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4일 오전 7시께 굴착기 2대와 인부 10여 명이 동도교회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교회 주변에 가림막 설치를 시도했다. 이를 발견한 교인들은 굴착기에 올라타는 등 작업을 강하게 저지했다. 교인들과 인부들은 한동안 승강이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담임목사가 버젓이 살고 있는 사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팔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 소속이었던 동도교회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이다.

동도교회는 평양노회가 옥광석 담임목사를 면직하자 8월 11일 교단을 탈퇴했다. 하지만 노회는 일주일 뒤인 8월 19일,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를 이 교회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동도교회 당회는 옥 목사를 지지하는 22인 장로와 옥 목사를 반대하는 5인 장로로 나뉜 상태다. 반대파 장로 5인과 김진하 목사는 10월 12일 임시당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회 부동산의 대표자를 옥 목사에서 김 목사로 변경했다. 이들은 명의 변경에 그치지 않고 11월 12일, 옥 목사가 거주하고 있는 4억 7000만 원 상당의 교회 사택을 4억 2000만 원에 팔았다.

대표자 변경과 사택 매각은 교인들 모르게 진행됐다. 교인들은 11월 20일, 김 목사가 옥 목사 앞으로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대표자 변경과 사택 매각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목사는 내용증명에서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소속 동도교회 교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회 건물과 주차장이 '예장합동' 동도교회 대표자 김진하 소유이므로 건물을 즉시 비우고 교회 출입을 중지할 것을 통보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법 사용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옥 목사와 교인들의 예배당 출입을 막기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였다. 11월 24일 오전 7시께 굴착기 2대와 10여 명의 인부가 동도교회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교회에 사람들이 출입하는 걸 막기 위해 교회 주변에 펜스를 둘렀다. 하지만 새벽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 남아 있던 교인들이 이를 발견했다. 다른 교인들에게 급히 소식을 알렸고, 200여 명의 교인은 즉각 달려와서 저지했다. 펜스 설치는 무산됐다.

교인들은 크게 흥분했다. 이 아무개 장로는 22명의 장로와 2000여 명의 교인이 옥 목사를 지지하고 있지만, 반대하는 교인은 5인 장로와 그들의 가족 등 20여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파 교인들은 '예장합동' 동도교회와 '국제독립교회연합회' 동도교회 두 개의 동도교회를 주장한다. 20여 명의 교인은 한 달 전부터 교회 근처에 공간을 얻어 따로 예배한다. 교인 대다수가 옥 목사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불법으로 교회 재산을 매각한 것도 모자라 물리력을 통해 교인들의 교회 출입을 봉쇄하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 아무개 장로는 옥 목사를 반대하는 소수의 교인이 임의로 교회 대표자를 변경하고 교회 소유 재산을 매각하는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양 장로는 동도교회 정관에도 임시당회장이 동도교회 총유 재산의 대표자가 될 수 없다는 시행세칙이 명시돼 있다고 했다. 또 대법원 판례에도 분쟁 중인 교회의 재산을 매각하는 행위로 처벌받은 경우가 있다며 반대파 교인들을 사회 법정에 고소하겠고 했다.

▲ 김진하 목사는 건물 명도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11월 20일 옥광석 목사에게 보냈다. 이에 앞서 김 목사와 반대파 장로 5인은 10월 12일 임시당회를 열고, 교회 부동산의 대표자를 옥광석 목사에서 김진하 목사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장로들은 김진하 목사의 임시 당회장 파송 결의서 역시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시 당회장을 파송하기 위해서는 노회 임원회의 정식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노회 정식 공문에는 문서 번호와 노회장 직인이 찍혀야 하는데, 결의서에는 문서 번호도, 노회장 직인도 없다고 말했다. 장로들은 결의서에 찍힌 도장은 강재식 노회장의 개인 도장이지 평양노회 직인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진하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대표자 변경과 사택 매각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교인 전체가 교단을 탈퇴했기 때문에 교회 재산의 소유권은 예장합동 동도교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사단법인으로 갔으면 교회에 남아 있지 말고 나가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교회 등기가 넘어온 것이다. 예배당도 합동 측 동도교회 김진하 대표로 돼 있다"고 했다. 사택도 교회 재산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회의를 통해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의 고소를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자가 옥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이 훨씬 많은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냐고 묻자, 그는 교인 수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탈퇴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교단을 탈퇴한 상태기 때문에 법적으로 교회 재산은 예장합동 동도교회 소유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정 억울하게 생각하면 소송을 하라. 소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2013년 12월 1일 자 주보에 쓴 "동도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장은 성령이십니다" 문구 하나로 노회에 고소당했다. 노회 재판국은 2014년 5월 19일 옥 목사를 면직했다. (관련 기사 : 자칭 성령? 동도교회 담임목사, 황당한 이단 시비)

22명의 장로와 옥 목사는 평양노회의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총회에 상소했다. 하지만 총회 재판국은 상소를 기각했다. 상소가 기각되자, 동도교회는 8월 11일부로 교단 탈퇴를 선언했다. 2주 뒤인 8월 24일 공동의회를 소집했다. 안건으로 상정된 교단 탈퇴 문제는 88%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1950여 명의 참석 교인 중 175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예장합동을 탈퇴한 동도교회는 박조준 목사가 이끄는 국제독립교회 연합회에 가입해 있다. 

▲ 옥광석 목사와 동도교회 교인들은 굴착기에 둘러서서 10분간 통성기도했다. 옥 목사는 예장합동이 하루속히 개혁될 수 있기를 기도했고, 교인들은 동도교회에 사단의 무리가 틈타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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