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저녁 7시, 둔촌동 한 음식점에서 송년회가 있었다. 식사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떻게 지냈는지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들은 지난 2011년부터 3년째 예배당을 공유하는 제자들교회(문태언 목사)와 동부광야교회(김찬규 사회장로) 교인들이었다. 이날 모임에는 제자들교회 문태언 목사와 장로 2명, 동부광야교회 윤병수 전도사와 장로 2명이 함께했다.

두 교회의 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마치 한 교회 식구 같았다. 그들은 2년 만에 처음 보는 것이라 했지만 마치 늘 만나 교제하는 사이처럼 보였다. 서로의 삶을 진솔하게 나누었다. 정겹고 친밀한 교제의 시간이었다.

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동부광야교회, 1년 동안 새 예배 장소를 찾아

3년째 제자들교회 예배당을 사용하는 동부광야교회는 장로교회(독립교회)이다. 교회를 섬기는 장로들이 주일에 설교를 한다. 주일예배를 드린 후, 성경 묵상 나눔을 한다. 새벽 기도회, 수요 기도회, 금요 기도회 등의 일반 교회에서 하는 모임을 하지 않고 가정에서 예배하며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강조한다. 동부광야교회는, 에스라성경연구원장과 성서유니온선교회 초대 총무를 했던 고 윤종하 장로를 중심으로 1994년 봉천동에서 시작된 광야교회를 모체로 한다.

동부광야교회는 4년 전 광야교회에서 분립해 나왔다. 광야교회에는 교인 수를 가능하면 100명이 넘지 않도록 하자는 목회 방향을 갖고 있었다. 2000년 광야교회 교인은 200명을 넘었다. 교회는 원칙대로 분립을 결정했다. 방배동에 있던 광야교회는 서부광야교회로, 교인의 약 1/3인 80여 명은 동부광야교회로 나누기로 했다.

동부광야교회 교인들은 2010년경부터 주일예배를 할 수 있는 새 장소를 찾았다. 1년 동안 찾았으나, 적합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규모가 큰 교회는 예배당 대여를 귀찮아하고, 작은 교회는 임대료를 지나치게 높이 부르기도 했다.

1년 동안 예배 장소를 찾지 못한 동부광야교회가 뜻밖에도 2011년 제자들교회를 만나게 됐다. 동부광야교회를 출석하는 장미영 씨(46)가 자신이 활동하는 OMF에서 동료 간사를 통해 제자들 교회의 얘기를 들었다. 제자들교회가 주일에는 예배당을 비우고, 평일 모임에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 동부광야교회는 1년 동안 새 예배 장소를 찾았지만 적합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2011년 뜻밖에 제자들교회를 만나게 됐다. 그 후로 3년째 동부광야교회는 제자들교회 둔촌동 예배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린다. 동부광야교회 윤병수 전도사는, 제자들교회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배려를 잘해 주어 감동이라고 했다. 사진은 동부광야교회가 주일예배를 마친 후 성경 공부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사라

 제자들교회, 흔쾌히 예배당 사용 허락…"무상으로 써라"

제자들교회는 둔촌동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장년 교인 수가 600여 명으로 증가하면서 인근 영파여자고등학교 강당으로 주일예배 장소를 바꿨다. 당시 제자들교회 2대 담임목사였던 화종부 목사(53)가 해외에 있었다. 장미영 간사는 바로 제자들교회 화 목사에게 예배 공간을 빌려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장 간사는, 화 목사가 "교회가 교회를 돌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기억했다.

현재 서초구 반포동의 남서울교회를 담임하는 화 목사는 미국에 있을 때 장 간사의 메일을 받았다고 <뉴스앤조이>와 통화했다. 메일을 받고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당회도 그 정신을 공유했다. 제자들교회 교인들은 동부광야교회가 예배당 쓰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허락했다.

제자들교회는 동부광야교회에게 예배당을 무상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어차피 주일 오전에 예배당은 빈 공간이 되니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부광야교회 교인들은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제자들교회에 한 달에 예배당 사용료 10만 원과 연 2회 전기료·수도료 등 공과금으로 100만 원을 내고 있다. 하지만 동부광야교회는 '무상'으로 쓰는 것과 같다고 했다.

▲ 제자들교회는 둔촌동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장년 교인 수가 600여 명으로 증가하면서 인근 영파여자고등학교 강당으로 주일예배 장소를 바꿨다. 동부광야교회의 예배당 공유 요청을 받은 제자들교회는, 무상으로 사용하라며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동부광야교회는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동부광야교회는 한 달에 예배당 사용료 10만 원과 연 2회 전기료·수도료 등 공과금으로 100만 원을 내고 있다. 사진은 제자들교회가 영파여자고등학교에서 주일예배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사라

3대 담임 문태언 목사도 예배당 공유 계승

이듬해 2011년 제자들교회에 문태언 담임목사(48)가 부임했다. 동부광야교회 교인들이 긴장했다. 동부광야교회 한만동 장로(66)는 제자들교회에 새로운 목사가 부임하면 혹시 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한 장로는 기우였다고 했다. 예배당을 공유하는 것에 대하여 문 목사는 화 목사의 뜻에 동의하고, 당회도 아무 이견이 없었다. 무엇보다 문 목사는 평소 존경하던 윤종하 장로의 뜻을 이어받은 동부광야교회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동부광야교회 윤병수 전도사(43)는 일반적으로 제자들교회 같은 큰 교회가 작은 교회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아무리 임대료를 내지만 눈치를 주는 교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자들교회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배려를 잘해 주어 감동이라고 했다.

도리어 문 목사가 예배당 관리를 잘 못 해 동부광야교회에 미안하다고 했다. 토요일에 청소나 정리를 못 할 때가 있는데, 동부광야교회가 주일에 공간을 사용한 후 정리를 잘해 주고 가서 예배당이 더 깔끔해진다고 했다. 또한 문 목사는 빈 예배당에서 주일에도 예배가 드려질 수 있도록 공간을 사용해 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두 교회지만 하나님나라 안에서 하나"

제자들교회와 동부광야교회는 3년째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지만, 주일예배 공간이 서로 달라 평소에 잘 만나지 못한다. 제자들교회 교인 대부분은 동부광야교회가 자신들의 예배당을 사용하는 사실을 모르기도 한다. 두 교회는 직접적인 교제는 없었지만 늘 서로 위해 기도해 왔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이 밑바탕에 있었기에 서로에 대한 어색함을 찾을 수 없었다.

이른바 대형 교회와 작은 교회의 만남이었지만, '한 사람'을 세우는 목회 철학을 함께 공유했다. 하나님나라를 함께 세워 가는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진 두 개의 공동체였다. 동부광야교회 김찬규 장로(50)는 지역사회를 섬기며, 교인 한 명으로 바르게 세우고자 하는 제자들교회의 목회 철학을 칭찬했다. 문 목사는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리며, 성경 묵상을 강조하는 동부광야교회를 칭찬했다.

그들은 '내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라고 했다. 두 교회였지만, 하나님나라 안에서 한 공동체라고 고백했다. 앞으로 두 교회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예배당을 계속 공유할 계획이다. 

▲ 제자들교회와 동부광야교회는 '두 교회지만, 하나님나라 안에서 한 공동체'라고 고백했다. 앞으로 두 교회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예배당을 계속 공유할 계획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동부광야교회 한만동 장로, 제자들교회 문태언 목사, 동부광야교회 김찬규 장로.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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