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 한적한 시골에 있는 광주벧엘교회(리종빈 목사) 연수원이 10대 청소년 10명의 목소리로 시끌시끌하다. 1월 12~13일 꿈마실 2기 10명이 준비 모임을 위해 모였다. 이번 모임은 전남 지역(목포·무안·완도)에 사는 세 명의 학생을 배려해 남쪽에서 진행했다. 서울 근교에 사는 7명의 학생들은 목회멘토링사역원에서 마련한 차편으로 이동했다.

꿈마실 2기가 1월 12~13일 전라남도 화순에서 준비 모임을 했다. 아이들은 이 모임을 통해 부쩍 친해졌다. 여행 설명을 듣고 게임도 하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서울에서 만남을 가진 지 약 2달이 지났다. (관련 기사: 어색해도 괜찮아, '꿈마실' 1·2기 모임) 지난번에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탓일까. 아직도 아이들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준비한 모임 일정을 시작했다.

서로를 조금 더 알아 가기 위한 게임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한 명씩 주사위를 던져 가며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대답했다. 모두의 생일을 휴대폰에 저장하는가 하면, 각자 자신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나누기도 했다. 몇 번의 질문이 오가도 아직 소극적이다. 시간 탓이겠지.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는 공통 분모점은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 간다는 즐거움도 학업을 생각하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고등학생들은 학업이 주는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을 코앞에 두고 공부를 아예 손에서 놓아 버려도 되는 건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남들은 그 시간에 학원 가고 새 학년 맞을 준비가 한창인데, 이미 수험생이나 마찬가지인 예비 고3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게임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주사위를 던져 정해진 질문에 대답했다. 자라 온 환경을 나누고, 꿈을 나누고, 설레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졌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어색하다 못해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쯤 되니 스태프들도 살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러다가 제대로 친해지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나면 어떻게 하지.

저녁을 먹고 여행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미국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방법을 배우고 미국에 관한 기본 정보들도 숙지했다. 세부 일정을 확인하며 앞으로 방문할 곳들을 정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여행. 이번 2기의 특징이다.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곳 이야기가 나오면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번 2기는 미국 교회도 방문한다. 현지인 교회에서 사역하는 한 한인 전도사가 꿈마실 소식을 듣고 자신의 교회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미국 교회에 가서 주일예배 성가대로 참여하고, 교회 중고생들과 해산물 시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어디서도 겪어 보지 못할 새로운 일들이 기대된다고 했다.

너무 이른 아침에 출발해 화순까지 긴 자동차 여행을 한 탓일까. 서울에서 온 아이들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금씩 눈동자의 초점이 풀리기 시작한 그때, 때마침 도착한 치킨 여섯 마리로 한밤중의 치킨 파티가 벌어졌다. '치느님'을 영접한 아이들은 싱글벙글이다. 닭을 뜯으면서 주제는 자연스럽게 미국 먹거리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이미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국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것들을 꿰차고 있었다. 맛집 이름들을 주고받던 중, 갑자기 2기 멤버 중 제일 어린 중학교 1학년 아이가 자신은 적어도 이삼일에 한 번은 밥을 먹어야 한단다. 너 십대 맞니?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여행 설명을 모두 마쳤다. 이로써 첫째 날의 공식 일정은 끝이 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히 얼굴에 '나 피곤해요'라고 쓰여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생활환경 등을 나누다가 이야기는 각자 아버지의 목회 이야기로 흘러갔다.

스태프들은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 주었다. 본 여행 전에 서로 친해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 10대 청소년 10명이 가진 힘을 과소 평가했다. 아이들은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누군가 청소년을 가리켜 '자야 할 때 안 자고, 깨어 있어야 할 때 자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 가며 놀았다. 1박 2일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몸으로 부대낀 아이들은 언제 어색했냐는 듯 부쩍 친해져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둘째 날, 아이들은 부쩍 친해진 듯 보였다. 반쯤 감은 눈으로 아침을 먹을 때도,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화순고인돌유적지를 방문했을 때도, 점심으로 맛있는 불고기 백반을 먹을 때도,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꿈마실 2기는 2월 5일 아침,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으로 총 23일 동안의 여정을 시작한다. 서로 교제하고 친해지는 1단계는 성공적으로 지나갔다. 이제 2단계, 미국에 가서 준비된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고 오는 일만 남았다. 꿈을 찾으러 잠시 다녀온다는 '꿈마실'의 뜻처럼, 목회자 자녀라는 신분은 잠시 넣어 두고 자신의 꿈을 찾는 값진 여행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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