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19일 고 박성범(37)·이경화(34) 선교사 부부와 생후 11개월 된 딸 박유나 양의 추도 예배가 의정부제일교회에서 열렸다. 예배당 앞에는 단란했던 선교사 가족의 모습이 담긴 영정이 놓여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지난 12월 28일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가던 에어아시아 여객기가 바다에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155명과 승무원 7명 등 16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한국인 선교사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성범(37)·이경화(34) 선교사 부부와 생후 11개월 된 딸 박유나 양이다. (관련 기사: 실종 항공기 탑승 한국인, ESF·IVF 출신 선교사 가족)

1월 11일(현지 시각), 선교사 부부의 시신이 확인됐다. 박유나 양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조사 당국이 더 이상 시신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해 비행기 동체 인양을 결정했다. 유족들은 박성범·이경화 선교사 부부와 딸 박유나 양을 위해 추도 예배를 하기로 했다.

추도 예배는 1월 19일 의정부제일교회에서 열렸다. 예배에는 400여 명의 유족과 조문객들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예배당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침통한 기색을 한 조문객들이 그 뒤 빈자리를 채웠다. 몇몇은 벽에 기대어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예배당 앞에는 고인의 가족사진과 유골함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고 박성범·이경화 선교사 부부와 딸 박유나 양이 밝게 웃고 있었다.

조문객들 중에는 30대 중·후반의 젊은 부부가 유독 많았다. 고 박성범·이경화 선교사의 대학 선·후배와 선교 단체 동료들이었다. 고 박유나 양과 비슷한 또래의 아기들도 눈에 띄었다. 고 박성범·이경화 선교사는 대학생 때 각각 기독대학인회(ESF)와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했다. 조문객들은 대개 20대 초반, 고인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신앙을 나누며 미래를 꿈꾼 친구들이었고, 고인이 선교사가 되었다는 소식에 기도와 후원으로 도왔던 이들이었다. 

▲ 추도 예배에는 30대 중·후반의 젊은 조문객들이 많았다. 고인과 함께 대학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신앙을 나누며 미래를 꿈꾼 친구들이자, 선교사로 사는 고인을 기도와 후원으로 도왔던 이들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추도 예배는 인사이더스선교회가 주관했다. 고 박성범·이경화 선교사는 인사이더스선교회 소속으로, 각각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했다. 태국에서 열린 집회에서 서로 알게 된 이들은, 2013년 추도 예배가 열린 이곳 의정부제일교회에서 결혼했다. 이날 인사이더스선교회 소속 동료 선교사들은 고인을 위해 찬송가를 불렀다.

"천국에서 만나 보자 그날 아침 거기서
순례자여 예비하라 늦어지지 않도록
만나 보자 만나 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 보자 만나 보자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 동료 선교사들이 고인을 위해 찬송을 부르고 있다. 이들은 천국에서 고인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유족과 조문객들은 고인의 삶과 사역을 회상했다. 고 박성범 선교사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사역했던 백신종 목사가 고 박 선교사를 소개했다. 고인은 두 차례 캄보디아에서 활동했다. 2004년 8월부터 2년간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봉사 활동했고, 2008년 2월부터는 인사이더스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활동했다. 로고스어학원에서 한국어와 컴퓨터를 가르쳤고,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봤다.

"그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아니라 삼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어요. 제자들을 사랑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었어요." 백 목사는 눈물을 삼키며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했다. 그는 "2013년 선교사님의 결혼식에 못 갔습니다. 선교사님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지 않겠냐며 괜찮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고 했다.

고 이경화 선교사는 10년 동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서 활동했다. 대학교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집으로 초대해 함께 성경을 공부했다.

고 이 선교사와 동역했던 배윤호 목사는 "이 선교사님은 누구보다 자매들을 잘 돌보고, 마음속으로 깊이 품는 사람이었습니다"고 했다. 배 목사는 "선교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한 한 현지인 여성은 현재 사역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님이 뿌린 씨앗과 사역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고 했다.

추도 예배 설교는 인사이더스선교회 소속 정명호 목사가 전했다. 정 목사는 2008년 고 박성범 선교사가 캄보디아로 떠날 때 파송 예배 설교를 전한 바 있다. 이번에는 고인을 하늘로 보내는 예배에서 설교를 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하나님께서 선교사님 부부를 영원한 평안으로 데려가셨다는 것을 믿음으로 바라보자"고 했다. 유족과 조문객들은 "아멘"으로 굵게 답했다. 

▲ 갑작스럽게 닥친 고인의 부고에 유족과 조문객들은 함께 아파했다. 예배가 끝난 뒤, 조문객들이 유족들을 끌어안으며 위로를 나누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가 끝나자, 조문객들은 차례대로 유족들을 찾아갔다. 고인의 부모와 형제들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함께 포옹하며 우는 이도 있었다.

선교사 부부의 유골은 경기 동두천시 예래원에 안치됐다. 60여 명의 유족과 조문객이 동행했다. 유족들은 두 유골함을 하나의 장지에 놓았다. 박 양의 유골은 사진으로 대체했다. 박 양의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각각 한 장씩 유골함 위에 놓고, 흙을 한 삽씩 부었다.

인사이더스선교회는 고 박성범·이경화 선교사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선교사 부부의 사역 내용과 사진을 담은 '추모 기념집'을 발간하고, 올해 6월 인사이더스선교회 선교사들과 추모 기념식을 연다. (문의: insidersm@gmail.com) 

▲ 선교사 부부의 유골은 경기 동두천시에 있는 예래원에 안치되었다. 고인의 동료 선교사였던 배윤호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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