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읽는 법 -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위한 짧고 쉬운 성경 안내서> / 오누키 다카시 지음 / 최연희 옮김 / 따비 펴냄 / 216쪽 / 1만 2000원

성경 읽고 가르치는 게 직업인지라, 항상 새롭고 참신하고 오묘한 성경 연구에 관한 책을 찾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본인 신학자가 대학교에서 신자와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강의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는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로 1979년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오랜 연구 주제는 '신약성경과 그 주변 문서', '원시 그리스도교 역사와 기원후 4세기까지의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였다(11쪽).

이 책을 보면서, 사실 책 제목보다는 부제목에 관심이 가기 시작해서 짧은 시간에 독파를 하고 이 책을 소개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 전개가 심상치 않다. 1부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성경 읽기, 2부는 자신 있게 성경 읽는 법, 3부는 성경 문서 해설이다. 본 서평에서는 3부의 내용 소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1부에서 저자는 '비신자'의 성경 읽기가 어려운 이유를 몇 가지로 든다(12-17쪽). (1) 혼자 통독하기에는 너무 '불친절'하다. (2) 실제 저자는 '대체로' 이야기 배후에 숨어 있다. (3) '전통적이고 규범적인 읽기'는 성경을 읽고 싶어하는 초보자들을 그 나름으로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자주적이며' '개인의 경험과의 관련 속'에서 읽기를 추천한다(18-24쪽).

사실 비신자는 성경을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차원에서 읽으려 하기 때문에 그들이 접하는 난관들이 그들의 독서를 방해한다(27, 31쪽). 성경이 낯선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종교의 경전이면서 또한 고전(古典)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2) '제멋대로' 배열된 이야기의 순서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이야기의 전개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3) '이질적인' 고대의 세계상이 나타난다. 현대인들이 전제로 하고 있는 진화론이나 신정론, 혹은 기적 이야기가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4) '이해하기' 힘든 신들의 행동이 나타난다. 성경은 하나님의 활약상을 보여 주며 하나님나라나 비유가 이해하기 어렵고 부활은 사람의 경험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2부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성경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독자 중심(주도)의 독서다. 저자는 전통과 규범적 선입견을 배제한 채, 인간의 저작임을 고려한 채 읽도록 권유한다. 저자는 그래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며, 각각의 문서들의 '인간적 경험과 사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97쪽). 신자들에게도 일반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반적인 언어로 설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99쪽).

저자는 성경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목차대로 읽지 말고, 문서별로 읽기를 권한다. 또한 저자는 문서를 전체적으로 읽기를 권하고 심지어 한 가지 문서상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예를 들어, 시편, 예언서, 바울서신, 요한복음의 일부). 각각의 성경책이 드러내는 불일치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강조점을 고려하여 읽으며 교향곡과 같이 나름의 다성체와 다성성을 인정하라고 권면한다.

저자는 성경의 중심이 피조물인 인간이라고 대담하게 주장한다. 그는 신의 존재 인정이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며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127, 131-132쪽). 저자에 따르면, 예수의 기적은 자연 기적과 치유 기적으로 나뉘는데, 자연 기적은 예수가 구세주임을 알리는 것이며 치유 기적은 당시 범신론에 대한 반박의 의도가 있었다(134-135). 그는 불신자들의 걸림돌인 신의 존재와 기적 사건 등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또한 성경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시 기독교의 기본 문법에 따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빚의 문제에 관하여, 예수 시대의 심각한 경제문제에 근거한 다양한 빚에 대한 '빚을 해결해 주라'는 말씀이 설파되었음을 설명한다.

저자는 성경을 읽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답'을 구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일이 '성경을 읽는 재미'를 소개하고 "성경의 난관에 자주적으로 도전하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대로, 독자 중심의 독서는 성경 독서를 통해 "새로운 자기 이해"를 찾고 "현재의 목숨(자기 목숨)에서 참된 생명"을 경험하는 일은 늦게 다가오기 때문에 성경 독서에 있어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결론적으로 요 12:25).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항상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려고 하였다. 물론 본서가 성경을 읽다가 지치거나 포기한 사람들에게도 계속 읽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유용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불신자와 함께 성경을 읽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시도에 더 주안점을 두고 싶다. 단지 '전도용'으로 밑줄 그어진 부분만 보여 주고 함께 읽히고 결신 기도를 받아 내거나 다만 '잃은 영혼'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한 '참 좋은 수단'으로서만 말고, 성경을 우리의 이웃들과 어떻게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되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사실 성경은 신자들의 책이기도 하지만, 항상 불신자들에게도 열려져 있는 책이다. 사실 주위에 신자들로 가득하니, 막상 불신자들과 대화하거나 그들에게 체계적으로 성경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일은 '용기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막상 '낮선 일'이 되어 버렸다. 저자의 오래고 다양한 경험들이 우리와 많은 면에서 공유된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본서를 읽고 '모든 이들의 책' 성경을 불신 이웃들과 나누는 신비한 경험에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