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혼자인 사람들은 떠들썩한 크리스마스가 오면 더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이웃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이 있다. 한 교회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해 같이 식사를 한다. 또 한 교회는 성탄절 아침, 노인들이 지내는 요양원을 돌며 캐럴을 부르고 다과를 나눈다. 일회성 행사들이 아니다. 벌써 30년 넘은 전통이다.

미국 <트립라이브>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교회를 소개했다. 카네기(Carnegie) 시 속죄의교회(Church of Atonement)는 30가정 남짓 모이는 작은 교회다. 교인들은 올해도 너 나 할 것 없이 전통처럼 지켜지고 있는 성탄절 행사를 위해 두 팔을 걷었다.

교인들 자발적으로 식사 준비...거동 불편한 사람 위해 배달도

속죄의교회(Church of Atonement)는 30여 가정이 모이는 자그마한 교회다. 교회는 30년째 성탄절을 홀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부족한 예산이지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헌금으로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속죄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첫 행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속죄의교회 노먼 드리스데일(Norman Drysdale) 목사는 할아버지 때부터 교회를 다닌 조이스와 데이빗 코커리 부부(Joyce and David Cockery)에게 사역 하나를 제안했다. 크리스마스에 혼자 사는 사람들과 가족이 없는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해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일이었다.

교인이 워낙 적다 보니 제안하는 드리스데일 목사도, 이야기를 듣는 조이스도 부담스러웠다. 사역을 위해 배정된 교회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이스는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를 채워 주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생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녀의 남편 데이빗도 총괄을 맡아 사역을 거들었다. 데이빗을 도와 음식 준비를 돕는 교인들도 생겨났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라고 대충 만들지 않는다. 해마다 200여 명이 식사를 하는데 10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모여 음식을 준비한다. 올해 메뉴는 구운 칠면조, 삶은 감자, 야채샐러드, 빵과 버터, 음료까지 완벽하다. 예산이 없다 보니 재료 모두 교인들의 헌금으로 채워진다.

교인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교회는 성탄절에 혼자인 사람들을 초청한다. 가족이 없는 사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혼자 살고 있는 사람 등 사연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 식사를 배달하기도 한다. 총 5대의 배달 차량이 운행되는데, 조이스도 운전사 중 한 명이다.

랜디 토지(Randy Tozzie)와 데이빗 코커리(David Cockery)는 성탄절에 대접할 음식을 만든다. 데이빗은 아내 조이스와 함께 벌써 삼십 년간 이 사역을 해 왔다. 매해 크리스마스에 속죄의교회는 약 200명의 식사를 준비한다. 교회에 올 수 없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배달 차량도 운행하고 있다. (<트립라이브> 기사 갈무리)

속죄의교회 교인들만 이 사역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는 지역 주민 앤슬리 웨스트브룩(Ansley Westbrook)은 아들 셋과 함께 봉사자로 자원했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교회와 기독교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또 아이들에게 신앙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을 보여 주는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쇼핑과 소비주의에 가려 점점 참뜻을 잃고 있다고 했다. 조이스는 "필요한 것들을 나누고, 외로운 이웃을 위해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외로운 노인들과 함께 부르는 성탄 캐럴

미국 중부 콜로라도 주에 있는 빈야드교회(Vineyard Church)도 크리스마스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30년째 노력하고 있다. <콜로라도언>은 성탄절에 지역의 요양원을 찾고 있는 릭 옴스테드(Rick Olmstead) 목사의 사연을 실었다.

그는 32년 전, 아내와 함께 콜로라도에 왔다. 가족도 아이도 없던 그는 새로운 곳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로 옆 광고판을 봤다. 거기에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지역의 노인 요양원을 방문해 함께 캐럴을 부를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빈야드교회는 성탄절 아침, 그룹을 나눠 지역 요양원을 방문한다. 올해는 400여 명이 19개 요양원을 돌 계획이다. 교인들은 그곳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함께 성탄 캐럴을 부르고 다과를 나눌 예정이다. (빈야드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특별한 계획이 없었던 두 사람은, 성탄절 아침 싱어들과 함께 요양원을 방문했다. 그들은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길로 둘은 이 행사를 교회의 전통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32년에 지난 올해도 이 전통은 계속된다. 성탄절 아침, 400명의 교인들은 19개 요양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인들과 함께 캐럴을 부르고 다과를 나눌 예정이다. 이들이 방문하는 목적은 딱 하나.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서다.

벌써 여러 번 이 행사에 참여한 조디 게이(Jody Gaye)는 처음에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고 했다. 그러나 요양원 거주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오히려 자신이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빈야드교회의 방문은 요양원 직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교회가 작년에 방문한 곳 중 한 곳에서 일하는 댄 스펜서(Dan Spencer)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곳 식구들은 더 우울해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빈야드교회는 유일한 방문자이자 선물이다. 노인들이 교인들과 대화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면서 다시금 희망과 기쁨을 되찾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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