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가 2월 8일 가두시위를 벌였다. 500여 명의 교인들은 강남 예배당에서 서초 예배당 건너편까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걸어갔다. 피켓에는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과 불투명한 재정 운용, 학력 의혹, 무리한 정관 개정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적혀 있었다. 유난히 추웠던 날, 교인들은 옷깃을 여미며 강남 한복판을 걸었다.

칼바람보다 더 차가운 건 서초 예배당 교인들과의 경색된 분위기였다. 갱신위가 서초역 앞에 다다르자, 서초 예배당을 나오는 교인들과 종종 언쟁이 붙었다. 갱신위는 예배당 건너편에서 오정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고, 서초 예배당 교인들은 "다 끝난 일 가지고 왜 그러느냐", "너희들이나 회개하라"며 야유했다.

▲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가 2월 8일 가두시위를 벌였다. 칼바람을 맞으며 강남 예배당에서 서초 예배당까지 1시간 정도를 걸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재정 장부 열람, 세 번 퇴짜…갱신위, 이번에는 '간접강제' 신청

이날 갱신위가 외친 구호 중 하나는 "법원 판결 수용하고 재정 장부 공개하라"였다. 지난 12월 24일, 서울고등법원은 갱신위 교인들이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대부분을 받아들인 바 있다. 장부 공개는 '집행관 보관형'이다. 교회 측이 장부를 직접 공개하는 게 아니라, 갱신위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갱신위가 위임한 집행관에게 장부를 일시적으로 맡기는 방법이다. (관련 기사: 사랑의교회 재정 의혹, 검찰은 '혐의 없다' 법원은 '수상하다')

그러나 갱신위는 교회 측의 비협조로 세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갱신위 교인들은 장부가 많아 번거로울 수 있으니 서초 예배당에 장부를 마련해 놓으라고 얘기한 후, 지난 1월 13일 집행관을 대동해 찾아갔다. 그러나 교회 측은 고작 몇 달치 장부만 준비해 놓고 있었다. 갱신위는 다시 교회 측 사무직원들에게 준비해 놓으라고 말한 후 1월 15일 찾아갔지만, 교회 측은 장부를 아예 준비해 놓지 않았다. 1월 19일에는 미리 약속을 하고 갔음에도, 담당 사무직원들은 자리를 비웠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회 측 관계자는, 자료가 많아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뿐이지 장부를 감추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이 났는데 교회가 어떻게 이를 어길 수 있겠느냐며, 단지 행정상의 문제라고 했다. 갱신위가 장부를 열람하러 온 날에, 마침 담당 사무직원이 몸이 아파 결근했다고도 했다.

결국 집행관은 '집행 불능' 조서를 써서 법원에 제출했다. 갱신위는 이를 가지고 간접강제를 신청했다. 교회 측이 반복해서 약속을 어기는 것을 보아 장부를 은닉하거나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장부를 내놓지 않을 경우 하루에 1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 갱신위 교인들은 서초 예배당 건너편에 모여 30~40분 동안 오정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회 측, 황성연 PD와 강만원 씨 고소…'학력 의혹' 아니고 왜?

재정 장부를 내놓지 않는 모습도 그렇지만, 최근 사랑의교회의 행동을 보면 '돈'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 목사다', '맘몬을 섬긴다'는 내용으로 글을 쓴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1월, 오정현 목사에게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황성연 PD를 고소했다. 교회 측은 황 PD가 2013년 9월에 쓴 '맘몬의 신을 섬기는 목사와 장로 그리고 사랑의교회', 2014년 5월에 쓴 '돈에 물든 사랑의교회', 2014년 11월 게재한 '서초 센터, 자기 꾀에 빠지다' 이 3개의 글이 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 중 2014년 11월에 게재한 글은 황 PD가 직접 쓴 글이 아닌, 아이디 '모자장수'라는 사람이 인터넷 카페 사랑의교회본질회복과소통을위한네트워크(사랑넷)에 올린 글을 스크랩한 것이다. 이 글은 작년 11월 옥성호 대표(도서출판 은보)가 사랑의교회 교인 채성태 씨를 상대로 승소한 것의 의미를 옥 대표의 관점에서 쓴 것이다. (관련 기사: 옥한흠 목사 편지 '가짜' 주장하다가 유죄)

