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성교회는 지난 2010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판교 신도시로 이전했다. 500억 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7층 예배당을 세웠다. 그러나 부채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지난해 7월 경매에 나왔다.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가 288억 원에 충성교회 예배당을 사들였다. 윤여풍 목사는 "수치스럽고,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 2003년 시작된 경기도 성남 판교 신도시 개발 공사는 280만 평 부지 위에 3만 세대, 9만 명 수용을 목표로 진행됐다. 서울 강남구와 가깝고 녹지율이 높다는 평가 속에 인기가 치솟았다. 2006년 분양 당시 평당 1300만 원을 넘었고, 경쟁률은 2000:1에 달했다.

교회들도 '로또 도시'로 불린 판교 신도시로 몰려들었다. 총 21곳의 종교 부지 중 17곳을 개신교 교회가 차지했다. 이 중에는 충성교회(윤여풍 목사)도 있었다.

윤여풍 목사는 신학생 신절이던 지난 1992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상가 지하에 충성교회를 개척했다. 청소년·청년 사역과 영어 예배를 통해 교회는 날로 부흥했다. 2009년 교인은 2500여 명까지 늘어났다. 교인이 증가하면서 주차와 상가 공간 사용 문제로 지역 주민과 마찰을 겪었다. 당시 윤 목사는 기도하던 중에 새 예배당을 지으라는 응답을 받았다. 상가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판교 신도시에 예배당을 지었다.

충성교회는 2010년 판교 신도시로 이전했다. 새 예배당은 1264평 부지 위에 지하 5층 지상 7층, 연건평은 8000평에 달했고, 본당 규모는 3000석이 넘었다. 신도시에 들어선 충성교회는 선교사 1000명 파송이라는 비전을 품었다. 지역주민을 위해 예배당을 개방하고, 영어 선교원을 세워 교육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충성교회는 입당 3년 만에 위기에 맞닥뜨렸다. 부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2013년 법정 경매에 넘어갔다. 감정 평가액은 역대 종교 시설 최고액에 달하는 526억 원이었다. 유찰이 거듭되면서 낙찰 금액도 계속 떨어졌다.

지난 9월 1일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는 충성교회 예배당 경매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다. 예배당은 288억 원에 하나님의교회로 넘어갔다. (관련 기사 : 판교 충성교회, 결국 이단 손으로)

이단에 넘어간 예배당…윤 목사, "치욕스러워"

11월 30일 오후 2시, <뉴스앤조이> 기자는 판교 충성교회를 찾았다. 충성교회는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예배당은 한산했다. 불이 꺼진 본당은 어두컴컴했다. 1층 로비에서 만난 한 교인에게 최근 교회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는 뉴스에 나온 내용이 전부라면서 특별히 이야기할 게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교인은 "하나님의 뜻대로 되지 않겠냐"면서 경매 문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하 예배당에서는 청년부 예배가 열렸다. 윤여풍 목사는 '기쁨 드리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예배가 끝난 뒤, 윤 목사에게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몇 번을 망설이던 윤 목사는 교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기사를 써 달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충성교회 예배당 경매에 단독 입찰한 하나님의교회는, 지난 11월 21일 288억 대금 납부를 완료했다. 예배당 소유권은 자동으로 하나님의교회에 넘어갔다. 당장 예배당을 비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윤 목사는 양측이 만나 논의를 했다면서 6개월 안에 교회를 옮길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예배당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빚을 져 가면서까지 예배당을 크게 지은 이유가 궁금했다. 윤 목사는 "기도를 하는 중에 응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포동 상가 건물을 담보로 140억을 대출받고, 은행에서 추가로 300여억 원을 빌렸다. 이 돈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예배당을 지었다. 윤 목사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고 했다. 경매로 인해 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교인들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작정 헌금을 약정해 놓고, 지키지 못한 교인들이 많다고 했다.

예배당이 경매로 넘어간 것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지 않았다. 윤 목사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기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적 여건이 받쳐 주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가 불황이었고, 교회 입주 시기와 지역개발 시기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하던 영어 선교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재정 타격도 입었다고 했다.

예배당이 이단에 넘어간 것은 윤 목사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는 "솔직히 치욕스럽고, 수치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윤 목사는, 이스라엘 민족이 이방신을 믿는 애굽의 종살이를 400년간 했다면서 하나님의 또 다른 계획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목사는 현재 상황을 하나님이 준 시험으로 받아들였다. 은퇴할 때까지 10년 정도 남았다면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목회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예배당 경매 문제는 한국교회가 향후 몇 년간 겪어야 할 문제로 인식했다. 윤 목사는 "다른 교회들이 충성교회를 반면교사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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