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누리꾼들이 분노했다. 서울시 동작구에 산다고 밝힌 A는 지난 18일 일요일, 자신의 주차 공간에 인근 교회 사람이 주차를 해 놓은 사연을 털어놨다. A는 교회 집사와 장로가 어떻게 이렇게 처신할 수 있느냐며 황당해하고 억울해했다.

▲ 불법 주차 문제가 크게 번졌다. 1월 18일 ㄷ교회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 인터넷 공간에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다.

전말은 이렇다. A는 집 근처 '노상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차를 댄다. 월 4만 원을 내는 유료 주차 지역이다. 18일 오전 개인적인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웬 차 한 대가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A는 앞 유리에 붙어 있는 연락처로 두 차례 전화했으나 상대방은 받지 않았다. 당장 차를 대 놓고 할 일이 있는데 속수무책이었다. A는 시설관리공단에 신고했고 그 차는 견인됐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터졌다. 견인된 차는 주차 구역 바로 밑에 있는 ㄷ교회 장 아무개 집사의 것이었다. 장 집사는 예배를 마치고 나와 차가 견인된 것을 알았다. 부재 중 전화 목록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A가 받았다. A는 장 집사가 사과는 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차에 해코지라도 할 것 같은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다음 날(19일)이었다. ㄷ교회 이 아무개 장로가 A에게 전화해, 구청에다 민원을 넣어서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다. 게다가 이 장로는 자신이 동작구청 생활체육과 이사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A는 "지금 협박하는 거냐"고 했고, 이 장로는 "그런 줄 알라"면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A는 기가 막혀서 1월 19일 오후 12시 30분경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이틀 만에, 조회 수 15만을 넘어섰고 댓글도 550개 이상 달렸다.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스크랩해 간 사람도 많았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같은 날 저녁 7시 30분경 이 장로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는 구청에 민원을 넣지 않을 테니 글을 내려 달라고 했다. 이 장로는 글에 ㄷ교회 실명이 올라간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A는 "전에 전화했을 때는 받지도 않더니 글이 퍼지자 내려 달라고 사과하느냐"면서,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고심 후 사과는 했지만…

▲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에 붙어 있는 안내판. 배정받지 않은 차가 주차하면 견인 조치될 수 있다고 써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누리꾼들의 비난은 그야말로 야멸찼다. 이미 여러 가지로 사회에서 찍힌 개신교에게 관용 따위는 없었다. 댓글마다 '개독'이라는 말이 들어갔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최근 벌어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을 거론하며, 교회 장로와 집사도 똑같다고 했다. ㄷ교회 홈페이지는 19일 이후 지금까지 일일 접속자 수 초과로 서버가 다운된 상태다.

<뉴스앤조이>는 1월 21일, A와 연락해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일이 있었던 주차 지역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일요일마다 예배 시간이 되면 ㄷ교회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빈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차를 댔다며, 이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고 했다.

교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었을까. 같은 날 저녁, 기자는 ㄷ교회를 찾아갔다. 수요예배 후 김 아무개 담임목사와 장로 네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 아무개 장로도 있었다. 이들은 A가 아직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미 당사자들끼리 잘 애기해 끝난 일로 알고 있었다.

이 장로는 잘 해결되었다는 증거로 A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보여 줬다. A가 이 장로에게 보낸 메시지는, "앞으로 교인들의 불법 주차를 잘 단속해 달라", "구청에 민원을 넣어 주차선을 없앤다면 나도 대응을 할 것이다"는 내용이었다. 이 메시지는 이 장로가 A에게 전화하기 전인 19일 오후 2시 40분경에 왔다. 그러나 이 장로는 이 메시지를 20일 밤에야 확인했고, 마지막 통화 후 A가 마음을 푼 줄로 오해했던 것이다.

현 상황을 알게 된 김 목사와 장로들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교회로 접촉해 오는 상태였다. 김 목사는 "36년간 이 교회를 목회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줄 모르겠다. 교회 차원에서 나서는 것이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신중하게 얘기했다.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중지를 모았다. 오해를 받아도 양보하는 게 크리스천인데, 이것은 크리스천들이 먼저 잘못한 것이니 두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 아무개 장로도 이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는 "처음에는 나도 화가 나서 민원을 넣겠다고 했고, 통화를 하다 보니 감정이 계속 격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지혜롭지 못한 처신이었다. 불법 주차한 것과 민원을 넣겠다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장 집사와 함께 A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에게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차를 대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얘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ㄷ교회는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교회 앞 아파트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파트 주차장은 문제가 일어난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코앞에 있다. 몇몇 교인들이 예배에 지각하거나 예배가 끝났을 때 좀 더 빨리 나가려고, 아파트까지 들어가지 않고 비어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

1월 22일, 이 장로와 장 집사는 A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A의 마음은 이미 굳게 닫혀 버렸다. A는 인터넷에 게재된 글을 내릴 생각이 없으며, 언론사들이 연락해 오는 대로 제보할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일반 언론사들이 속속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애초에 A가 바란 건 큰 게 아니었다. A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게 뭐 큰일은 아니지 않나. 나도 견인까지 되게 한 것에 대해 약간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거기서 서로 사과했으면 그냥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불법 주차한 건 사과도 안 하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했다는 것에 그는 더욱 실망했다.

이 장로와 장 집사는 23일 기자와 만나, 진심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A의 마음이 풀리면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