2013년 9월에 게재한 글은 황 PD가 디모데전서를 묵상하면서 쓴 것이고, 2014년 5월에 게재한 글은 그가 사랑의전인치유센터를 취재하는 도중 취재 후기처럼 쓴 것이다. 사랑의교회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돈 때문에 생긴 것이며, 목사와 교회가 세속화되어 안타깝다는 내용이다.

이 3개의 글이 사랑의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는 다퉈 봐야 알겠지만, 고소를 당한 황 PD나 사랑의교회 문제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번 교회 측의 고소 이유에 고개를 갸웃했다. 황 PD는 줄기차게 오정현 목사의 학력 의혹을 파헤치는 중이었다. 그의 블로그에는 오 목사가 입학한 대학과 학위를 따는 과정, 목사 안수를 받는 과정 등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글이 많다. 한창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학력 의혹에 대한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글을 스크랩한 것이나 묵상과 취재 후기 같은 글을 문제 삼은 게 의아하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황 PD뿐 아니라 칼럼니스트 강만원 씨도 고소했다. 강 씨가 2014년 12월 <당당뉴스>에 기고한 '나사렛 예수와 '부자 예수'!?'라는 제목의 글이 사랑의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글에서 강 씨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돈을 사랑하는 행태를 비판하며, 돈 때문에 문제가 된 조용기·김홍도 목사와 오정현 목사를 언급한다. 오 목사가 매년 수억의 연봉을 받고 목회 활동비와 선교비를 따로 받아 해외여행을 즐기고, 골프장 회원권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강 씨도 사랑의교회의 고소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정현 목사를 더 자극적으로 비판한 글이 얼마든지 널려 있는데, '부자 목사'들을 비판한, 강도가 그리 세지도 않은 자신의 글을 문제 삼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 갱신위 교인들이 서초 예배당 건너편에 현수막을 걸고 오정현 목사를 규탄했다(사진 위). 서초 예배당 교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 광경을 지켜봤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5년 지난 글에 '권리 침해' 신청?

사랑의교회가 그동안의 대응과는 달리 좀 민감해졌다는 느낌이다. 여담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자.

고 옥한흠 목사의 제자 훈련을 토대로 사역하는 목회자들의 네트워크가 있다. 칼넷(CAL-NET·오정호 이사장)이라고 하는데, 이 칼넷이 2월 3일 사랑의교회에서 '전국 평신도 지도자 컨벤션'을 열었다. 여기에 선택 강의 강사로 양희송 대표(청어람 아카데미)가 초빙됐다. '가나안 성도'에 대해 강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간 양 대표는, 다른 곳에서 했던 그대로 강의하고 돌아왔다.

문제는 3일이 지난 2월 6일에 터졌다. 사랑의교회가 양희송 대표의 블로그에 게재된 5년 전 글에 대해 '권리 침해 신고'를 한 것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권리 침해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글을 볼 수 없게 차단해 버린다. 게시물은 '사랑의교회 건축이 갖는 역기능'이라는 제목으로, 2009년 12월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다루는 포럼에서 양 대표가 발제한 원고다.

사실 양 대표가 칼넷 컨벤션에서 강의한 후 약간 잡음이 있었다. 오정현 목사를 따르는 사랑의교회 교인들의 인터넷 카페에서는, 평소 사랑의교회를 비판했던 양 대표를 누가 강사로 선정했느냐고 따지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양 대표도 그런 비난을 알고 있었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교회 측이 5년 전 글을 뒤져 권리 침해 신고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양희송 대표의 글은 사랑의교회의 신고로 원래 있던 블로그에서는 차단 조치되었지만, 양 대표의 다른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바로 보기: 사랑의교회 건축,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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