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이스라엘 문화> / 필립 J. 킹, 로렌스 E. 스태거 지음 / 임미영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펴냄 / 592면 / 3만 5000원

본서는 필립 J. 킹과 로렌스 E. 스태거라는 유명한 구약성서학자와 고고학자의 공동 참여로 저술된 책이다.

두 저자는 본서를 통하여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일상생활에 대한 탁월한 연구와 해설을 제공한다. 이와 비슷한 책으로는 롤랑 드보가 구약의 문화・종교・사회 등을 다룬 쓴 몇 권짜리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적으로 오래되었고 그동안 많은 발굴과 연구를 통한 학술상의 발전과 진보가 있었기 때문에 혹여 드보 책(들)을 소유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지갑을 열 만한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리고자 한다.

이 책은 집과 가정(2장)으로 시작하여, 삶의 수단(3장), 세습 국가(4장), 문화와 삶의 표현(5장)을 거쳐 종교적 관습(6장)으로 이어지는 길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성경 배경에 대한 탐구의 여정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성경 독자들에게 두 가지 유익을 준다.

첫째는 성경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성경만 읽다 보면 그 배경을 잘 몰라서 불완전하게 이해하거나 혹은 오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는데, 이 책은 그 배경에 근거하여 성경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입체적으로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게다가, 이 책은 이스라엘 사회문화사(의 재구성)를 주도층뿐만 아니라, 성경에 등장하지 못했거나 사소하게 묘사될 수밖에 없었던 피지배층을 아울러 탐구한다. 그러한 관점 속에서 다양한 주제들, 즉 가족, 성별 문제, 결혼, 자녀 양육, 성관계, 연령, 사망, 건축, 사회생활, 음식, 의복, 일, 여가, 학문, 종교, 준법, 권력 등을 빠짐없이 다룬다.

둘째는 당시 고대 근동의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성경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성경은 나름 독특한 문화를 이루었지만, 고대 근동 나름의 여러 문화들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전체적인 그림은 신학만으로는 온전히 재구성할 수 없다.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구약은 이스라엘의 사회문화사의 개론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당시 혹은 고대 인류사에 나타나는 공통점들, 그리고 고고학적 발굴의 결과들을 조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1장 일상생활의 중요성 부분에서 사사기 17~18장의 미가에 대한 언급을 가지고 지금까지의 구약과 고고학적 연구의 결과를 통하여 그의 삶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해서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 단락을 통하여 우리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미가에 대한 묘사 배후에 존재하는, 성경에 언급되지 않았던 삶의 다양한 국면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면, 특정한 입장에 근거한 몇 가지 표현들(JEDP 혹은 제1, 2, 3 이사야서 등)이 좀 당혹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이 책의 대부분의 서술과 평가는 주저 없이 수용할 만하다(낙타의 등장에 대해서 서평자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또한 임미영 역자의 탁월한 번역력과 용이한 문체는 독자들이 안심하고 본서를 끝까지 읽는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서평을 마치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내용들 가운데서 독자들에게 흥미를 끌만한 내용을 몇 가지 인용해 보고자 한다.

상수리나무와 테레빈 나무는 서로 혼역되었다?
소나무는 감람나무로 오역되었다?
등잔대와 촛대의 혼용?

왕의 다락방은 왕좌의 방이었다?
'돕는 배필'이라는 말은 사실 '남자를 돕는 자'라는 말이었다?
출산 도구는 여성이 웅크리고 앉아 아이를 낳던 도구였다?

식탁은 높이가 30cm를 넘지 않았다?
팥죽은 사실 편두(扁豆)와 야채 스튜(stew)였다?
문둥병은 피부가 벗겨지는 질병이다?
감람(橄欖)나무와 올리브 나무는 다르다?
포도원을 만들고 포도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영구 정착을 의미한다?
들포도는 썩은 포도를 의미한다?
독주는 포도즙을 짠 찌꺼기를 증류시킨 브랜디(brandywine)다?
아모스의 뽕나무는 이집트산 무화과나무다?

낙타의 사육은 아브라함 시대가 아니다?
요셉의 채색 옷은 소매가 있는 긴 옷이다?
아담과 하와의 치마는 사실 허리띠다?

산당은 넓은 마당에 세워진 연단(演壇)이다?
"~와 함께 잠들다/~의 아버지에게 돌아가다"라는 말은 가족 무덤의 재매장습관(再埋葬習慣)을 말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