는 기소 여부를 묻기 위해 총회 이대위에 질의했다. 이대위는 12월 19일 이문장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대위와 총회 임원회는 이 목사에게 "한국교회와 총회 앞에 부적절한 설교에 대해 통절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지시했다. 이 목사는 이에 따라 지난 2월 14일 자 <기독공보>에 사과문을 올렸다(관련 기사: 두레교회 이문장 목사의 이단성에 대한 연구 보고서 / 이대위 <연구 보고서>에 대한 이문장 목사 답변서).

하지만 두바협의 입장은 강경하다. 두바협은 올해 1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문장 목사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두바협 임정빈 장로는 "우리는 이단과 함께 있을 수 없다. 이 목사가 본인과 교인과 교회를 위해 스스로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바협 홈페이지에도 이문장 목사의 이단성을 비난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관련 기사: 예장통합 이대위, 이문장 목사 '이단성' 인정).

2013년 말부터 드러난 두레교회 갈등은 점점 양극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에는 담임목사에 대한 재정 의혹과 교회 운영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이 목사의 이단 문제로 번졌다. 재정 공개와 해명을 요구해 온 두바협은, 현재 이 목사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대화나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평양노회 기소위원회는 지난 2월 5일 이문장 목사를 기소하기로 결의하고, 12일 각 당사자에게 통보했다. 두바협은 이단 혐의를 제외하고 다른 고소 건들은 모두 취하했다. 이 목사의 이단 문제는 앞으로 평양노회 재판국에서 다뤄진다. 하지만 작년 평양노회 재판국의 판결 이후 양측이 보였던 반응을 볼 때, 이번 재판을 통해 두레교회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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