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공회주교좌교회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가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산마루교회가 주최한 노숙인을 위한 자선 음악회를 찾은 이들이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11월 30일, 비가 내린 주일 오후, 서울 성공회주교좌교회에 점잖게 빼입은 사람들 사이로 잘 갖춰 입지 못한 이들이 눈에 띈다. 산마루교회(이주연 목사)가 주최한 '노숙인을 위한 자선 음악회'가 열리는 현장이다.

산마루교회 재적은 130명 남짓인데, 음악회가 열린 예배당 400석이 꽉 찼다. 음악회는 교회 음악 연주회로 진행됐다. 엄숙하고 웅장한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교회 음악과 노숙인 돕기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산마루교회가 해 온 일을 비춰 보면 영 낯선 일은 아니다.

이주연 목사는 노숙인들이 자활하기 위해선 '자존감'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교회는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산마루해맞이대학을 열어 인문학을 가르쳤다. 이번 년까지 9학기를 보냈다. 노숙인 예배로 따로 하는 주일 1부 예배에서는 그들이 주체가 된 '해맞이 찬양대'가 선다. 찬양대에는 노숙인이 아닌 교인도 함께한다. 교회는 시혜를 베풀듯이 노숙인을 대상 삼아 자선 행위를 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산마루교회 노숙인 사역 자세히 보기)

▲ 음악회는 교회 음악 연주회로 진행됐다. 사진 아래 왼쪽, 검은 성가대복을 입은 이들은 산마루 찬양대이고, 오른쪽 앞줄에 흰 성가대복을 입은 이들은 해맞이 찬양대다. 해맞이 찬양대는 산마루교회의 노숙인이 중심으로 구성됐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음악회 끝에 해맞이 찬양대원들은 지휘자를 위해 박수를 쳐 달라는 사회자의 인도에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한 노숙인은 "해맞이 찬양대가 사람들이 들고나는 게 잦아서 실력은 한참 부족하다. 성가대복을 입은 게 영광이다"고 했다. 다른 노숙인은 "큰 교회에 가면 불편하다. 내쫓거나 꺼린다. 산마루교회는 주일 제일 처음 예배를 노숙인이 한다.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해맞이 찬양대는 이날 음악회에서 마지막 연주 메인으로 나섰다. "가진 재물 없으나, 가진 지식 없으나…" 가사가 담긴 '나'(최덕신 작곡)라는 곡을 불렀다. 함께 노래를 부른 산마루 찬양대원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도 있었다. '산마루 찬양대'는 노숙인이 아닌 교인들이 주축이 된 찬양대다.

▲ 산마루 찬양대와 해맞이 찬양대가 합창했다. 산마루교회의 한 노숙인은 CCM '나' 앞부분에서 솔로를 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 음악회를 찾아온 사람들로 예배당 400석이 꽉 찼다. 찬양을 듣는 이들은 노숙인들이 합창하는 모습을 집중해 바라봤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음악회를 통해 기대한 성금 액수는 1000만 원이었다. 모금액은 노숙인들이 빨래와 목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데 쓰인다. 노숙인들이 2013년 6월부터 직접 100원, 500원씩 헌금해 모인 돈은 600만 원 정도였다. 이밖에 3000만 원 정도가 교인들의 헌금과 이주연 목사가 발행하는 '산마루 서신'을 통해 모였다. 음악회는 노숙인들이 스스로 피운 불씨에 기름을 붓기 위해 열린 것이다.

노숙인을 위한 빨래와 목욕 시설이 어디에 세워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교회가 예상한 설비 비용은 2억 원 정도인데, 길게 보고 모금을 더 해야 한다. 이주연 목사는 음악회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발판이 되길 바랐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는 쪽에 서는 게 아니라 모두가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중심을 두자고 했다. 

*후원 계좌: 124-18-44169-9 외환은행, 예금주 산마루서신 (내역으로 '노숙인 후원'을 기입하세요.)

▲ 이주연 목사는 찾아온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목사는 음악회에서 노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깨면 모두가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 산마루교회를 통해 자활 능력을 갖춘 노숙인들이 밭을 가꿔 번 돈 120만 원을 기부했다. 모금액은 빨래와 목욕 시설을 세우는 데 쓰인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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