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아무개 전도사는 어느 날 갑자기 담임목사에게 다음 주부터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을 왜 해임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나 설명은 없었다.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유 전도사에게는, 원인 모를 갑작스러운 실직이었다.

15년 동안 교회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김 아무개 권사도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 김 권사는 1992년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ㅇㅌㅇ교회에서 버스를 몰았다. 그런데 2006년 말 구역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발표됐다. 그 자리에 있던 김 권사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정법을 교회에 적용시킬 수는 없을까. 근로기준법에서는 각 교회 해고 사례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교회가 맞닥뜨리는 각종 법률 문제를 다룬 강문대 변호사의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표지.

위 이야기는 이전 기사에서 보도했던 교회 안의 부당 해고 사례들이다. 각 사례에서 부교역자와 직원들이 주장하는 교회의 부당한 조치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회가 당사자들을 갑자기 해고한 점, 당사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구두나 전화로 해고를 통보한 점 등이다(관련 기사: [기획1] 그들은 왜 교회에서 해고당한 걸까).

국가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것을 부교역자와 교회 직원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적용된다면 앞에서 언급한 해고 사례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먼저, 교회 직원들의 경우에 한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부교역자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 필요

가장 먼저 다뤄 볼 사례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해임하는 경우다. 직원들은 해고를 당할 때 대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업무가 안 맞는 것 같다.", "너무 오래 근무했다." 특별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해고당한 사람도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감봉 등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때, 정당한 이유란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참조).

따라서 직원이 공금을 횡령 및 유용하는 등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거나, 이들의 직무 능력 및 근무 태도 등이 부족해 징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업무가 안 맞는다거나 오래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교회가 해고를 강행할 경우에는, 직원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해고 통지는 30일 전에 서면으로

해고를 구두로 통보하는 것 또한 불법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또한, 서면에는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 등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실제로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부당 해고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 지난 1월 20일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그 효력이 부정되므로 해고 사유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부당 해고로 인정한다"고 판정했다(사건 번호: 2014부해133).

갑자기 해임을 통보하는 경우도 보자.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제26조). 만약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을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 임금을 당사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처럼 해고 대상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지 않아도 된다. 허위 사실을 날조해 유포하거나 불법으로 집단행동을 주도해 사업에 지장을 줄 경우, 직책을 이용해 공금을 착복·횡령·배임한 경우, 사회 통념상 고의로 사업장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오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이다(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4조).

▲ 근로기준법상 부당 해고된 직원들은 노동위원회 또는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위 사진은 교회에서 계약 해지된 관리 집사가 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내 복직 판결을 받은 내용의 공문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교회에 적용하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하다. 교회 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전체 근로자의 숫자가 4인 이하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제11조).

부당 해고를 호소하는 교회 직원들 중에는 관리 집사가 많다. 한 제보자는 자신들이 '현대판 몸종'과 같다고 했다. 교회에서 목사와 교인들에게 하대를 받다가, 가치가 떨어지면 갑자기 해고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교회에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종속 관계가 입증되면 목사도 근로자

근로기준법은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부교역자도 교회 직원들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쉽게 답할 수 없겠다. 부교역자에 대한 판단은 각 교회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강문대 변호사는 부교역자가 근로자인가 하는 문제는 부교역자가 교회와 체결한 계약의 성격이 '근로계약'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강 변호사는 "어떤 사람이 상대방과 사용 종속 관계 아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했다면, 그 계약은 근로계약이 되고 그 사람은 근로자가 된다"고 했다.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강문대, 뉴스앤조이)에서는 "법원이 종속 관계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취업 규칙·복무 규정·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판단 기준이 실질적으로 교회와 부교역자와의 관계에 있다 보니, 각 교회의 실태에 따라, 부교역자는 근로자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2005년 서울행정법원은 부목사가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부목사가 담임목사와 마찬가지로 목사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담임목사를 보좌해 담임목사가 위임하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담임목사 유고 시 직무를 대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등 임면과 지위에 있어 담임목사와 직접적인 종속 관계로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대법원에서 목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도 있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은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낸 목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 교회의 해고 지시는 부당 해고라고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교회가 근로에 대한 대가로 기본급과 시간외수당, 기타 수당 등을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맺었고, 이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한 이들은 모두 교단 헌법과 인사 규정, 취업 규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 담임목사의 인사 발령에 따라 관련 업무를 맡은 점 등을 근거로 원고(목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교회)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 지난 2014년 부목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부목사를 근로자로 인정,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된 교회의 계약 해지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위 대법원의 판결은 목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처럼,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각 교회의 상황에 따라 판결 결과가 이처럼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부교역자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법으로 따지기는 쉽지 않다.

제보자들은 부교역자에 대한 부당 해고는 이미 예전부터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고 했다. 이들은 부당 해고 문제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관행이라 자신들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부목사는 "부목사들의 노동조합이라도 만들어서 대항해야 할까 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빨간 띠를 둘러 멘 부교역자들이, 교인들이 드나드는 예배당 입구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물론, 모든 교회가 교역자와 교회 직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앤조이>는 다음 기사에서 다른 성격의 교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은 부교역자와 직원들을 앞서 언급했던 교회들처럼 대하지 않았다. 간단한 예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교회 직원의 봉급이 엇비슷한 곳도 있었다. 기준을 똑같이 적용한 것이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직원들의 '삶'을 함께 책임지는 교회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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