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1984년부터 2014년까지 30년간 한국인의 종교 실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꾸준히 늘던 종교인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감소했고, 종교에 관심 없다는 응답은 더욱 늘어났다. 개신교인 비율은 21%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불교와 천주교에 밀려 비종교인들에게 가장 적은 호감을 받고 있는 종교로 드러났다.

하지만 개신교인들은 타 종교인들에 비해 종교 생활에 열심이었다. 개인 생활에서 종교를 타 종교인들에 비해 중요하게 여겼고, 종교 의례(예배) 참여도가 월등히 높았다. 호감도 1위에 손꼽힌 불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절에 간다고 대답한 비율이 6%인데 반해, 개신교인은 80%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교회를 간다고 응답했다. 헌납 비율에서도 독보적인 수치를 보였다. 십일조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68%로 천주교(36%)에 두 배 가까이 앞섰다. (관련 기사: 개신교, 헌금과 열심은 1등, 호감정은 꼴등)

▲ 비종교인들에게 가장 많은 호감을 받고 있는 종교는 불교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종교에 호감이 없다는 응답이 늘어났다. (한국갤럽 자료 제공)

<뉴스앤조이>는 종교사회학을 전공한 교수와 목회자에게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알리고, 견해를 들었다. 공통적으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와 이길용 교수(서울신학대학교)는, 종교인 비율이 적어지는 것과 개신교가 가장 적은 호감을 받고 있는 종교로 손꼽힌 것에 대해,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는 교회 부흥의 기회를 엿본 고무적인 조사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재영 교수는, 개신교인들이 종교 생활에 열심인데도 호감도가 타 종교에 밀리는 것에 대해서 "우리끼리만 신앙생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의 이탈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서, 고령일수록 종교를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고, 나이가 어릴수록 종교에 무관심한 이들이 많았다.

"기존 세대는 좋게 말하면 소신이지만, 사고가 고착되어서 소통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도 그 의미가 소통되지 않으니 젊은 세대들의 눈에는 이상해 보인다. 물론 신앙은 소통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소통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왜 이런 신앙생활을 하는지는 알릴 필요가 있다. 복음은 우리끼리만 알 것이 아니지 않은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과 통할 수 있는 언어, 이런 것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정재영 교수는 종교인 비율 감소가 사회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진 어느 사회에서나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길용 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현대에는 대중문화, 스포츠 등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윈-갤럽인터내셔널은 조사 결과를 통해 "개인이 번영할수록 종교적인 성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한 적이 있다.

정재영 교수는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회자 또는 교인들이 비도덕적이고 부정적인 일들로 자주 대중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작은 교회들이 갱신의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중심 세력이랄지,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이 안 된다. 사실 큰 교회는 갱신에 관심이 없다. 대형 교회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인다. 위기감이 없다. 때문에 앞으로 이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이길용 교수도 언론이 개신교의 위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개신교는 타 종교에 비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은데, 그렇다는 건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신교가 가장 종교다운 모습을 가진 종교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개신교가 신앙생활을 가장 열심히 하는 집단으로 드러난 부분을 이렇게 해석했다.

"개신교는 바티칸이 있는 천주교나 국가에 기대어 성장해 온 불교에 비해 국가 또는 공적 기관과의 연결 고리가 가장 적은 곳이다. 말하자면 개신교는 '가장 큰 자영업'을 하고 있는 종교다. 교인들에게 신심 강조는 생존 전략이다. 그래서 개신교에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신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신교의 메시지 전파법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다며, 교회 지도자들이 메시지의 문법을 바꾸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양식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의 종교성을 자극하는 데 유리한 종교는 불교와 천주교로, 형태나 전례 면에서 메시지가 전부인 개신교에 비해 우위에 있다. 이길용 교수는 개신교가 낡은 문법을 바꾸지 않으면 젊은 세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하는 거다. 영접, 섭리, 보혈… 우리는 어렵지 않아도, 일반인에겐 독해가 안 되는 얘기다. '보혈이 나를 씻었다'라고 하면 피가 철철 흐르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이미 개신교가 먹히지 상황에서 우리끼리 알아듣는 이야기를 하는데… 방법 없다. 사람들이 알아듣게 하려는 노력 없이는 더 이상 변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개신교의 역사는 이런 노력으로 이어져 왔다.

변했으면 좋겠는데,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기득권층 목회자, 중장년층 이상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문화적인 배경이 그렇다. 단일민족, 단일국가 등 이런 이데올로기에 너무도 많은 세례를 받으면서 한국 사회가 많이 보수화되었다. 변화에 대한 주저함이 크다."

정재용·이길용 교수가 당분간 개신교의 쇄신을 부정적으로 봤다면, 노치준 목사는 한국갤럽의 이번 조사 결과에서 부흥의 기회를 엿봤다고 말했다.

"비종교인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로 '관심이 없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다.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라는 응답은 낮아졌다. 관심을 끌면 교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부분에선 최근 부흥한 교회들을 분석해 보면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분당우리교회, 우리들교회, 높은뜻광성교회, 이외에도 작더라도 새로운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그는 비종교인들이 개신교에 가장 낮은 호감을 나타낸 부분에 대해 "다른 종교에 비해 크게 떨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4년과 2014년을 비교할 때,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37%에서 25%, 천주교는 17%에서 18%, 개신교는 12%에서 10%의 수치를 보였다. 노치준 목사는 호감도를 좌우한 요인으로 '사회적 공신력'과 '종교성' 두 부분을 양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공신력 때문에 개신교에 대한 호감 지수가 낮아지는 건 문제가 있지만 '종교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헌금 열심히 하는 부분을 싫어하는 걸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애가 인기 좋을 수도 있지만, 공부하는 걸 꼴 보기 싫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노치준 목사는 단기 신앙자는 적어지고 장기 신앙자는 많아지는 부분에 대해 "전도는 하지만 정착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교인들의 텃세, 교역자들의 수준, 헌금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얘기했다. 천주교는 중앙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헌금 부담이 없지만 개신교인들은 목회자의 사례비 등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기 수양을 강조하는 불교와 달리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은 사랑을 강조하는 개신교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도 커서 정착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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