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협 총무 인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문제를 제기해 온 예장통합 측은, 김영주 총무(사진 맨 오른쪽)를 총무로 선임한 실행위원회의 결의를 무효로 해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교회협 내부 분쟁으로 인한 송사는, 90년 역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11월 7일 교회협 임원회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마치 '치킨 게임'을 보는 것 같다. 마주 보고 달리는 두 대의 자동차가 '누가 이기나 보자'며 돌진하는 모양새다."

최근 총무 인선 논란에 휩싸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를 지켜본 한 교회협 원로의 말이다. 두 대의 자동차는, 지난 9월부터 갈등을 빚어 온 교회협과 교회협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을 뜻한다. 총무 인선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소송으로 번졌고, 판결을 앞두고 있다. 내부 갈등으로 인한 송사는 교회협 90년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 10월 29일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은 절차상 문제를 들며, 김영주 목사를 교회협 총무로 선출한 실행위원회(실행위)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교회협 측이 총무 선거 투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실행위원을 임의로 교체했다. 원칙대로라면 실행위원 선임 및 교체는 교회협 총회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 교회협 김영주 총무, 예장통합 공격에 아웃되나)

교회협 측은 예장통합 실행위원의 주장이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관례에 따라, 실행위에서 실행위원을 교체해 왔다고 했다. 11월 12일 열린 가처분 심리에서 교회협 측 변호인은 "지난 2006년 이후 회원 교단이 추천하는 실행위원을 그대로 받아 왔다. 이번 실행위에서 실행위원을 교체한 것은, 각 교단의 사정에 따라 바뀐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1월 24일 열리는 교회협 총회를 감안해, 21일 전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만 하겠다" 한 김영주 목사, 연임 도전이 갈등 불러

교회협과 예장통합의 갈등은 김영주 목사의 총무 연임 도전에서 비롯했다. 4년 전 총무 경선 후보에 나선 김 목사는 지지를 부탁하면서, 단임을 선언했다. 나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한 번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김 목사는 지난 9월, "한국교회의 심판을 받겠다"면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김 목사는 예장통합 소속 류태선 목사와 경합을 벌였다. 교회협 인선위원회는 투표 끝에, 김 목사를 차기 총무 내정자로 택했다.

교회협 총무는 감리회, 예장통합, 기장 등 회원 교단이 번갈아 가며 맡는다. 차기 총무 후보를 낼 차례였던 예장통합은, 김 목사의 정년 문제를 들며 반발했다. 예장통합은 김 목사가 당선이 되더라도 정년 11개월을 채울 수 없다며 반대했다. 고난함께, 일하는예수회, 영등포산업선교회 등 12개 에큐메니컬 단체로 구성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사연)도 총무 인선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고, 김 목사가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비판했다.

김영주 목사의 연임 도전과 관련해, 감리회 교단지 <기독교타임즈>도 비판에 나섰다. 김 목사는 감리회 소속이다. <기독교타임즈>는 11월 15일 자 '연합 운동 유감'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단 이런 사태가 일어난 책임은 김영주 총무에게 있다고 본다. 견리사의를 가르친 공자는 곧 이어지는 문장에서 '구요불망 평생지언'(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에 한 것처럼 잊지 않는다)이라 했다. 약속한 말을 잊지 말고 지키라는 뜻이다. 또 임기 문제나 실행위 처리 과정도 깔끔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비판의 화살은 김 목사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예장통합 측에도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총무 인선과 관련해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성은 있었다. 그러나 그 수단이 꼭 소송이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교회협 임원회나 총무단 회의 등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측은, 교단이 아니라 예장통합 소속 교회협 실행위원들이 소송을 냈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예장통합 측 관계자는 정영택 총회장이 직접 나서 소송 취하를 권유했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한 백남운 목사(효자동교회)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단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백 목사는 "사회법의 문은 김영주 목사가 먼저 두드렸다. '정년을 채울 수 없어도, 총무 연임 도전이 가능하다'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출마했다. 우리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사회법의 문을 두드린 것뿐"이라고 했다.

중재는 계속되지만…

현재 감리회·기장·성공회 등 일부 회원 교단이 중재에 나선 상황이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교회협 임원회는 소송 취하 내용을 담은 협조문을 예장통합 측에 보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과 관련해 기독교대한루터회는 11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이해와 양보로 갈등의 마침표를 찍자고 제안했지만,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교회협 헌장에는 "본 협의회는 세계 교회가 함께 나누어 온 그리스도의 한 형제, 자매로서의 일치 정신과 한국교회가 역사적으로 계승하여 온 선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나의 믿음, 하나의 교회를 지향하여 왔다"고 나온다. 하지만 현재 교회협 상황에서 일치 정신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 총무 인선을 둘러싼 교회협과 예장통합의 갈등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는 11월 21일까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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