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도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한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자기가 속한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의 목사고시 응시료가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과목당 5만 원이란다. "별로 안 비싼데?" 했더니 "과목이 12개야"라는 답이 왔다. 그것도 작년부터 갑자기 오른 것이라고 했다. '비싼데?'

목사가 되려면 시험을 치고 시험을 치려면 돈을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또 앞으로 평생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 것을 감안하면 60만 원은 오히려 싼 느낌이 든다. 토플 시험도 한 번에 20만 원인데 말이다. 그러나 목사고시에 응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회에서 파트타임 사역을 하고 있는 전도사들이다. 이들에게 60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 친구는 "사례비는 생활하기 숨 막힐 정도로 주면서 돈 없으면 목사고시 응시도 못 한다"며 한탄했다.

6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내라면 내야 하는 응시료

▲ 박봉에도 성실하게 살고 있는 전도사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뉴스앤조이> 설문 조사 결과도 이 친구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일반 교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목사가 되려면 교단 총회나 노회에서 실시하는 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각 교단마다 시기도 방식도 다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을 비롯한 일부 장로교단에서는 목사 이전에 '강도사'라는 직책이 있어, 총회에서 주관하는 강도사고시를 통과한 후 각 노회에서 주관하는 목사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교단이 주관하는 수련목회자고시와 연회가 주관하는 준회원 논문 심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외 교단도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식의 시험을 통과해야 '목사'가 될 수 있다.

군목이나 선교사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목사 후보생들에게는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이 고시다. 고시 비용이 싸면 싼 대로, 비싸면 비싼 대로 낼 수밖에 없다. <뉴스앤조이>는 목사와 목사 후보생들이 목사고시 응시료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페이스북을 통해 설문 조사했다. 아울러 고시 내용과 개선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큰 교단인 예장합동·통합, 감리회보다 예성 소속 목회자들의 응답이 많았다. 이들은 역시나 비싼 응시료를 성토했다. 예성 총회 목사고시위원회는 작년 8월 갑자기 응시료를 과목당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해명했다. 위원회는 대다수의 응시자들이 한꺼번에 많은 과목을 신청한 후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응시료를 올려 과목을 나눠 신청하는 효과를 거두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설문 조사에 응답한 예성 목사고시 응시자들은 "교단 돈벌이다", "전도사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비난했다.

모든 교단이 예성처럼 고시 응시료가 비싼 건 아니다. 예장통합 목사고시 응시료는 6만 원이다. 예장합동 강도사고시는 6만 원이고, 목사고시는 노회마다 다르지만 5~10만 원 선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목사고시는 10만 원, 예장고신, 합신 강도사고시는 각각 10만, 12만 원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목사고시는 총 24만 5000원(3만 5000원 x 7과목)이다.

감리회 같은 경우, 신대원 졸업 후 바로 단독 목회를 하지 않으면 수련목회자 과정을 거친다. 수련목회자고시 응시료만 치면 5만 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고시 후 필참해야 하는 수련회 비용이 15만 원이다. 그 후에는 준회원 과정을 3년 밟게 돼 있는데, 이때 해마다 논문 심사비가 7만 원씩 든다. 감리회에서 준회원 과정에 입문했다고 밝힌 한 응답자는, "처음 교단에 허입할 때 은급 가입비로 한 달치 월급 정도의 돈을 내야 하며, 그 영수증이 있어야 수련목회자고시 접수가 가능하다. 물론 은급비로 내는 것이지만 은퇴 후 연금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시 비용 자체는 얼마 안 되지만 목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을 모두 밟았을 때 비용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교단도 있었다.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와 국제독립교단은 목사고시 응시료가 10만 원이지만, 이후 목사 안수 비용으로 140만 원이 들어간다. 이 돈은 연수나 세미나, 고시 출제 및 채점, 인성 검사, 목사 가운 및 각종 선물 구입, 면접위원·안수위원 초청 비용 등에 쓰인다. 예장합동개혁 출신이라고 밝힌 한 목회자도 목사고시 비용으로 150만 원을 지출했다고 응답했다. 그는 "목사고시가 필요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점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게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노회에서 '뒷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예장합동 목회자라고 밝힌 한 응답자는 "물론 받지 않는 노회도 있지만 이미 많은 노회들이 '거마비'라는 형태로 목사 안수자, 강도사 인허자들에게 돈을 받는다. 단지 관례라는 이유다"라고 했다.

