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환 목사가 자신과 명성교회가 관련된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대해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사진은 2014년 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는 김삼환 목사의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지난 1월 13일, <뉴스앤조이> 대표 계정으로 한 통의 메일이 날아 왔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보낸 이 메일에는 명성교회와 이 교회 담임 김삼환 목사가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회와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에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액 지급을 요구했다. 이들은 손해배상 액수로 5억 원을 요구했다.

정정 보도를 신청한 기사는 3개다. "명성교회 前 재정장로 의문의 자살"(2014.6.21. 보도), "명성교회 수석장로 자살…비자금 때문?"(2014.6.27. 보도), "사랑의교회·명성교회 개혁 촉구하니 패륜아"(2014.8.13. 보도)라는 제목의 기사다. 각각의 기사는 <프레시안> 윤재석 편집위원, CBS 송주열 기자,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자가 작성했다. (관련 기사 : 명성교회 前 재정장로 의문의 자살 / 명성교회 수석장로 자살…비자금 때문? / 사랑의교회·명성교회 개혁 촉구하니 패륜아)

이들은 '김삼환 목사가 교회 재산으로 수백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고 박영목 장로의 죽음이 비자금과 관련돼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며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언론 중재 신청서에 따르면, 정정 보도문은 48시간 동안 <뉴스앤조이>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게재하고 세 개의 기사의 본문 하단에도 보도문을 이어서 실어야 한다. 그리고 보도문을 홈페이지 DB에 보관해 검색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명성교회는 이번 언론 중재 신청에서 법무법인 로고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담당 변호사는 김 아무개 변호사와 성 아무개 변호사로, 김 변호사는 현재 명성교회 시무장로다.

기독교인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로고스는, 주로 대형 교회 목사들을 변론해 왔다. 2003년에는 교회 자금 횡령 및 배임으로 유죄 판결 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를 변호했다. 2011년에는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를 변호했다. 당시 일부 교인들은 그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하고,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을 청구했다. 2014년 사랑의교회가 갱신위 측 24명을 대상으로 '방해 금지 및 분리 예배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때도, 교회 측 대리인을 맡았다. 같은 해, 탈세 및 횡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은 조용기 원로목사가 항소할 때에는 조 목사의 변론을 맡았다.

로고스를 설립한 전용태(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양인평(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변호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다. 지난 2013년 11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가 사랑의교회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할 때는 교회 측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이때 담당 변호사였던 김 아무개 변호사는 사랑의교회 교인으로 알려졌다.

 

▲ 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번 언론 중재 신청에서 명성교회 대리인을 맡았다. 로고스는 그동안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등 주로 대형 교회 목사들을 변호해 왔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들은 "비자금이 박영목 장로의 죽음과 관련 있다는 취지로 <뉴스앤조이>가 보도했다"고 주장하지만, 기사를 읽어 보면 비자금과는 무관하다. "명성교회 前 재정장로 의문의 자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비자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명성교회 전 재정장로였던 고 박영목 장로가 작년 6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ㅅ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고, 교인들 사이에서 자살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랑의교회·명성교회 개혁 촉구하니 패륜아"라는 제목의 기사도 마찬가지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와 명성교회성결회복을위해기도하는양심의소리가 작년 8월 8일 공동으로 <조선일보>·<한겨레>에 사랑의교회와 명성교회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과 한국교회언론회가 이를 비판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도 김 목사와 교회는 기사의 주제와는 상관없이 <뉴스앤조이>가 비자금 관련 루머로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를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기사들 중에는 복수의 매체에서 보도된 것도 있다. "명성교회 수석장로 자살…비자금 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뉴스앤조이> 기자가 작성한 게 아니다. 제휴 매체인 CBS의 기사를 가져와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명성교회는 <뉴스앤조이>에게만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정작 CBS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기자 폭행 사건에는 침묵…불리하다고 판단한 보도에는 억대의 손해배상 요구

명성교회는 2013년 9월, 예장통합 총회 현장에서 벌어진 <뉴스앤조이>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당시 총회가 열린 명성교회에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회원들과 명성교회 교인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취재하던 <뉴스앤조이> 기자들을 일부 교인들이 달려들어 집단으로 폭행했다. 카메라를 빼앗고 복부를 주먹으로 치고 카메라 목줄로 목을 조른 뒤 손으로 얼굴을 쥐어뜯었다. <뉴스앤조이>는 당시 명성교회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어 교회 대표자 김삼환 목사의 사과를 거듭 요청했지만, 이들은 침묵으로 외면해 왔다. (관련 기사 : [통합 6-동영상] 명성 교인들, 세습 반대 시위 또 폭력 저지)

 

▲ 2013년 9월 예장통합 총회 현장에서 명성교회 일부 교인들은 <뉴스앤조이> 기자들을 폭행했다. <뉴스앤조이>는 명성교회에 사과를 거듭 요청했지만,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는 지금까지 침묵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당사자들의 폭행에 대해서는 1년 넘도록 침묵하다가 김삼환 목사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뉴스앤조이>의 보도에 대해 "부당한 보도", "악의적", "매도", "범죄행위"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신앙생활, 봉사 활동, 선교 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모범을 보여 한국교회에 귀감이 된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들은 <뉴스앤조이>뿐 아니라 다른 언론들에도 재갈을 물렸다. 작년에는 <프레시안>, <당당뉴스> 등에도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액 5억 원을 요구했다. <프레시안>에는 "개신교에서 암약하는 사채업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당당뉴스>에는 "명성교회 수석장로 자살 - '진상 규명' 대두", "개신교계에 암약하는 사채업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내부 단속 강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문제 삼았다. 이들 언론은 결국 정정 보도를 게재해야 했다.

언론 중재 신청을 하고 며칠 지난 1월 15일, 명성교회는 <뉴스앤조이>에도 협의안을 제시했다.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포털에서 검색이 안 되게 조치하면 조정 신청을 취하하겠다는 내용이다. <뉴스앤조이>는 기사를 삭제할 수 없으며, 대신 반론을 제기하면 보도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시사IN> 주진우 기자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가 5촌 조카의 살인 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지난 1월 16일, 1심에 이어서 2심에서도 무죄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언론의 자유는 인간 존엄의 핵심적 가치이며 국민의 행복 추구권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자 국가권력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시·통제하는 수단이다. (중략) 국민의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언론 활동은 최대한 인정해야 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나 청취자의 몫으로 맡겨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도 법원의 판결 내용과 똑같은 관점을 가지고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의 요구에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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