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 (이미지 출처 쿼바디스 페이스북)

영화 '트루맛쇼'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김재환 감독의 새로운 영화 '쿼바디스'가 곧 개봉된다. 그동안 이 영화는 한국교회의 더러운 모습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 영화는 한국교회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습과 횡령의 문제, 그리고 성범죄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불교나 천주교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그 종교들의 신비함과 그리고 희생정신이 드러나는 주제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기독교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비리와 모순을 소재로 한 영화들만 나오는 상황이 참으로 암담하다. 비교적 긍정적인 이미지의 영화 '제자 옥한흠'도 일반 대중의 동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상당히 미흡할 뿐이다. 아마도 한국 기독교의 성장이 둔화되고 오히려 감소하는 데에는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도 꽤 컸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가져올 파장이 얼마나 될지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 영화로 인하여 그동안 교회의 모순을 느끼며 고민하던 사람들이 교회에서 상당히 많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더 나아가 잠재적 교인들의 개종과 회심을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인 우리로서는 이런 분위기가 영 달갑지 않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면 교회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들이 있음에도 그러한 것들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반면, 교회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몇몇 미꾸라지의 사례들은 과도하게 부각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교회에 대한 인상이 악화되어 복음의 문이 막히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불교나 천주교의 경우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 보면 기가 막히는 일들이 한둘이 아님에도 겉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과대하게 포장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 '쿼바디스'가 우리에게 결코 해롭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 안에 바로 서 있기만 한다면 말이다. 사실 기독교에 대한 악의적인 말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초대교회 시절부터 항상 있어 왔던 것이다. 초대교회 시절에는 크리스천들이 인육을 먹고 사람의 피를 마신다는 괴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로마에서는 크리스천들이 로마를 방화했다는 괴소문에 핍박을 당하기도 했고, 로마의 황제가 아닌 다른 황제를 모셔서 반역을 꾀한다는 고발에 직면해야 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독교는 살아남았다.

영화 '쿼바디스'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교회 스스로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쿼바디스'에 대하여 방어 작전을 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한때 우리 기독교 진영에서는 기독교에 비판적인 영화나 책이 발간되거나 TV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시위를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여 이들을 굴복시키곤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통해서 승리를 한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독교가 정말 그런 영화나 책이나 TV 프로그램에서 지적하는 것에 떳떳하지 못하다는 인상만 강하게 남기고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에 말려들어 그런 것들을 더 홍보해 주었을 뿐이다.

'트루맛쇼'가 상영되었을 때 그 어느 식당에서도 항의를 하거나 이 영화를 저지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 세상의 아들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식당에 역효과를 낸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들은 식당 본연의 일을 계속했다. 사람들은 어리석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현명했다. '트루맛쇼'가 지적하는 그런 엉터리 식당도 있지만 실제로는 정말 좋은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결국 오히려 '트루맛쇼'로 인하여 정직하게 승부하는 식당은 더 잘되었다. 영화 '쿼바디스'는 이 세상에 엉터리 같은 교회답지 않은 교회가 존재함을 보여 주는데, 이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진짜 교회를 찾고 싶은 열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참된 교회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요청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트루맛쇼'가 이 땅의 모든 음식점을 망하게 하지 않았듯, '쿼바디스'도 교회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교회가 죽지 않고 더욱 거룩해지도록 돕는 청어 떼 속의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들은 아주 뛰어난 미각을 가지고 있어서 '트루맛쇼'에서처럼 인위적으로 조작된 맛집과 진짜 맛집을 구분할 줄 안다. 문제는 교회에 대해서는 참된 교회와 거짓된 교회를 구분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적인 면에서는 사람들이 무지하고 오로지 자신의 탐욕을 적절하게 만족시켜 주는 교회에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게 문제다.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이 크고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다(마 7:13). 뿐만 아니라 음식의 경우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같은 프로그램은 좋은 식당과 그렇지 못한 식당을 정확하게 찾아 주고 있는데, 교회의 경우에는 아쉽게도 그런 미디어가 없다. 그저 세상적인 관점에서 좋아 보이는 교회를 좋은 교회라고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며,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기로 작정한 자들을 부르신 공동체이다. 믿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게 될 것이고(행 13:48),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이며(롬 8:28),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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