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의 신앙과 책

이지성 씨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가 쓴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 계열에 올랐다. 내는 책마다 '대박'이었다. 판매 부수로만 봤을 때 그는 단연 또래 작가 중 최고다.

▲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국일미디어)는 수백만 부가 팔린 책으로 이지성 작가의 대표작이다. (사진 출처 알라딘)

이지성 작가는 기독교인이다. 그는 기독교 관련 서적도 몇 권을 썼다.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의 결론에는 교회 주일학교가 희망이란 이야기도 거침없이 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에는 그 책을 '기도해서 썼다'라는 이야기도 담았다. <한국의 진짜 목사를 찾아서>라는 7명의 목사를 담은 인터뷰집에서 그가 교회 강의를 거절하는 대목은 존경스럽다. 이 책에서 그는 "교회 강단에서 전해져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교회 강의를 거절해 왔다"고 했다.

책에 쓰인 그의 신앙에 대한 대목만 보면 그는 건강한 신앙인이다. 그러나 이지성 작가가 쓴 책의 내용은 '신앙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가 쓰는 책들은 그가 비판하는 책과 내용상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지성 작가의 책과 그가 비판하는 시크릿은 무엇이 다른가?

우선, 이지성 작가의 대표적인 저서 <꿈꾸는 다락방>부터 살펴보자. 이 책은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라는 'R=VD'라는 법칙이다. 이 법칙을 풀이하면, '생생하게(Vivid) 꿈을 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말이다.

책에 있는 사례를 소개하겠다. <꿈꾸는 다락방>에서 복사기가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생생하게' 꿈꾸었다고 한다. 자신이 두뇌 속의 그 복사기를 그렸다. 그랬더니 이지성 작가의 방 안에 복사기가 들어찼다고 한다(67~68쪽).

그래서 이 책 내내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내 꿈을 이뤄 가고 있다", "반드시 성공한다" 등의 말을 계속해서 불러들여야 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이러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등의 부정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긍정적 사고방식'에 미치기를 강조한다. 거의 주술에 가깝다. 심지어 그는 '노력하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한다(99쪽).

▲ 론다 번의 <시크릿>(살림Biz).

<시크릿>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크릿>에는 "원하는 것을 그저 구하고, 믿고, 받는 것"이 메시지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역시 꿈을 이루는 과정은 상당히 단순하다. 상상하기만 하면, 우주의 에너지를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저 믿고 실행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성 작가가 말한 R=VD의 법칙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 책들은 '생생하게 상상하길' 권유한다. 생생하게 상상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권의 내용적 차이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책의 내용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일생'을 자신의 관점으로 '일반화'한 것일 뿐이다.

<시크릿>의 저자 론다 번은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될 일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지성 작가가 쓰는 자기 계발서들에 흔히 담겨져 있는 내용이다. 이지성 작가가 쓴 다른 책인 <20대, 자기 계발에 미쳐라>라는 책도 살펴보자. 20대가 구매한 자기 계발서의 대표적인 저서인 이 책에서조차도 그는 '관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능한 20대는 자기 계발에 미쳐야 하며, 자기 계발에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대한 조건이 '사고의 변환'이라고 책에서 말한다.

특히나 이런 사고를 하는 이유는 '부자가 되기 위함' 혹은 '성공하기 위해서'다. 성경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하루 종일 꿈을 꾸라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하나님과 물질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막 6:24)"고 했다. 또한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걱정하지 말라(마 6:25-34)"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비전은 하나님나라를 위함이라고 몇 번이고 되새기는 신앙인이 이런 책을 쓴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모순'에 빠진 이지성 작가

흥미로운 것은 이지성 작가가 <시크릿>을 비판하는 <노 시크릿>이라는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본인이 '반기독교적'이라고 이야기하며, 종교적인 '정의감'을 표출했던 이지성 작가가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책이 바로 이 책 <노 시크릿>이다. 심지어 <노 시크릿>의 부제는 "시크릿은 없다. 최고의 실력을 갖춰라"라는 것이다. <꿈꾸는 다락방>과는 주제 자체가 다르다. 이전에는 분명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 이지성 작가의 <노 시크릿>(다산북스). 작가는 이 책과 <한국의 진짜 목사를 찾아서>에서 <시크릿>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 출처 알라딘)

<노 시크릿>에서 이지성은 '미국식 힌두이즘'이라며 <시크릿>을 비판한다. 이 책에서 이지성 작가는 그리스도를 반하는 '신사상운동'과 '뉴에이지'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또한 그의 책인 <한국의 진짜 목사를 찾아서>에서 이지성은 <시크릿>이라는 책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 이지성 작가가 <시크릿>과 별반 차이가 없는 책을 써 왔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반기독교적'이라는 <시크릿>과 거의 같은 내용을 써 왔다는 사실을 갖추기 위한 듯이 <노 시크릿>에서 <꿈꾸는 다락방>과 <시크릿>의 차이를 구분하기까지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신앙인 이지성'의 책을 곱게 보기 힘든 이유

<시크릿>과 <꿈꾸는 다락방>의 성공 요인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한 막막한 길을 '행복한 관념'을 통해서 쉽게 갈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사실은 부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나라에서는 부에 대한 욕망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산상수훈에서 예수께서는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걱정하지 말라(마 6:25-34)"고 이야기하며, '욕심을 버리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물질 대신에 하나님나라의 '의'를 먼저 구하라고 말씀하신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이지성 작가의 책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욕망을 무리하게 부추길 정도의 자기 계발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쓴다.

물론 그의 자선과 기부에 대해서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신앙인일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책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법이다. 책에 나온 '종교적 정의감'과는 다르게 관념으로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시크릿>과 같은 책들을 집필해 온 것이다. 신앙인 이지성의 책이 '신앙인'이 썼다고 보기에는 거북하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