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재정 의혹, 검찰은 '혐의 없다' 법원은 '수상하다'
법원, 장부 공개하라고 판결...대부분 오정현 목사 연루
  • 구권효 기자 (make1@martus.or.kr)
  • 승인 2015.01.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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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교회가 지난 12월 법원과 검찰의 판단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오정현 목사의 횡령 의혹에 대해 조사한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오 목사의 재정 사용에 의혹이 있다고 판결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법원과 검찰의 판단에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울고 웃는다. 지난 12월 19일 검찰은 교회 돈 횡령 혐의로 고발당한 오정현 목사를 불기소처분했다. 교회 측은 즉각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동영상까지 찍어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사랑의교회 문제는 여간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교계 신문들도 기사를 쏟아 냈다. 오정현 목사가 새 예배당 건축 및 교회 재정 관련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이다. (관련 기사: 검찰, 오정현 목사 교회 돈 횡령 무혐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닷새 후 12월 24일, 서울고등법원은 사랑의교회 회계장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교인들의 항고를 고법이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사랑의교회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주계표와 수입 결의서를 비롯해, 사무처·재정부·비서실·국제제자훈련원·세계선교부의 현금 출납장, 계정별 원장, 예금 계좌별 원장, 지출 결의서, 지출 관련 증빙, 회계 전표 등 상세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또 오정현 목사 사례비와 목회 연구비 등 각종 수당(자녀 교육비 포함), 상여, 각종 활동비 지급 내역 및 지출 결의서 및 영수증도 공개해야 한다.

이 소송은 2013년 11월 갱신위 교인 28명이 교회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2014년 3월 서울지방법원은, 교인들이 교회의 재정 장부를 볼 권리는 있지만, 갱신위 교인들이 요청하는 자료가 너무 방대하고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 예배당 건축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 교회 재정 장부 볼 권리는 있지만 필요는 없다?) 갱신위는 자료를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해 항고했고, 이번에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고등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오정현 목사를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결정이 무색해질 정도다. 판결문을 하나하나 짚어 보자.

교인은 교회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

지난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법원은 공동의회의 구성원인 교인들이 교회의 회계장부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못 박았다. 비록 그런 권리를 부여한 법률상의 규정은 없지만, 공동의회는 교회의 최고 의결 기관이고 교회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재정 장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다고 봤다.

몇 해 전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와 왕성교회(길요나 목사)는 정관을 개정해, 교인들이 교회 회계장부를 열람하는 것을 어렵게 해 놨다. 공동의회에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넣은 것이다. 사랑의교회도 이렇게 정관을 고치려고 했었다. 그러나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이 조항이 단체 구성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무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도 강 변호사의 말과 다르지 않다.

다만, 교인이라면 누구나 허용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열람 청구의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고, 그 이유와 보려고 하는 자료의 연관성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갱신위 교인들이 요청한 회계 자료와, 사랑의교회 재정 운용 및 오정현 목사의 재정 집행 의혹이 구체적이고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교회 측은 이들이 권리를 남용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교회 측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랑의교회는 매년 공동의회에서 교회의 예·결산을 승인했기 때문에 재정 장부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교회가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에게 수입·지출의 총액만 대략 기재한 영상 자료를 공개했을 뿐이라고 했다. 갱신위 교인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교회의 예산 집행이나 오정현 목사의 재정 사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의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오정현 목사가 연루된 재정 의혹들

   
▲ 갱신위 교인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대부분 오정현 목사와 관계돼 있다. 특새 CD 수익금, 사랑플러스 서점 수익금, 담임목사 사례비 증액 등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회 측은 갱신위 교인들의 주장에 서면을 통해 수차례 반박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는 작년 1월 이를 상세하게 썼다. (관련 기사: 재정 유용 의혹에 대한 오정현 목사 측의 반박) 그러나 법원은 오정현 목사가 직간접으로 연관된 교회 돈에 대해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별 새벽 기도(특새) 라이브 실황 CD 판매 수익 2억 3000만 원이 모두 오정현 목사 비서실 계좌로 입금된 것에 대해, 법원은 "그 판매 수익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작자인 교회의 수입으로 귀속되는 것이지 담임목사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오 목사가 이 수익금을 각종 격려금, 후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사랑플러스 서점 수입금 중 일부인 1억 7500만 원이 담임목사실 계좌로 바로 들어간 건에 대해서도, "고 옥한흠 목사의 지시 사항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담임목사실 역시 교회의 기관이므로 그 수입은 교회의 재정 수입으로서 당해 연도 예산 및 결산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절차 없이 오정현 목사의 사례비를 올린 것도 문제가 됐다. 교역자 사례비 인상은 예산에 포함해 당회와 공동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교회는 오 목사의 사례비를 다른 교역자와 구분하지 않고 - 사랑의교회는 교역자가 100명이 넘는다 - 교역자 전체 사례비 총액만 공동의회에 보고했다. 법원은 담임목사의 사례비에 대한 별도의 심의 절차를 거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교회 측은 오정현 목사가 모교인 숭실대학교에 7000만 원, 한국기독실업인회에 5000만 원을 임의로 지급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후원 대상과 금액을 명시하지 않은 한국교회회복운동비(AKC) 항목에서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예산 자체가 그렇더라도 후원 대상자 및 금액은 당회의 승인 결의에 따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게 옳다고 했다.

