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저녁,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로비가 떠들썩하다. 올해 초, 미국으로 '꿈마실'을 다녀온 1기 아이들 10명과, 내년 초 여행을 떠날 2기 아이들 10명이 함께 모였다. 목회자 자녀 20명은 여행 후 자신들의 삶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1박 2일을 함께 보냈다.

11월 21일, 올해 미국으로 꿈마실을 다녀온 1기 아이들과 내년에 갈 2기 아이들이 함께 모였다. 아이들은 여행이 끝나고 9개월 만에 처음 만났지만, 어제 만났던 아이들처럼 이야기를 이어 갔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꿈마실은 목회자 자녀 비전 투어의 공식 명칭이다. 2기를 대상으로 비전 투어를 대신할 이름을 모집했는데, 여러 후보들 가운데 아이들이 직접 선정했다. 꿈마실은 비전을 순우리말로 했을 때 가장 가까운 '꿈'이라는 단어와, 마을이라는 뜻의 사투리 '마실'을 합친 말이다(강원·경상권에서 이웃 마을에 놀러 갈 때 '마실 간다'고 한다). 꿈을 찾으러 잠시 다녀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PK 20명은 1박 2일로 진행된 꿈마실 1·2기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한 아이는 다음날 포항의 한 대학에서 면접이 있지만, 함께 여행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경북 김천에서 먼 길을 올라왔다. 저녁에 와서 밥 먹고 잠깐 얘기 나누고 또 돌아가야 한다. 대전에 사는 아이는 기차를 타고 꼬박 2시간을 서서 밤 11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완도에 사는 2기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바로 출발해 자동차로 6시간을 달려 새벽 1시에야 도착했다.

아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왔다. 1박 2일의 일정이지만, 다음 날 보는 대학 면접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전에서 출발한 아이는 기차에서 두 시간을 꼬박 서서 왔다. 힘들긴 하지만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1기 아이들은 여행이 끝나고 9개월 만에 만났다. 그동안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지만,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주 동안 함께 웃고 떠들며 보냈던 아이들이 다시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으랴. 아이들은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지난 이야기들을 쏟아 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친밀함이 느껴지는 1기 아이들과 달리, 2기 아이들은 처음으로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익혔다. 어색함이 흐르는 가운데 2기의 한 아이가 "저는 목사님 아들입니다"고 하자 다들 깔깔거리며 웃는다. 소개가 끝나고 각 기수가 나눠서 모임을 진행했다.

1기는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대표와, 여행 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간단하게 간담회를 가졌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가운데 아이들의 관심은 올해 수능을 마친 고3 선배들로 향했다. 한 명은 고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자신이 경남 지역에 4명밖에 안 되는 고졸 공무원이라고 자랑한다. 미국에 다녀오고 나서 다른 나라들도 둘러보고 싶은 꿈이 생겼다며 장학금을 모아 또 다른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UN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국제공무원이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수줍게 말한다.

경남 합천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한 아이는 미국에 가기 전에 큰 기대를 가졌다고 했다. 최대한 많이 보고, 무언가를 꼭 얻어 와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지만, 3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즐기던 경험이 후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좋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다녀온 이후로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도 있다.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면, 꿈마실에 보조 교사로 참여하고 싶단다.

모임이 끝난 2기 아이들이 서로의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이곳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조율하고 준비할 것이다. 첫날이 지나가기 전에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같은 시간, 아직 서로가 어색한 2기 아이들은 다른 방에서 모임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여행 일정과 방문할 도시 등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자신이 가진 특기 등을 얘기하며 앞으로 어떤 여행을 만들어 갈 것인지 의견도 나눴다.

각 기수의 모임이 끝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또 한 방에 모여 앉았다. 목회자 자녀와 비전 투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준다. 거기에 더해 10대들이 가진 에너지는 처음 만나는 어색함도, 살고 있는 지방이 다르다는 것도 모두 덮어 버렸다. 늦은 밤까지 한데 어우러져 게임을 하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이튿날 아침, 1·2기 모두 버스를 타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으로 향했다.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묘원을 둘러봤다. 하루밖에 살지 못하고 죽은 딸과 함께 먼 타국에 묻힌 서양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말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둘째 날엔 모두 시내 버스를 타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으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한국에 복음을 소개해 준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공식 모임이 끝나고 먼저 헤어진 1기는 아쉬움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온 아이들은 김종희 대표와 함께 홍대 일대와 신촌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여행을 떠날 2기 아이들은 점심 식사 후, 한 번 더 모임을 가졌다. 이번 여행에 함께하게 된 소감‧바람 등을 나눴다. 아이들이 미국 여행에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은 대체로 소박하다. 농장 체험을 하고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사진을 많이 찍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다.

2기는 내년 1월에 준비 모임을 또 한 번 가질 예정이다. 그때까지 여행을 준비하며 방문하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목회자 자녀라는 부담을 떨쳐 버리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꿈마실 1기.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꿈마실을 준비하는 2기 10명에게도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 되길 바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1박 2일의 공식 일정을 마쳤다. 후에 1기 아이들은 공식 일정을 마치고도 홍대 일대와 신촌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는 후문이 들렸다. 2기 아이들은, 내년 1월에 있을 준비 모임 전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꿈마실'은 어떤 여행이 될지 직접 계획하기로 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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