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간 낸 헌금 내역을 전 교인에게 공개하고, 연대보증을 해야만 장로 '후보'가 될 수 있는 목포 사랑의교회(백동조 목사). 취재가 시작되자 교회 측은 서둘러 관련 항목을 삭제, 변경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로가 되면, 신용 대출이나 교회 부동산 담보로 대출받을 시 연대보증 성격의 인감증명서와 도장이 들어갑니다. 교회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보증인이 되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소득의 온전한 십일조를 드리고 있습니까. 예수님(교회)을 위해 부지 구입, 성전 건축, 성구 구입을 위해 얼마나 드리셨습니까."

최근 3년간 낸 헌금 내역을 전 교인에게 공개하고, 연대보증이 가능하다고 서약을 해야만 장로 '후보'가 될 수 있는 교회가 있다. 예장합동 목포 사랑의교회(백동조 목사) 이야기다.

위 내용은 목포 사랑의교회가 장로 임직 희망자에게 제시한 내용 중 일부다. <뉴스앤조이>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자 교회 측은 서둘러 관련 항목을 삭제, 변경했다.

목포 사랑의교회는 1월 말, 장로 10명을 새로 뽑는다는 공지를 하고 '장로 피택 후보 추천 수락서'(장로추천서)를 나눠 줬다. 교인 40명이 장로추천서를 받았다.

17개 항목으로 된 장로추천서에는 필요 시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교회가 대출을 받을 경우 당회장과 함께 연대보증 성격의 인감증명서와 도장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연대보증에 동의하지 않으면, 장로 후보로 나설 수 없다.

최근 3년간 교회에 낸 헌금 내역도 공개하라고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장로 후보자의 '신행'을 확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권자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것이다. 일천번제 헌금을 포함해 건축 헌금, 성전 기둥 헌금, 기타 헌금 등을 얼마나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라는 내용도 있다.

장로추천서를 받아 본 일부 교인은 반발했다. 한 교인은 헌금을 많이 낸 사람을 뽑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대보증 조건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연대보증을 해야 믿음이 좋다는 말인가. 누구의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했다.

백동조 목사, "재물 앞에 세워 두면, 신앙과 인격 드러나"

사실 확인을 위해 백동조 목사에게 연락했다. 백 목사는 고 옥한흠 목사에게 제자 훈련을 받고, 1980년대 중반 목포에 사랑의교회를 개척했다. '행복 목회 컨퍼런스'를 만들어 강의를 하고 있고,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에서 활동 중이다. 목포 사랑의교회는 현재 출석 교인이 2,300명이 넘는, 목포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교회로 알려졌다.

백 목사는 2월 6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항목은 장로 임직 후보자를 홍보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교인이 200~300명 수준일 때는 누가 '장로감'인지 알 수 있었는데, 2,000명이 넘어가니 누가 누구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3년간 낸 헌금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항목은 정관에도 나와 있다면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백 목사는 "재물 앞에 세워 보면, (그 사람의) 신앙과 인격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헌금을 많이 낸 교인이 유리한 것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백 목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헌금을 많이 냈다고 해서 표를 많이 얻는 게 아니라고 했다. 유권자는 오히려 약자에게 마음이 더 끌린다면서 장로 희망자의 직업과 헌금 내역을 비교한 뒤 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연대보증을 적시한 것은 교회가 부채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06년 교회를 새로 증축하면서 70억 원의 빚을 졌으며, 지금은 30억 정도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백 목사는 "(보증 항목은) 교회가 어려울 때 십자가를 질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과거 장로 임직 과정에도 연대보증 조건을 걸었으며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현재 장로들도 보증을 서고 있다. 연대보증 문구는 부채를 청산하면 자동으로 삭제될 거다"고 했다.

목포 사랑의교회는 2월 8일 일요일, 긴급 당회를 열어 장로추천서에 나온 보증 항목을 삭제하고, 장로 희망자의 헌금 내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백 목사는 교인들에게 "보증 항목을 삭제했다. 장로 희망자의 헌금 내역을 공개하려 했지만, 여러 사람이 염려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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