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유 아무개 전도사는 한 교회의 교역자 모집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다음 달, 유 전도사는 파트타임 사역자로 교회에 들어갔다. 사례비는 100만 원도 안 됐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역에 임했다.

한 달이 지나자 유 전도사는 담임목사에게 예기치 않은 말을 들었다.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담임목사는 8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며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유 전도사에게는 원인 모를 갑작스러운 실직이었다. 그는 다음 사역지를 구할 때까지 몇 달 동안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한 달 만에 교역자를 해임했겠죠.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를 배워야 하는 후배 사역자를 특별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갑자기 잘라도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위 이야기는 유 전도사가 자신이 겪은 일을 기자에게 제보한 것이다. 1월 14일, <뉴스앤조이>는 교역자와 교회 직원들의 해고 사례를 모으기 위해 독자들에게 제보를 요청했다. 제보와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1월 29일부터 취재에 나섰다. (관련 기사: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부당 해고 제보를 기다립니다)

3일 전 해고 통보하고 위로금 지급

경기도 광주에 있는 ㅍㅎ교회는 교역자 7명이 한꺼번에 교회를 떠났다. 작년 11월 23일, 각각 6년·4년 차인 부목사 2명이 권고사직을 당하고 목사와 전도사 4명이 사임했다. 제보자는, 부목사 2명에 대한 교회의 처분을 놓고 다른 부목사와 전도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교회를 나갔다고 했다.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교회를 찾아갔다. 주장이 엇갈렸다. 수석목사인 서 아무개 목사는 부목사 2명을 해임한 것은 맞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른 교역자들은 모두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해고를 통보한 시기다. 권고사직을 당한 손 아무개 목사와 이 아무개 목사는 11월 20일 해임을 통보받고 사흘 뒤인 23일 주일예배를 마지막으로 교회를 떠났다.

교회가 이들에게 3일 전 갑자기 해임을 알린 이유는, 당사자들이 교회 안에서 힘들고 불편해할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이들이 교회와 사역 방향이 안 맞고, 다른 사역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내보낸 것이라고 했다. 서 목사는 대신 이들에게 한 달치 사례비 규모의 위로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 교회 안의 부교역자, 직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전국기독교노동조합(초대 위원장 이길원 목사)이 2004년 조직되었다. 한때는 회원 수가 100여 명이나 됐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사진은 2005년 전국기독교노동조합이 교회 앞에서 시위 중인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영문을 모르고 내쫓긴 15년 차 운전기사

15년 동안 교회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김 아무개 권사는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 김 권사는 1992년부터 서울 용산구에 있는 ㅇㅌㅇ교회에서 버스를 몰았다. 그런데 2006년 말, 구역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발표됐다. 그 자리에 있던 김 권사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김 권사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성난 목소리를 내며 그때를 회상했다. 당시 담임목사에게 왜 자신이 교회를 나가야 하는지 물었더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 권사는 나중에 나이 때문에 해고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5세였다.

2006년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이다. 예전 일이라 교회에는 그때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 2010년에 은퇴한 당시 담임목사 이 아무개 목사에게 경위를 물었다. 이 목사는 기억을 되살리려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김 권사가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내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해고된 김 권사는 2007년 노동부 서부지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복직 대신 퇴직금과 기타 수당을 포함한 보상금을 내주라고 판결했다. 당시 교회는 퇴직금으로 약 2,5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노동부의 판결로 약 5,000만 원을 지급했다.

경비 집사, '이의 제기했다가 해고' 주장…교회, "법적으로 타당"

경기도 안양에 있는 ㅇㅇㅍㅊ교회에서 경비로 근무하던 차 아무개 집사는 2014년 1월에 계약이 종료됐다. 차 집사는 교회에 업무가 많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 집사는 2009년부터 경비 일을 시작했다. 경비 업무 외에 주차, 행사 준비와 안내, 짐 나르기, 청소 등 다른 일도 도맡았다. 근무 시간은 하루 12시간이었고, 주 7일 일했다.

2013년 5월 차 집사는 업무를 줄여 달라고 사무장과 관리위원장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이듬해 교회로부터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차 집사는 2009년 1월 처음 취직했을 때 교회 소속 계약직이었다. 이후 교회는 경비와 청소 담당 직원들을 모두 용역으로 변경하더니, 2년마다 업체를 변경했다. 차 집사의 소속도 처음에는 교회였다가, 모 관리공사(2011년)에 이어 모 주식회사(2013년)로 변경됐다.

계약 해지된 차 집사는 교회를 상대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교회가 자신에게 보복성으로 계약을 해지했고, 한 곳에서 5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절차상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이를 기각했다.

ㅇㅇㅍㅊ교회 담임목사인 림 아무개 목사는 차 집사의 해고 과정에서 법에 저촉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했다. 용역 업체 소속인 차 집사의 계약이 만료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림 목사는 차 집사가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교회를 가도 경비가 경비실에 앉아서 경비만 보지 않는다. 가끔 청소도 하고 다른 작업도 한다"고 말했다.

이후 차 집사는 교회를 대상으로 노동부 안양지청에 또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원청업체(교회)가 파견 근로자인 차 집사에게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지시했다며,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을 문제 삼았다. 이를 인정한 안양지청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교회에 직접 고용을 지시했고, 차 집사는 2014년 9월부로 교회에 계약직(1년)으로 복직했다.

▲ 부당 해고 및 대우를 당한 노동자들은 각 지방노동위원회 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낼 수 있다. 실제로 교회에서 해고를 당한 직원이 고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해 복직한 사례도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제보로 하소연하는 해고자들

위 사례들 말고도 제보를 받거나 주변을 통해 알게 된 해고 사례들은 더 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확인할 수 없어 지면에 다 담지 않았다. 해고를 당한 이들이 교회 이름과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했다. 아니, 두려워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해고된 동료의 처지를 보다 못해 대신 제보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당사자가 취재를 거부했다. 교역자들은 교계에서 자신들의 평판이 안 좋아질 것을 우려했고, 직원들은 이전 교회가 지금 근무하는 교회에 안 좋은 말을 할까 봐 걱정했다.

물론 교회가 교역자와 교회 직원을 내보내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는 교역자나 교회 직원들도 실제로 존재한다. 관리 집사들의 모임을 25년 동안 이끌고 있는 이 아무개 집사는, "직원들도 잘못하는 부분이 많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데 자기는 계속 억울하다고 우기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다음 기사에서 위와 같은 해고 사례들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없는지 살펴본다. 교역자와 교회 직원들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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