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리고 싶어요." 카페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 아무개 목사(44)는 이렇게 답했다. 김 목사는 2013년 11월, 13평의 카페를 개업했다가 2014년 10월 말에 문을 닫았다. 오래 고민하고 시작한 카페 교회였는데,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김 목사의 실패담을 들어 볼 것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카페 교회를 준비하는 목회자에게는 좀 힘 빠지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얘기가 카페 교회를 했을 때 목사들이 직면하는 상황과 가장 근접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바리스타는 '로망' 아닌 '노동'

▲ 아르바이트를 쓸 수 없으면 목사는 하루 종일 카페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커피 만드는 것은 물론, 재료 구입, 인테리어, 청소까지 다 혼자 해야 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카페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김 목사도 젊은 세대와의 접촉점을 만들기 위해 카페를 하고 싶었다. 부목사 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과 청년 사역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자연스럽게 카페와 교회를 접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목사는 카페 교회가 유행하기 전인 2010년부터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전국에 카페 교회가 몇 개 없을 때, 탐방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찾아갈 만큼 열심이었다.

"그때는 탐방했던 카페 교회 목사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상가 교회보다 훨씬 낫다고 개업을 권했죠. 그렇게 장밋빛 꿈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2013년 10월, 후보지를 세 군데 정도 알아보다가 집과 가장 가까운 청량리 쪽에 있는 커피숍을 인수했다. 보증금 1,000만 원, 권리금 500만 원, 월세 66만 원. 13평에 카페 인테리어가 모두 돼 있었기 때문에 아주 싼 가격에 거래한 셈이었다. 바로 다음 달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첫 한 달은 장사가 꽤 잘돼 아르바이트도 한 명 썼다.

하지만 곧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앞 건물에 있던 사무실 사람들이 카페의 주 고객이었는데, 그 지부가 해체된 것이다.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아르바이트도 쓸 수 없게 됐다.

그때부터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해 오픈 준비를 하고 밤 11시에 문을 닫고 퇴근한다. 집에 오면 쓰러져 잠이 들고, 다음 날 일어나 다시 출근한다. 재료 준비부터 청소, 인테리어까지 혼자 모든 걸 감당했다. 이런 생활을 1년 가까이 했다.

"출근길 버스에서 내리면 앞에 김밥 가게가 있어요. 참치김밥과 그냥 김밥을 하나씩 사요. 카페 오픈하기 전에 이른 점심으로 참치김밥을 먹죠. 오픈하면 밥 먹기가 좀 그렇거든요. 저녁 시간에는 컵라면 하나 끓여서 그냥 김밥과 먹는 거예요. 카페에서 뭐 시켜 먹기도 그렇잖아요, 시간도 없고, 냄새도 나고…. 이렇게 1년을 살았어요."

또 한 가지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흔히 생각하기를, 커피숍을 하면 손님이 없는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활용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책 읽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그 시간은 정확히 말하면 개인 시간이 아니라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흠칫하게 되는 게 주인장이다.

"한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메리카노 딱 한 잔 팔았던 적도 있어요. 11시간 넘게 혼자 있었던 거예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있노라면… 참 그렇죠."

카페 일은 '로망'이 아니고 '노동'이었다. 이렇게 일해도 월세 마련하기 급급했다. 카페는 어떻게 돌아가긴 했지만 생활비로 가져가는 건 한 푼도 없었다.

안돼도 문제, 잘돼도 문제?

▲ 손님이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카페가 너무 도심에 있어도, 너무 후미진 데 있어도 안 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카페 교회의 장점은 역시 '대화하기 좋은 분위기'일 것이다. 교회라고 간판 달면 아무도 안 오지만, 카페 간판 달면 누구라도 스스로 문턱을 넘는다. 비신자와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그들은 천천히 교회에 마음을 연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가지만 물어보자. 여러분은 커피숍에 가서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나? 아마 아주 단골이 아니면 그런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손님과 어느 정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그 손님이 단골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고정적으로 카페를 찾는 손님이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1년간 손님에게 교회의 'ㄱ' 자도 꺼내지 못했다고 생각해 보라. 목사인지 사장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더 먼저 찾아온다.

"혼자 오는 사람이어야 대화의 기회가 있을 텐데, 혼자 카페를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시간을 가지러 오는 거잖아요. 주인이 괜히 말 걸었다가 다음에 오지 않을 수도 있고요."

장사가 너무 안되면 아예 기회 자체가 없어지니 당연히 문제지만, 김 목사는 장사가 너무 잘돼도 문제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북적한데, 어떤 한 사람에게만 말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카페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하루에 커피를 50~60잔 파는 것이라면, 이는 김 목사 말로 "하루 종일 정신없이 파는 수준"이다.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만약 교인들이 생긴다고 해도 온종일 카페를 지켜야 한다면 관계는 어떻게 형성할까. 작은 교회의 장점이 목사와 교인들이 살을 부대끼며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인데, 카페 교회는 이러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운영되는 많은 카페 교회들도 이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카페만 고집하지 마세요

결국 김 목사는 2014년 10월 말, 딱 1년 만에 카페를 접었다. 그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동안 체력이 너무 바닥이 나 있어서 카페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김 목사만의 일은 아니다. 김 목사가 카페 교회를 준비할 때 탐방한, 카페 교회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부산의 그 카페 교회도 문을 닫았다. 생각만으로 치면 카페 교회만큼 좋은 것도 없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 목사는 카페 교회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최소 3개월 동안 카페에서 일해 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일을 해 보고, 이게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구나 한두 달은 재밌게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재미로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커피숍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김 목사는 도서관·학원·미용실 등 자신의 달란트가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목회와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낫다고 했다.

뭐든지 그렇지만 의욕만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카페 교회 목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카페 교회를 시작하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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