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쓴 책을 팔아 억만장자가 됐다고 말하는 목사가 있다. 서울목자교회 김열방 목사는 지금까지 수백 권이 넘는 책을 써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 목사가 쓴 <성령님과 교제법>. 1월 31일 김 목사를 찾아가 만났지만, 그는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목자교회 김열방 목사(47)는 스무 살 때 길을 걷다가 성령을 체험했다. 그는 "1988년 성령님을 만나 천재적인 기름 부음을 받았다"(<성령님과 교제법> 중에서)고 했다. 이후 삶은 통째로 변했다. 가장 먼저 생각이 바뀌었다. 목회자는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중세 시대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구원했다. 그리고 '물질'의 축복도 허락했다.

아브람에게 육축과 은금이 풍부했고, 솔로몬에게 금은보화가 넘쳐 났듯이 오늘날 믿음의 길을 걷는 사람도 얼마든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김 목사는 물질의 축복은 '책'으로 완성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성령님과 교제법>을 시작으로 <억만장자가 되는 12가지 비법>, <억만장자 마인드>, <김열방의 억대 수입 비결> 등 수백 권을 말 그대로 '찍어' 냈다. 그는 "어느 순간 억만장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책을 써냄으로 코칭과 사업을 하게 되어 억대 수입을 올리게 되었고, 62평의 저택과 몇 채의 집을 샀고, 예쁜 삼각별이 달린 메르세데스 벤츠도 샀고, 땅과 호텔도 샀습니다. 책을 써냄으로 좋은 동역자들도 많이 만났고 부모님께도 효도했습니다. 저는 제 책을 통해 한 가지만 아닌 열 가지 이상을 모두 얻었습니다." <성령님과 교제법> 312쪽

천재들의 멘토?…2시간 특강에 30만 원, 책값은 수백만 원

지난해 12월, 한 블로그를 통해 김열방 목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총신대를 졸업하고 예장합동에서 안수를 받은 김 목사는 스스로 천재작가협회 회장, 억만장자협회 회장이라고 소개했다. 생전 처음 보는 자칭 '천재 작가'들은 김 목사를 멘토로 추켜세웠다. '천재 작가들이 추천하는 목사라….'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김열방 목사를 검색하니, '천재 멘토 김열방과 서울목자교회' 카페가 떴다. 카페에 가입을 하고 하나둘 살펴봤다. 카페에는 김 목사가 쓴 책 30권을 읽으면 저절로 책을 쓸 수 있고, 강연과 코칭을 하고 억대 수입을 올린다는 글들로 가득했다.

공지 게시판을 보니, 김 목사가 1월 31일 교회에서 특강을 한다고 나왔다. 1년에 한 번만 하니, 서둘러 신청하라고 했다. 카페에 가입한 뒤로 "1년에 한 번뿐인 특별 세미나에 등록하라"는 문자가 계속해서 날아왔다. 특강 10일 전에는 "곧 마감하며 등록이 불가하다"는 문자가 왔다.

기자는 직접 찾아가 강연도 듣고, 인터뷰도 해 보자고 다짐했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궁핍한 마당에 호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특강을 들으려면 등록비를 내야 하는데 30만 원이나 했다. 등록비만 있는 게 아니었다. 김 목사의 저서가 없는 사람은 120만 원을 주고 책을 구입해야만 했다. 결국 150만 원을 내야 특강을 들을 수 있었던 셈이다. 대체 이 강연을 누가 들을까 싶었다.

그가 누군지 궁금했지만 정보는 부재했다. 지난 1월 <뉴스앤조이> 편집위원 모임에서, 기자는 김열방 목사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자리한 7명의 위원 중 2명이 김 목사를 안다고 대답했다. 한 위원은 신학대 동기였다면서 남들과는 확실히 달랐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위원은 비슷한 종류의 책을 수없이 찍어 내는데, 그 출판사 사장이 김 목사의 아내라고 말했다.

김열방 목사, "부자도, 가난한 자도 천국에 못 가"

▲ 서울 잠실에 있는 서울목자교회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4층짜리 건물 3, 4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특강이 열렸던 서울목자교회는 한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밑져야 본전이다. 1월 31일 서울목자교회가 있는 잠실로 향했다. 2호선 종합운동장역 1번 출구를 나와 10분 정도 걸으니 교회가 나타났다. 교회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4층짜리 건물 3, 4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120평 남짓한 교회는 한산했다.