▲ 공식적인 비용은 저렴하지만 관례상 거마비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응답이 있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문제집으로 1~2주 '벼락치기'…"주일에 아프면 약국 가겠나" 황당한 질문도

단지 응시료가 비싸기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설문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목사고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할 거면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고시 문제가 "너무 암기식"이라거나 "수준이 형편없다"는 답변이 많았다.

교단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목사고시는 성경, 교회사, 교단 헌법, 교리 시험과 면접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덧붙여 설교문이나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교단도 있다. 시험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출제자나 응시자나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고시 응시자들은 대부분 교단에서 발행한 문제(예제)집을 구입해 공부하고, 시험 문제는 이 안에서 다 나온다.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지난해 목사고시에 합격했다는 한 전도사는 "문제집 2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총신대 신대원생도 강도사고시 준비에 대해 "1~2주 바짝 공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장통합의 경우, 지난해 목사고시 합격률이 48.3%밖에 되지 않았다.

면접에서는, "왜 목사가 되려 하는가", "돌아서지 않겠는가" 등 기본적인 소명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교회 내 이단이 침투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교회에서 교인들이 담임목사보다 자신을 더 따른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등 현실적인 질문도 있었다. 개중에는 황당한 내용도 몇몇 있었는데, "주일에 아프면 약국에 가겠는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령 세례의 경험이 있나. 방언을 할 줄 아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면접관이 '담임목사가 성경적으로 틀려도 순종해야 하느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답했더니, 교회 정치로 낙방했다"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고시, 필요하기는 한데…

응답자 대부분은 목사고시에 불만이 있었지만, 목사고시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목사가 되기에 앞서 자신이 배운 것과 소명을 점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했다. 또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이단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검증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교단 고시위원들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애쓴다. 예장합동의 경우, 지난해 강도사고시에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관식 문제를 모두 없애고 객관식 100%로 출제했다. 올해는 시의성 있게 논문 주제를 '개혁주의 교회론에 입각한 가톨릭의 직제 일치에 대해 논하라'로 정했다. 여러모로 손을 쓰지만 항상 말은 많다. 시험 문제로 사람을 검증하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그 규모에 따라 한 번에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을 심사해야 한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목사고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게 대부분 응답자들의 반응이었다. 목회자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고시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말 그대로 과정을 위한 과정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응시료도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되기 때문에 아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좋은 '목회자' 이전에 좋은 '사람' 만들려 애쓰는 교단 이야기

목사고시의 본래 목적이 퇴색한 현실에서 한 작은 교단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 교단은 회원이 열댓 명밖에 없는 아주 작은 곳이지만, 세를 불리려 목사 안수를 남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목사 후보생이 교단의 정신을 충분히 배우고 좋은 목사 이전에 좋은 인간이 되도록 엄격한 고시 절차를 마련해 놓았다.

우선 전 과정에서 응시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없다. 이 교단에서 목사가 되려면, 1차로 담당자와 사전 인터뷰, 2차 서류 검토, 3차 전 노회원과 인터뷰를 거친다. 3차까지 통과하면 인턴 과정이 시작되는데, 정해진 기한이 없다. 멘토 한 명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상태를 체크하고 자신의 교회에서 설교와 목회의 기회를 주면서 교육한다. 멘토는 목사 후보생의 지성와 인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한다. 빠른 경우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인턴 과정이 끝나 갈 즈음 논문 6편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논문도 상투적인 주제가 아니다. 실례로,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 중 우리 시대에는 변화되어야 할 것을 세 가지 지적하고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쓰라"는 주제가 나간 적이 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을 존중하지만, 그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선진들의 유산을 시대상에 맞게 치환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후에는 논문에 대해 노회원 앞에서 구술시험을 본다.

여기까지 과정을 거치면 노회원들이 목사 안수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바로 통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예되는 경우도 있다. 절차를 모두 밟았다는 자체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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