법원은 갱신위 교인들이 지적한, 고 이 아무개 장로가 오정현 목사에게 준 특별 헌금 6억 500만 원의 행방과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부지 매입에 관한 의혹은, 소송 과정에서 교회 측이 제출한 회계장부 및 서류로 상당한 정도 해명되었다고 판단했다. 또 오 목사 외 나머지 교역자들의 사례비와 각종 수당을 공개할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고 했다. 갱신위 교인들은 이외에도 오 목사 명의로 발급된 신용카드의 2010년 9월 한 달 동안 사용 금액이 8000만 원이 넘는다며 이 카드의 거래 내역을 열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으나, 법원은 구체적인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2012년 감사위원회 보고서는 왜 기각됐나

   
▲ 지난해 1월 제직회에서는 내부 감사 보고서를 기각했다. 당시 감사위원회는 오정현 목사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지적한 바 있다. 법원은 감사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을 뒤집을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에서 특이한 점은, 사랑의교회가 2012년 감사위원회 보고서를 기각한 것에 대해 법원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2014년 1월 제직회에서 감사위원회 보고서를 이례적으로 기각했다. 공동의회에서는 보고서 내용이 아예 보고되지도 않았다. 감사위원들이 오정현 목사를 표적으로 조사했고, 당회도 거치지 않고 사역장로회에 보고해 - 사랑의교회 당회는 운영장로회와 사역장로회로 나눠져 있다 - 보고서 내용을 유출했다는 이유였다. (관련 기사: 오정현 목사 재정 집행 문제점 덮은 제직회 / 사랑의교회 감사보고서, 무슨 내용이길래?)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자.

"사랑의교회는 건전한 예산 편성과 재정 집행의 투명성 및 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운영장로와 안수집사들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독립된 지위를 부여하였으므로, 감사위원회의 보고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빙성이 높다. 그런데 교회 정관에 제직회가 감사위원회 보고서를 부결 처리하고 공동의회에 감사 결과를 보고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데도, 제직회는 감사 보고서를 부결 처리했고 공동의회는 결산에 대한 감사 보고도 받지 않은 채 2012년도 결산안을 승인했다."

또 법원은, 감사위원회가 사역장로회에 보고했다고 해도 이는 당회의 고유 권한인 결산 승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사 규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감사 내용이 오정현 목사를 겨냥한 편파적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감사위원들이 보고서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근거도 부족하다고 했다.

감사위원회가 오정현 목사의 재정 사용에 대해 지적한 내용을 뒤집을 만한 교회 측의 소명 자료가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감사위원회는, 오 목사의 차량 유지비가 예산 2100만 원을 초과한 3400만 원이 나온 점, 이전 감사에서 매각을 권고한 오크밸리 회원권을 오히려 오 목사가 자주 이용했다는 점, 오 목사의 해외 출장이 잦은 점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교회 회계 시스템을 도입·구축하는 과정도 문제투성이였다. 수억 원이 들어갔지만 이 금액은 애초에 예산에 편성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당회의 승인을 거친 것도 아니었다. 법원은 2012년 감사위원회 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를 도입하기 위한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쳤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회계 자료가 없다? 법원에 이미 제출했잖아!

판결문을 보니, 사랑의교회는 갱신위 교인들이 요청한 회계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현금 출납장, 지출 결의서, 각종 회계 전표 등 회계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랑의교회의 오랜 연혁과 방대한 재정 규모를 볼 때, 이런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사랑의교회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지출 결의서와 회계 전표를 이미 1심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법원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사랑의교회 회계장부 열람은 '집행관 보관형'이다. 교회 건물 내부에서 열람하는 게 아니라, 갱신위 교인들이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장부를 맡겨야 하는 것이다. 법원은 사랑의교회가 △교인들은 물론 감사위원회에도 회계장부 및 서류 제공을 거부했다는 점 △공동의회에서 2/3가 동의해야 재정 장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장부 및 공문서의 보존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정관 개정을 시도한 점 △마땅히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회계장부와 서류조차 작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장부를 집행관에게 보관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관 개정을 시도한 것과 장부가 없다고 발뺌한 것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

판결이 난 후 20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람 및 등사를 허락해야 한다. 

※ 기사 수정: 사랑의교회가 회계장부 공개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일 1억 원씩 채권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은 법원 판결이 아닌 채권자들의 신청 취지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관련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1월 8일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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