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시에 가면 프랑켄슈타인을 주제로 꾸민 술집이 있다. 실험 도구를 연상시키는 긴 파이프가 사방으로 뻗어 있고, 밤에는 실제 사람 크기의 프랑켄슈타인이 높은 천장에서 내려온다. 기이함이 뿜어져 나오는 이 술집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루터교회 건물이었다.

유럽에서는 최근 50년 사이 교인 수가 감소해 교회 건물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의 교회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 중에서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가톨릭과 개신교 둘 다 동시에 몰락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가톨릭교회 1600개 중에서 2/3가 문을 닫았다. 개신교 교회 중 약 700개가 4년 안에 문을 닫을 걸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시에 가면 프랑켄슈타인이 주인공인 술집을 만날 수 있다. 높은 천장에 고전적인 분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괴함으로 유명한 이 곳은 주말이면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술집은 루터교회였다. (프랑켄슈타인에든버러 홈페이지 갈무리)

1928년에 네덜란드 아넴 시에 세워진 세인트조지프(St. Joseph)성당은 현재 청소년들의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당은 시와 협의해 아무도 찾지 않는 빈 건물인 성당을 청소년들에게 개방했다. 10년 전에는 찬양이 울려 퍼졌겠지만, 요즘은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힙합이 흘러나온다. 24명의 청소년들은 오래된 나무 바닥과 파이프오르간 사이를 오가며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건물의 주인인 가톨릭교회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교회가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었던 전통을 고려하면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보다는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은 지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교회가 유지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 측은 결국 건물을 팔기로 했다. 현재는 아넴 시에서 세금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시 예산상의 문제로 지속할 수 없다. 지역 교구의 한스 파우(Hans Pauw) 신부는 성 산업과 관련이 있거나 카지노 등 도박 관련 업체만 아니면 누가 교회를 사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때 1000명 가까이 모이던 예배당이 오락 산업 장소로 변경되는 것만은 막고 싶어했다.

교회가 팔려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브리스톨 시에 있는 세인트폴(St. Paul)교회는 서코미디아(Circomedia)라는 서커스 훈련 학교로 바뀌었다. 공중 곡예를 연습해야 하는 서커스 학교로서는 교회의 높은 천장이 매력적이었다.

영국 지역의 빈 교회들을 매입하고 싶다면 인터넷을 켜기만 하면 된다. 한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는 실제 거래 중인 교회들의 목록과 가치, 가격 등이 명시되어 있다. 'Ourproperty'라는 인터넷 사이트는 한때 교회 건물이던 곳에서 살아 보라고 광고한다. 성스러운 곳에서 거주하는 것이 천국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교회 건물 매입을 부추긴다.

영국 브리스톨 시의 서코미디아는 서커스 학교다. 학교로 쓸 건물을 찾던 중 세인트폴(St. Paul)교회가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낙점했다. 교회의 높은 천장이 공중 곡예 수업에 적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서코미디아 홈페이지 갈무리)

교회가 계속 문을 닫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릴리안 그루츠바거스(Lilian Grootswagers)는 교회 보존 운동을 하는 단체인 '종교유산의미래'에서 활동한다. 그루츠바거스와 활동가들은 네덜란드에서 교회가 없는 마을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마을의 중심이었고, 공동체의 구심점이었는데 교회가 없어지면 마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교회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기독교의 역사가 긴 미국은 어떨까.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현실을 전하며 아직 유럽처럼 많은 수의 교회가 문을 닫는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이유였다.

현상과 달리 종교 전문가들은 미국도 앞으로 유럽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과 2010년 사이에 미국에 세워진 교회는 5000개 정도다. 그러나 교회에 가는 사람들의 수는 3% 감소했다. 허트포드신학교(Hartford Seminary)의 스콧 써마(Scott Thumma) 교수는 이 현상이 바뀌지 않는 한 30년 안에 미국도 유럽과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다른 종교들은 같은 현상을 겪고 있지 않다. 유럽에서 세력이 큰 동방정교는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슬람교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1990년에 4.1%에 불과했던 이슬람 인구는 2010년 6%로 증가했다. 미국 통계 기관인 퓨리서치(Pew Research)는 2030년, 유럽의 이슬람 인구는 전체의 8%, 약 58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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