교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특강을 듣기 위해 찾아왔는데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는 지금 등록해도 된다고 말했다. 차마 돈이 없다는 말은 못 하고, 쭈뼛거리면서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기자는 강연을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열방 목사였다.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수년 전에 인터뷰를 한 번 했는데 기사가 악의적으로 나간 적이 있다면서 거부했다. 계속되는 인터뷰 요청 끝에 30분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천재작가협회와 억만장자협회의 실체가 궁금했다. 그는 두 단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천재의 의미에 대해 묻자, 김열방 목사는 "천재란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은 천재로 태어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그 반열에 올라서지 못한다고 했다. 천재 아래에는 수재와 영재가 있는데, 소위 명문대를 진학하거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천재가 되는 방법을 물었다. 김 목사는 기자에게 자신이 쓴 <성령님과 교제법>을 추천했다. 이 책 속에 모든 게 들어 있다고 했다. 성령과 깊은 교제를 나누게 되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는 꼭 책을 써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억만장자가 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작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이 믿음이 없으면 부자도, 가난한 자도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대화는 예배당을 마주보고 있는 작은 쉼터에서 이뤄졌다. 벽면에 세워진 책장에는 김 목사가 쓴 책들로 가득했다. 책장에는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부착돼 있었다. "당신도 벤츠를 살 수 있습니다"라는 글귀를 찍은 것이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면 누구나가 부자가 되느냐고 김 목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금 벤츠 2대를 보유하고 있고, 집도 두 채나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교인들도 부유하게 사냐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최근 자기의 도움으로 책을 낸 김 아무개 씨도 벤츠를 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 700권의 책을 썼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의 집필을 돕고 있으며, 일부 책은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해 낸다고 말했다. "목사가 책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자, 김 목사는 "복음의 본질을 담고 있는 책인데 당연히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책장에는 2만 원짜리부터 990만 원짜리 책 등이 전시돼 있었다.

▲ 인터넷에서 김열방 목사를 검색하면 '천재 멘토 김열방과 서울목자교회'라는 카페가 뜬다. 카페에는 김 목사가 쓴 책을 소개하는 글들이 넘쳐 난다. (다음 카페 갈무리)

궁금한 게 많았지만 시간 관계상 대화는 길게 하지 못했다. 10분만 특강을 듣고 나가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강에는 어린아이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참석했다. 주로 교인이 많았고, 외부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김 목사는 특강이 끝난 뒤 다른 약속이 있어서 추가 인터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식 인터뷰는 기회가 되면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김 목사가 추천한 2만 원짜리 책 한 권을 샀다. 책 겉표지에는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 목사의 얼굴이 나와 있었다.

책의 요지는 간단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책을 쓰면 된다. 책 쓰는 방법을 모르면 김 목사를 찾아가 코칭을 받으면 된다고 나온다.

다음은 <성령님과 교제법>에 나오는 일부 내용이다.

"책을 써내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가벼운 문제가 아닌 꼭 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하나님은 모세와 다윗, 솔로몬, 이사야,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베드로와 바울 등 수많은 그분의 종들에게 책을 써내라고 하셨습니다. 책을 써내는 것이 최대의 기적입니다." (301쪽)

"책이 나오면 퍼스널 브랜딩하게 되고, 강연과 코칭을 통해 쉽게 억대 수입을 올리게 됩니다. 저는 책을 써낸 순간 학벌에 대한 미련이 단방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책에는 학벌이 필요 없습니다. 전국과 세계 어디를 가도 학벌을 묻지 않습니다. '무슨 책의 저자다'라고만 소개할 뿐입니다. 책을 써내면 저자는 1인 기업의 회장님이 됩니다." (302쪽)

"제 책은 한권에 2만 원에서 990만 원, 10억 원까지 합니다. 그래도 잘 팔립니다. 왜 그럴까요? 희소가치 때문입니다. 저만의 천재적인 깨달음을 잔뜩 담아 놓았기 때문에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삽니다. 큰 깨달음에는 큰 가치가 있습니다." (307쪽)

"저도 처음엔 지하에서 월세로 살며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성령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며 그분의 음성을 듣고 순종한 결과 지금은 잠실에서 제가 돌아본 집 중에는 가장 넓은 집을 사서 살고 있습니다. 62평의 집에 방이 일곱 개이고 욕실이 네 개나 됩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저는 책 쓰기와 강연 코칭, 출판 사업과 임대 사업으로 억대 수입을 올리며 제가 번 돈으로 집과 호텔 땅과 건물을 계속 사들이고 있습니다. 롤렉스를 차고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다니며 제가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고 있습니다." (321쪽)

"제가 쓴 책 중에 대표 저서 30권을 묶음으로 사서 읽으면 됩니다. 그래도 1,300만 원밖에 안 됩니다.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해야 합니다." (342쪽) 

▲ 김열방 목사는 총신대를 졸업하고 예장합동에서 안수를 받았다. 책 집필뿐만 아니라 각종 집회를 인도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도 하고 있다. 사진은 교회 입구 모습. 김 목사는 교회 내부 촬영을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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